--- 제너럴닥터 선언 ---


제너럴닥터는 지난 2007년 5월 1일, 지금의 자리에서 30석의 좌석과 의사 1명, 간호사 1명, 카페 아르바이트 2명으로 시작했어요.

김제닥이 추구하던 "인간적인 의료 디자인(HXD)"의 사례이자 연구소를 목표로, 가장 극단적으로 인간적인 동네 병원을 만들어 본 게 카페와 병원이 같이 있는 제너럴닥터였죠.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당장 운영 자금도 한 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한 곳이었어요.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인간적인 디자인은 그 뒤로 그리 눈부신 발전을 하진 못했어요. 김제닥의 게으름과 정제닥의 여유 없음도 그 이유였지만, 그보다는 한 번도 동네 병원의 의사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경험해 보지도 못했던 저희가 제너럴닥터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동네 의사로, 카페 주인으로 살아가면서 큰 행복을 경험했다는 것이 더 큰 이유였어요.

이대로 동네 병원의 의사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저희는 그동안 제너럴닥터를 통해 여러분과 행복하게 만나고, 여러분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리고 다행히 잘 살아 남아서 이제 네 살이 되었어요.

제너럴닥터는 저희가 함께 키우는 아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작년 여름부터였어요.

김제닥과 정제닥의 품안의 자식 같던 제너럴닥터가 어느 새 여러분과 함께 호흡하고, 자신만의 인격을 갖추고, 자리를 찾아 가는 모습이 보였죠. 더 이상 단순한 의료 디자인의 사례나 연구소로 남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 오히려 더 좋은 사례, 더 멋진 연구소가 되려면 이제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지금 제너럴닥터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일까요?

인간적인 의료를 만들어 왔다는 것?
30분 진료를 했다는 것?
고양이가 있다는 것?
홍대에서 카페로 (나름) 잘 나갔나는 것?

제너럴닥터가 지난 4년간 만들어 온 가장 큰 의미는,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늘 저희는 세 가지 소식을 기쁘게 알려드리게 되었어요.

1. 제너럴닥터와 함께 하는 의사가 네 명이 되었습니다.

김제닥과 정제닥 외에, 이수익 선생님과 김형주 선생님이 제너럴닥터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게 되었어요.

이수익 선생님은 2년 반 전에 제너럴닥터에 학생 실습을 나온 것을 계기로 계속 저희와 함께 많은 고민을 공유했던 젊은(훈남) 의사로, 제너럴닥터의 기대주랍니다.

그리고 김형주 선생님은 올해 의과대학을 졸업한 신상 의사로, 졸업 직후인 3월부터 제너럴닥터로서의 경험을 쌓아 가고 있어요. 앞으로 보다 많은 의사들이 저희가 추구하는 인간적인 진료를 이해하고 의사로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학문적이고 기술적인 기반을 만들어 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거에요.

이 두 사람의 의사는 그동안 김제닥과 정제닥이 1세대를 만들어 온 바탕 위에서 제너럴닥터의 2세대를 만들어 가게 될 거에요.

이들의 활약과, 이들과 함께 만들어 갈 미래를 기대해 주세요.


2. 제너럴닥터는 이제 생활협동조합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제 여러분과 더 많은 것을 공유하기 위해, 제너럴닥터는 생활협동조합의 모습으로 새로 태어나는 것을 준비하고 있어요. 지난 연말부터 조금씩, 그러나 열심히 준비해 온 결과, 내일 조합원 가입 페이지를 공개하려고 해요. 제너럴닥터가 왜 생활협동조합을 하려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여러분이 조합원이 된다면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 드리고 조합원 가입을 준비하는 퀴즈 페이지를 통해 조합 가입을 하실 수 있도록 할 거에요.

이르면 6월중에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될 제닥의 생협으로서의 출발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하실 수 있기를 기대해요!


3. 제너럴닥터 선언을 공개합니다.

여러분의 기대와 사랑 속에 제너럴닥터가 추구하고 만들어 온 인간적 의료의 방향과 가치를 담아 "제너럴닥터 선언"이라는, 조금은 거창한 제목의 선언을 공식적으로 발표해요. 지난 4월 1일 제너럴닥터 생활협동조합을 만드는 데에 뜻을 함께 한 발기인 분들과 함께 생각을 모으고 다듬어, 발기인 대회 때 공개한 선언입니다.

앞으로 저희가 만들어 갈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고 평가하는 데에, 그리고 이 시대에 함께 인간적인 의료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의 앞길에 하나의 지표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 제너럴닥터 선언 ---

1. 의료는 그 무엇보다도 인간적이어야 한다.
'인간적'이란 너무나 모호한 개념이지만, 우리 모두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의료의 비인간성을 분명하게 느끼고 있다. 따라서 비인간적인 의료 경험을 조금이라도 피하려는 노력이 누적될 때 인간적인 의료의 모습이 구체화,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장 인간적인 의료의 모습은 문자로 정의된 완성형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되는 모습에 따라 인간적인 경험을 계속 이어 나가는 진행형이 될 것이다.

2. 우리는 개인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잘 살아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개인의 삶은 자신이 믿고 있는 기준이나 가치관에 따른 선택의 결과가 이어져 만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대신해서 선택을 내릴 수도, 감당할 수도 없음을 인정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구원이나 완벽한 의료 복지의 구현이 아니다. 그보다는 개인의 선택이 혼란과 두려움에 지배되지 않도록 선의와 명확한 의학적 기준을 가지고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최선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모두가 삶 속에서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덜 괴로우며, 조금 덜 불행하기를 바라고 있다.

3. 우리는 합의와 공감에 기반한 의료적 판단을 지켜 나갈 것이다.
때로는 우리의 판단이 의학의 고전적인 우선순위를 벗어나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의료인이 이용자의 삶을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직 자신의 의학지식에만 기댄 일방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고 믿는다. 우리는 의료인과 이용자가 만나는 모든 과정에서 합의와 공감을 만들어 나가려 노력할 것이다. 이것은 치료에 있어서의 전략적 사고이며, 인간을 이해하고 그 삶 속에 의료를 잘 조화시키려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접근이다.

4. 의료인과 의료 이용자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친구가 되어야 한다.
의료인은 의료 이용자의 서로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서로의 입장, 상황, 원하는 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소통이라 부른다. 소통을 통해 의료인과 의료 이용자는 서로를 이해하고 위하는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이런 인간적인 관계가 의료인과 의료 이용자를 모두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5. 의료는 보다 일상적, 문화적이 되어야 한다.
질병은 개인의 일상과 분리할 수 없다. 의료는 질병 상태에서 개인의 일상이 무너지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건강한 일상 속에서는 질병 예방만을 목표로 하기보다 일상을 보다 자연스럽게 즐기고 지킬 수 있는 문화적 측면이 강조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환자'라는 용어 대신, '(의료)이용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인간은 삶의 연속선상에서 다양한 시점과 방법으로 의료 이용의 필요를 느끼는 것뿐이고, 따라서 의료 행위나 절차 속에서 인간을 결코 통계의 일부나 몰 개인화된 환자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6.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본질을 지킬 것이다.
우리의 다양한 변화 노력은 때로 도전적이거나 파괴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은 도전과 파격 자체를 위한 억지가 아니며, 인간성을 찾기 위한 당연한 노력이 현실의 모순과 한계 때문에 때로는 엉뚱하거나 파격적으로 보이는 것뿐이라고 믿는다. 안정보다는 도전을 추구하는 우리의 노력에는 늘 한계가 있으나, 이 노력 자체가 소중함을 믿는다. 우리는 현재까지 우리가 만들어 놓은 것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가 만든 가치에 대해 의심하고 반성하며, 우리가 이 시대에 노력하는 것들을 때로는 스스로 부정하거나 뛰어 넘어야 할 것이다. 반성 없이 과거에 안주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될 때 우리는 우리의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믿는다.


2011.4.1
제너럴닥터 생활협동조합 발기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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