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동안 8차에 걸쳐 항암치료를 마치셨다.
항암치료 후에 한 달 반에 걸쳐 방사선 치료도 받으셨다.
HER2 양성으로 1년 동안 3주 간격으로 병원에 다니시면서 허셉틴을 맞으셨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병원출입을 하시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여하간 이제 치료가 끝났다.


"치료 끝났는데 뭘 제일 하고 싶으세요?"
"이제 바깥 좀 나가 돌아다니고 싶어요."
"아니, 그럼 그동안 바깥출입을 안 하셨다는 건가요?"
"네, 병원만 왔다 갔다 했어요. 괜히 암환자가 나돌아 다니는 거 안 좋아 보일 거 같아서요."

엥?  

1900년대 초반, 당시 나병이라 불리던 한센씨병 환자들이 사람들로부터 배척되고 같은 병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살던 시절 얘기를 듣는 것 같다.  

Stigma... 낙인...

'암'이라는 병은  
아직도 암이 아닌 사람들 무리에서는 일종의 낙인처럼 인식되는 측면이 남아있나 보다.  

암을 진단받고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었냐는 한 설문조사에서 친구가 없어지고 외로워지는 것이라는 답변이 있었다. 갑자기 주위 사람들과 대화하기가 어려워지고 사람들도 자신을 어려워하거나 피하는 것 같다는 느낌.

수술의 아픔, 항암제의 고통보다도 진정 말이 통하는 친구가 없다는 외로움, 가족도 남처럼 느껴지는 외로움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외로움 이면에는 암으로 진단받은 나를 어떠어떠하게 볼 것이다 라는 외부의 시각을 의식하는 마음도 있다.

머리가 빠진 나를 보면 어색한 헤어스타일의 가발을 쓴 나를 보면 '그들'은 뭔가 다른 시각으로 '나'를 볼 것이라는...  
매일 아침 출근을 준비하는 회사원도  오늘은 어떤 넥타이를 맬 것인가를 고민할 때조차 사무실의 누군가, 거래하는 사업처의 부장 그들을 의식하며 넥타이를 고르기 마련이다.  

민둥머리를 감추기 위한 가발이 벗겨지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어찌 매순간 의식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 만은 그래도 죄책감은 갖지 않으셨으면 한다.  

요즘 다시 유행하는 가수 임재범의 노래, '비상'의 가사처럼  

누구나 한번쯤은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순간이 있지 그렇지만 나는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어. 되돌아 나오는 길을 모르니 너무 많은 생각과 너무 많은 걱정에 온통 내 자신을 가둬두었지...  

이제 '비상'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치료 중일지라도 움츠러들지 마세요.  잘 견디고 계신 당신, 높이 날지 않아도, 이미 '영웅'입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