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이 병원비 때문에 병원에서 나가야한다는 기사가 어제 모든 언론을 장식했습니다.
지난 1월 말부터 지금까지 병원비가 1억7천만 원에 이르고 아주대병원에서 중간정산을 요구했다는 내용이었죠.  



기사를 보다 몇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 치료행위 상당부분이 건강보험적용이 될 텐데 병원비가 1억 7천이나 나왔을까?
- 아니, 업무상 재해이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고 근로복지공단에서 전액 비용을 부담(산재보험)할 텐데 왜 병원비가 문제가 될까?
- 선원이라는 특수한 신분 때문에 산재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건 아닐까?

요즘 산업재해가 국민건강보험적용이 안된다고 언론에 투덜대는 분이 있는데 산업재해는 국민건강보험보다 더 많은 혜택을 줍니다. 국민건강보험이 단순히 의료비만 일부 지원하는데 반해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의료비, 재활에 필요한 급여, 휴직기간의 급여, 직업훈련, 유족급여 등등의 다양한 지원을 합니다. 산재보험료도 근로자가 아닌 회사가 모두 부담합니다. 

산업재해 비율이 높으면 회사에 불이익이 가기 때문에 산업재해(업무상재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만 석해균 선장의 부상이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주장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금은 병원이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청구합니다. 또 산재인지 아닌지 불분명 할 때는 먼저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이후 정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선원은 업무의 특성상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국내국적의 선박을 타지만 외국에서 장기간 일하는 일이 흔하고,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일하기도 하고, 외국배가 국내에서 산재가 발생하기도 하고, 외국 선박이지만 한국선장과 선원이 함께 일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국제노동기구(ILO)는 선원에 대한 다양한 국제협약을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중 다수를 비준하고 있습니다.

제55호 선원의 질병, 상해 또는 사망의 경우에 있어서 선박소유자의 책임에 관한 협약(1936년)
제134호 선원의 업무상 재해방지에 관한 협약(1970년)
등 약 30개 조약

아무튼...
선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2조(법의 적용 제외 사업) 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6조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 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이하 "사업"이라 한다)을 말한다. <개정 2008.8.7, 2010.3.26>
2. 「선원법」,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 또는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에 따라 재해 보상이 되는 사업

선원법에 별도의 보상 기준이 나와 있습니다.

선원법
제85조(요양보상) ① 선박 소유자는 선원이 직무상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린 때에는 그 부상이나 질병이 치유될 때까지 선박 소유자의 비용으로 요양을 시키거나 요양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여야 한다.
②선박소유자는 선원이 승무(乘務)중(기항지에서의 상륙 기간, 승하선에 수반되는 여행기간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직무 외의 원인에 의한 것으로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 급여의 대상이 되는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는 동법 제41조의 규정에 의하여 요양을 받는 선원이 부담하여야 하는 비용(3월의 범위 내에 한한다.)을 지급하여야 하고, 동법에 의한 요양 급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는 그 선원의 요양에 필요한 비용(3월의 범위 내에 한한다)을 지급하여야 한다. <개정 2001.3.28, 2006.10.4>
③선박소유자는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선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에 대하여는 선원노동위원회의 인정을 받아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의 규정에 의하여 요양을 받는 선원이 부담하여야 하는 비용 또는 요양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지 아니할 수 있다. <개정 2001.3.28, 2006.10.4>

이런 보상을 위해 선박소유자는 별도의 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선원법
제98조(보험가입) 선박소유자는 이 법에 정한 재해보상을 완전히 이행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

선원법시행령
제32조(보험가입) ①법 제98조의 규정에 의한 보험은 선원을 고용한 선박소유자가 그 선원을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하여야 한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보험에는 「한국해운조합법」 및 「수산업협동조합법」에 의한 공제를 포함한다.<개정 2005.9.30>

그러니. 아마도 석해균 선장이 근무하는  삼호해운은 근로자 재해 보험에 가입되어 있을 것입니다. 일부 언론은 이 점을 보도했습니다.

문제는 사회보험인 산업재해보상보험과 달리 민영보험은 먼저 선박소유자가 병원비를 지급한 후 민영보험사에 청구해서 보험금을 받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삼호해운은 법정관리 중이기 때문에 1억 7천만 원이라는 돈을 먼저 병원에 낼 수가 없는 것이죠. 이후 보험사로부터 받을 것이 확실한데도 융통할 수 없는 겁니다. (다시 낸다는 언론 보도도 있습니다만...)

이제 궁금한 점은 "선박소유자가 도산하거나 법정관리 중일 때 선원법 제85조의 요양보상 책임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입니다. 아직 이 부분을 풀어 설명한 언론은 없더군요.

선박소유자가 도산하는 것이 희귀한 일도 아닐 테니 노무사들에게 물어보면 바로 답이 나올 겁니다.
만약 선박 소유자가 도산하거나 법정관리 중이라 선원들의 업무상 재해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는 구조라면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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