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어떠한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즐거운 일들을 하지만 우리의 삶이 언제나 계획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내 딸들과 사랑하는 아내가 내 투병과 죽음으로 부터 희망을 찾기를 바랍니다. 세상 아니 우주 전체가 아름답고 놀라운 세상입니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으며 후회도 하지 않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딸들아, 너희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최선을 다한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구나. 나의 베스트 친구이자 나의 아내여. 당신이 없었다면 무엇을 했을지 모르겠구려. 당신이 없었다면 이 세상은 초라한 세상이 되었을 것이요.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소. I loved you, I loved you, I loved you."

오전 인터넷에서 본 외신 기사이다.
41세의 남자가 결장암으로 사망하기 직전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이라고 한다.

병과 죽음에 대해 동양인과 서양인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동양/서양의 문제인지 죽음의 과정을 맞이하는 것이 개인사적 삶의 양태를 반영한다고 보면 되는 것인지 일반화하기 어렵다.

살아온 인생이 너무 기구하고 굴곡이 있으면 죽음을 앞두고 서럽고 후회되고 삶에 연연해지는 걸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힘든 일, 서러운 일이 많아서 크게 곡을 하는 걸까?

오전에 ICU에 있는 환자를 보고 나오는데 문 앞에서 거의 누운 상태로 크게 꺼이꺼이 통곡을 하며 울부짖는 아주머니가 계셨다.
슬픈 사연이 있으시겠지...
그렇지만
바로 옆 중환자실 대기실에서 수많은 가족들이 의사의 회진을 기다리고 환자 면회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너무 크게 통곡을 계속 하니까, 사람들이 다 침울해져 있었다.

누군가의 죽음을 꼭 쿨하게 맞이할 필요는 없겠지.
슬프면 울고
억울하면 소리 지르고
한번 죽지 두 번 죽나
그냥 내 감정대로 표현하면 된다.

난 그래도
죽음이라는 것을 준비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고 - 돌연사가 아니길 바라고
죽고 나면 내 주위 사람들이 날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고 - 착하게 살아야지
내가 죽은 후에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속에 기억해 주면 되는 거 아닐까?
아직 내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은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거니까...

그래도 이 정도는 말할 수 있겠지...
죽음을 직면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결국  피할 수는 없는 거라고.
최선을 다해 살기 위해, 개똥밭이라도 이승에서 구르는 게 좋으니까 열심히 노력하자고.
근데 결국은 죽는 거라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셔야 한다고.
그 정도는 얘기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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