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증한 '희귀난치질환' 크론병…장 절제까지 가지 않으려면? 

2020년 한 해 크론병 신규 진단 환자 5000명 육박 장내 면역 관용 깨진 탓…염증 통제로 합병증 예방을

2022-12-01     김경원 기자
희귀난치질환 '크론병'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0년 한 해 희귀질환자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소장·대장 크론병으로 산정특례 등록을 한 크론병 환자만 4,621명이다. 이는 2020년 전체 신규 희귀질환 발생자(5만2,310명)의 8.8%에 달하는 수치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희귀난치질환 '크론병'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0년 한 해 희귀질환자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소장·대장 크론병으로 산정특례 등록을 한 크론병 환자만 4,621명이다. 이는 2020년 전체 신규 희귀질환 발생자(5만2,310명)의 8.8%에 달하는 수치다.     

2020년 크론병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2만5,532명이었다.(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병원 치료를 받지 않은 크론병 환자까지 넉넉하게 잡아도 전체 크론병 환자 수에 비해 최근 눈에 띄게 크론병 환자가 늘고 있다.

최근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크론병은 도대체 어떤 병일까?

지난달 30일 충남대병원 주최로 열린 '2022년 충남권 희귀질환 거점센터 온라인 심포지엄 다빈도 희귀질환Ⅱ'에서 이 병원 소화기내과 강선형 교수는 "장내 염증 조절 반응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 크론병"이라며 "정상적인 미생물총이 장내 점막층을 통과해서 면역체계에 노출되고 다양한 염증물질들을 분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론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 병은 주로 10~30대에게 다발하며, 주로 하복부를 침범해 복통과 설사 등을 유발한다.

강 교수는 "상복부를 침범하는 경우에는 오심과 구토, 체중 감소를 일으킬 수 있다"며 "드물지만 크론병으로 인해 장이 폐색되거나 천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기관 어디든 생길 수 있지만 병이 다발하는 곳은 소장과 대장이다. 이번 희귀질환자 통계 연보에서도 소장 및 대장의 크론병은 2,362명, 소장 크론병은 1,317명, 대장 크론병은 942명 등으로 조사됐다.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크론병의 치료 목표는 환자마다 천차만별이다. 강 교수는 "크론병의 경과는 환자들마다 굉장히 다르다"며 "따라서 환자의 경과를 조금 우호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 치료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치료 목표는 심한 염증으로 장이 뚫리는 천공 같은 합병증을 막는 것이다. 

관해(염증이 없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크론병이 완치되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병을 컨트롤해서 염증이 장의 협착, 천공, 누공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크론병으로 장이 좁아지는 협착이나 누공, 천공 등이 생길 때는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천공으로 장 내 음식물 등이 위장관을 벗어나면 응급수술을 통해 빠르게 교정해야 한다. 이로 인해 복막염이 심각해지면 패혈증, 쇼크 등을 초래해 사망할 수도 있다.

크론병 치료는 현재 약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약을 써도 조절이 되지 않을 때는 염증 부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한다. 강 교수는 "내과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수술을 해야 한다"면서도 "크론병은 수술을 한다고 해서 완치되는 병도 아니고 장루를 형성해야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을 굉장히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어 수술 치료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크론병 1차 치료는 스테로이드제제나 아자티오프린 같은 면역조절제가 쓰이고 있다. 이런 치료제로 염증이 사라지거나 주는 효과를 보지 못할 때는 크론병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염증물질인 종양괴사인자(TNF-α)를 직접 타깃하는 약물을 쓴다. 

강선형 교수는 "TNF-α에 대한 항체 인플릭시맙 등이 도입돼 실질적으로 사이토카인을 직접 블록함으로 좀 더 나은 치료 결과들을 현재 가져오고 있다"며 "최근에는 우스테기누맙 등 다양한 기전의 약제들이 새로 나와 크론병 치료에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