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단순하지 않으면서 그 아이의 보행 기회를 좀 더 늘려줄 수 있는 제품이었다. 병원 앞 백화점 장난감 코너에서 한 시간 반에 걸쳐 심사숙고한 끝에 유나의 어린이날 선물을 고를 수 있었다. 고품격 장난감 인생 노하우와 점원과의 심도 깊은 토론,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여있는 주변의 애아빠들과 상의 끝에 원더풀한 선물을 하나 골라서 설레이는 마음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여자, 초등학교 6학년 그리고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원활한 보행 이 모두를 해결해줄 판타스틱한 선물을 보면 분명 그 아이가 기뻐할 거라 생각했고, 이 선물은 그간에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너무나 갖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였기에 준비하는 나 역시 설레는 마음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병동 간호사들은 여자 아이들은 그런 선물 좋아하지 않는다며 인형이나 옷이 더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 선물에 이미 꽂혀버렸던 내게는 그런 지적과 비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곧바로 측근 인턴 선생들을 소환하여 병원 4층 광장에서 그 거대한 서막을 올리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벌써 네 번째 입원, 그리고 네 번째 입원 57일 만에 다시금 발생한 수두증으로 내일 뇌실복강단락술이 예정되어 있는 그 아이가 빨리 회복하여 뛰어다닐 수 있도록 충분히 생동감 있고, 과학적 사고를 촉진시킬 수 있는 그리고 즐거움까지 주는 그런 선물이 되기를 바랬다. 그래서 하늘을 맘껏 날을 수 있는 무선 조정 헬리콥터라면 그런 나의 바램을 유나에게 충분히 전달해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건전지를 장착하고 설명서의 흐름에 따라 조종기와 헬기의 세팅을 마쳤다. 병실에 누워 잠자는 유나를 억지로 깨워서 휠체어를 태워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밖으로 나섰다. 유나뿐만 아니라 다른 환아들도 그곳에서 가족과 함께 뛰어놀고 있었고, 그 아이들에게도 좋은 볼거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사탕을 입에 물고 아직 잠이 덜 깬 표정의 유나는 시큰둥했는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헬기가 공중부양을 함과 동시에 뇌 깊숙이 숨어있는 호기심 중추가 자극되어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걸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기기작동에는 공대 출신 의전원 인턴 선생들이 큰 도움을 주었다. 그녀들은 철부지처럼 오히려 유나보다 더 즐거워하며 여기저기 헬기를 날려댔다. (그 순간에도 역시 진지함을 유지했던 사람은 나뿐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뇌실복강단락술은 이전에 받았던 종양제거술처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수술은 아니지만 유나에게는 양어깨에 삭발과 전신마취라는 거대한 두개의 짐을 진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굉장히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아직은 10대 초반의 소녀에게 3차례의 수술과 신경학적 장애는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큰 상처와 걸림돌이 될 것이다. 수술 후에 유나의 상태는 조금 호전될지 모르겠지만 그간의 아픔과 상처만은 여전히 가슴 속에 남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부모님의 손을 잡고 놀이동산, 동물원, 패밀리 레스토랑 등을 다니는 여타 아이들과 다르게 삭막한 병실 침대에 누워서 어린이날을 보내는 유나에게 내 작은 선물이 조금이나마 웃음을 찾고 건강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헬리콥터처럼 마음껏 뛰어다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수술 잘 받고 부디 건강하렴 유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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