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의사가 의료계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하얀 정글>을 만들었다고 한다. 풀 영상을 보지는 못하였으나 작품소개를 읽어보면(http://blog.daum.net/whitejungle) 현 의료체계가 커버하지 못하는 의료 사각지대의 소외계층 얘기를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현 의료시스템은 문제가 있다. 개선해야 한다. 특히나 대다수의 국민들의 감성은 이런 소외계층의 존재와 해외환자유치로 돈을 벌려고 하는 병원들을 대비시킨다면- 당연히 의료체계에 분노를 느낄 것이다.  많은 수의 의사들도 그렇다. 이 다큐멘터리도 현직의사가 만든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의료를 '의료'라고 뭉뚱그려 얘기하지만- 사실은 그 안에서 여러 종류의 '의료'가 존재한다. 기존의 의료의 의미는 '복지' 로서의 의료를 뜻한다면 현대의 의료는 '복지'와 '산업'으로 양분되고 있다. 결국- 의료도 본질적으로 사람의 욕구를 해결한다.

기존에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는 요소 중의 하나로 의료가 중시되었다. 이는 현대에도 마찬가지다. 의학은 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아- 돈이 없어서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국민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의학이 발전하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사람답게 살 최소한의 권리가 충족된 국민들이 많아졌고- 사람들은 더 예뻐지고 싶은 욕망, 더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을 의료에 요구하기 시작했다. 의학은 이에 응하여 나날이 발전해갔다. 피부과, 성형외과들이 특히 이쪽으로 발전해갔다.

여기서의 의료는 '복지'로서의 의료가 아니다. '산업'으로서의 의료이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부자와 빈자의 삶의 질 차이'가 의료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의료는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는 드라마틱하게 어필할 수밖에 없다.

한쪽으로 의료는 빠르게 '산업화 또는 '상업화''해 간다. 어떤 이들은 자본주의에 물드는 의료를 비난하지만- 난 단순히 한국의 의료산업이 커나가는데 비난을 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정부에게 '의료소외계층도 있는데 의료로 돈 벌 생각만 하고 있냐.'라고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위처럼 의료는 '고도화' 되면서 더욱 높은 수준의 의료기술을 이용하려면 더욱 높은 가치를 '돈으로' 지불해야 하는 시대에 와 있다. 여기서의 의료는 '의료복지'와 '의료산업'이 섞여있다. 더 암 수술 생존율이 높은 병원에 가서 수술 받으려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고 예뻐지려면 더 비싼 기계를 쓰는 피부과에 가야 한다.

후자는 비난하지 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많은 사람들은 이런 데에 돈을 많이 써 줘야 한다. 심지어 중산층들도 이런데 돈을 써 줘야 한다. '어떤 할머니는 돈이 없어서 피부미용치료를 받지 못하는데 어떤 젊은이들은 부모 잘 만나서 최고급 미용을 받고 있냐.'  라고 비난하지 말자. 이건 넌센스다. 결국 우리네 사회구조는 소비가 활발해야- 경제가 돈다. 하지만 전자는 비난해야 한다. '부자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사는 세상'은 빈부의 심정적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리면서 사회를 불안정하게 한다. 여긴 정부가 개입해야만 하는 부분이다.

또, 사람의 생명을 더욱더 건강하게 연장시키는 의료기술을 비난하지 마라. 오히려 그 의료기술이 서민층에는 너무 '비싸다'는 것을 비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의료기술이 '저비용 기술', '서민을 위한 기술'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엔 자동차, 컴퓨터, 세탁기도 서민들이 사기엔 너무 비쌌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세탁기의 발전으로 여성들이 가사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어 여권신장으로 이어졌고, 자동차의 가격도 싸져서 서민들이 구비할 만 한 정도가 되었다. 컴퓨터 역시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개인용 컴퓨터시대를 기반으로 인터넷이 발전하여 정부, 기업 같은 단체 권력의 힘보다 서민들 개개인의 힘이 신장되지 않았는가. 결국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저렴한 가격으로의 기술혁신은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전체 의료의 일부분인) '산업화된' 의료는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들의 미래의 먹을거리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의료산업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자랑한다.  한국은 이미 쇠젓가락으로 단련된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을 가지고 있다. 또한 현재 한국의 5대 주력 산업은 중국 등에 추월당하고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이를 대체할 강력한 산업이 바로 의료 산업이다.

다시 말해서 의료산업에서 한국이 강자로 등극하지 않으면 주력 산업의 쇠퇴로 실업률은 증가하고, GDP는 떨어지고, 결국 국민들 개개인의 의료 복지수준도 역시 하락할 거라고 말하고 싶다. 정부도 돈이 없어서 증가하는 의료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외국에 빚내서 충당하다가 최악의 경우에는 그리스 꼴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소외계층은 이미 존재하고 있던 문제다. 투자개방형 병원이 이슈가 되면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형상이라고 본다. '의료복지문제'는 현 의료시스템 설계를 수정함으로써 해결하자. '의료산업'에서는 다시 한 번 한국의 저력을 세계에 알려주자.


다큐멘터리 '하얀정글' 소개기사
'돈독' 오른 병원의 속살, 현직 의사의 '카메라 고발' <프레시안 2011.05.31>

<하얀 정글>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blog.daum.net/whitejungle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