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이기심에 의한 환경의 파괴는 이 책이 쓰여진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 마찬가지인 일이라 사실은 새로울 것도 없다. 수많은 경고와 파괴에 따른 명백한 반응들이 현실로 나타났음에도 인간들은 여전히 자연의 파괴를 일삼고 있으니 오히려 파괴행위 자체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괴행위를 지속한다는 점이 놀랍다면 놀라운 일일 것이다. 굳이 여기서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니 환경과 자연의 파괴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이들에게 맡겨두고 나는 이 책을 읽고 두 가지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두 가지 내용도 인간과 지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함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놀랍긴 하다. 첫째는 과학이라는 진실을 기반으로 객관적이어야 하는 학문이 기업의 자본과 권력의 요구에 의해 의도적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는 데에 있어 권력은 사람들을 기만하고 정책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그의 배후에는 자본이 자리하고 있다.

과학이라는 학문이 과연 객관적 진실을 밝혀내는 학문인가 라는 질문은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지만 우선은 진실에 근접하고자 노력하는 학문이라는 정의엔 그다지 반론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하지만, 인간에게 이로워야 할 과학이라는 학문이 맹목적인 확신에 휩싸인 채, 자본과 권력에 휘둘릴 때에 그것은 치명적 무기가 된다. 우리는 이미 2차 대전 때의 원폭투하를 보며 순수한 과학적 결실이 어떻게 자본과 권력에 의해 막강한 치명적 무기가 될 수 있는가를 경험하였다. 그러나 그 경험은 겸손과 성찰을 낳지 못하고 냉전체제 속에서 핵 경쟁으로 이어졌다. 이 책의 내용같이 화학 살충제에 대한 맹신이 생명파괴라는 처참한 결과를 낳았고, 현재까지도 과학은 유전자변형 식품 같은 수많은 분야에서 검증되지 않은 채로 자본과 권력에 의해 진실과는 다른 형태로 이용당하고 있다.

그렇게 왜곡된 과학은 자본에 결탁한 권력에 의해 정책화되어 이용된다. 정책화가 되고 시행이 되고 결과에 대한 설명은 언제나 엇비슷하다. 정책화가 되기까지 자본과의 뒷거래는 은폐된 채 언제나 국민이나 지역민들에 경제적 이득을 줄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며 지지를 얻어내고 결국 정책화되고 시행된다. 시행되며 나타나는 수많은 부작용은 은폐되거나 이미 시작했으니 멈출 수 없다 이야기한다. 파괴된 자연을 바탕으로 끝을 본 뒤에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재정비를 하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린다. 남는 것은 파괴된 자연뿐,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이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권력과 소수 자본가에 엄청난 이득이 남겨질 뿐.. 새만금이 그러했고 시화방조제가 그러했고 수많은 토건족들이 벌인 일들이 그러했다. 지금 우리는 납득할만한 이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채, 엄청나게 파괴되고 있는 4대강 죽이기를 바라보고 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왜곡된 과학과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삶과 그 터전의 파괴.. 인간은 이렇게 끝까지 우매함을 버리지 못한다.  객관적이어야만 할 과학에 힘이 있었던가? 우리는 4대강 죽이기 사업이전, 대운하라는 명목 하에 벌어졌던 과학의 싸움을 목도하였다. 수많은 양심적 과학자들과 친정부적인 어용과학자들의 싸움.. 하나의 진실아래 객관적이어야만 할 과학은 이렇게 자신의 도플갱어를 만난 순간마냥 죽지 않으려 처절하게 싸워야 했다.

60여 년 전의 이야기가 지금도 공감이 갈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파괴의 이면에 자행되는 과학의 왜곡과 잘못된 맹신, 그리고 자본과 권력의 결탁에 따른 과학의 오용은 지금도 전혀 달라진 것 없는 여전한 일이다. 추천사에서 이 책에 소개된 화학 살충제의 남용은 이제는 더 이상 벌어지지 않는 과거의 우매함이었다.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과학이 오용되는 메커니즘은 여전하다. 그리고 더 은밀하고 조용하게 환경과 생명의 파괴는 자행되고 있다.  힘없는 인민들이 믿어야 할 것은 그저 자연 스스로 치유하는 회복력이어야만 할까? 사실 자연의 회복력도 이제는 임계점을 넘어선 듯하다. 결국 지구는 한계에 임박한 것이다. 과학을 명분삼아 자행되는 파괴도 당장 멈추어야 하지만, 이를 멈추지 못하게 하는 권력과 자본이라는 인간사회의 시스템이 먼저 제지를 당해야 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닐까? 끊임없이 죽어가는 뭇 생명들이 안타깝지만, 뭇 생명들을 죽이고 있는 인간사회의 시스템을 여전히 바라보고 체념하고 있는 우리 자신도 안타까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60년 전에 쓰여진 이 책에서 나는 현재에 대한 그런 안타까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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