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로그 명의] 예방접종 중 아이 뼈가 똑 부러졌다고?
서울대병원 소아정형외과 조태준 교수에게 듣는 ‘골형성부전증’ 골형성부전증 유전자 70~80%, 뼈 주성분 '콜라겐' 관련 유전자 뼈 약해 키 작고 근력도 저하…척추 잘 휘어 '척추측만증'도 다발 칼슘·비타민D 적정 용량 섭취를…과하면 신장결석 등 부작용 有
뼈에 구멍이 숭숭 뚫려 골절 위험이 높은 ‘골다공증’은 중장년의 건강한 삶을 위협한다. 그런데 어린아이에게도 골다공증과 같은 결과를 유발할 수 있는 병이 있다. 바로 유전성 희귀질환인 ‘골형성부전증’이다.
골형성부전증은 뼈 형성과 관련된 유전자의 이상으로 뼈가 부실해지는 병인데, 뼈 부실도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 질병 통계마저 정확하지 않다. 그래서 다른 유전성 희귀질환과 마찬가지로 국내 골형성부전증 환자 추계도 1,000~2,000명으로 정확도가 낮다.
국내 골형성부전증 치료 환경은 나쁘지 않다. 지난 1999년 국내 치료제가 도입됐고, 2000년대 중반에는 골형성부전증 환아의 골절 수술 시 사용하는 우수한 국산 고정기구가 개발됐다. 국내 처음 치료제를 도입하고 우수한 국산 고정기구를 직접 개발해 환아를 수술하는 골형성부전증 명의 서울대병원 소아정형외과 조태준 교수를 만나 이 병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유전성 희귀질환인 골형성부전증은 스펙트럼이 아주 넓은 병이라고 들었다. 어떤 질환인가?
선천적으로 뼈가 약해서 잘 부러지는 병이다. 이 병은 4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골형성부전증 1형이 가장 흔하고 가장 가벼운 증상을 보인다. 1형 여자 환자 중에는 평생 자신이 이 병에 걸린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같은 1형이어도 남자 아이들은 축구 같은 과격한 신체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100% 가깝게 골절을 경험하지만, 여자 아이들은 얌전하게 노는 경우가 많아서 평생 이 병인지 모르고 살다 죽을 수도 있다.
골형성부전증 2형은 증상이 가장 심하다. 심하면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뼈가 부러질 수 있다. 때문에 2형은 태어나는 과정에서 거의 사망한다. 산도를 지나는 과정에서 뼈가 와장창 부러질만큼 뼈가 약하다. 부러진 갈비뼈로 인해 숨을 못 쉬게 되면서 사망한다. 골형성부전증 3형이 2형 다음으로 심한 경우로 쉽게 골절이 되고, 그 다음이 4형이다.
- 진료 중 가장 많이 보는 골형성부전증 환자는 어떤 유형이고 어떤 이유로 병원을 찾나?
2형은 소아정형외과 의사에게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거의 산부인과 의사 손에서 끝난다. 골형성부전증 환자는 1형이 가장 많지만 1형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병원에 안 올 수 있다. 그래서 실제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는 1형과 3형, 4형이 동일한 수준이다. 1형은 수술 받으러 오는 것보다 정기적으로 외래진료를 보러 오는 경우가 많다. 골절 수술을 받으러 오는 환자는 3형과 4형이 더 많다.
20여개 골형성부전증 원인 유전자 확인…매년 1개 꼴 새로 발견
- 골형성부전증은 언제 의심을 해볼 수 있고, 실제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그럴 일이 아닌 사건에 뼈가 부러지는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아이가 예방접종을 할 때 간호사가 붙드는 힘에 팔이 뚝 부러진다거나, 넘어져 까딱하면 뼈가 부러진다거나 할 때 의심해볼 수 있다.
진단은 골밀도검사, X-ray 검사, 신체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골밀도검사는 5세 이후일 때만 한다. 5세 이하는 골밀도 정상 값이 얼마인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 최종적으로 골형성부전증은 유전자검사를 통해 판단한다.
그러나 유전자검사를 해도 10%의 골형성부전증 환자는 골형성부전증 유전자가 나오지 않는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유전자가 있는 것이다. 현재 약 20가지 골형성부전증 유전자가 확인됐고 일 년에 하나 꼴로 새롭게 발견돼 검증 과정을 거쳐 골형성부전증 유전자로 정립되고 있다.
- 골형성부전증은 주로 어떤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는 것인가?
골형성부전증 환자 70~80%의 원인 유전자가 뼈를 구성하는 주성분인 교원질, 즉 피부에도 많은 콜라겐 관련 유전자다. 콜라겐은 피부에도 많이 있지만 뼈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교원질을 만드는 유전자의 결함이나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가 가장 많다.
나머지 10~20%의 환자는 교원질을 만드는데 작용하는 효소 등과 관련된 유전자 이상인 경우다. 재료가 안 좋거나 가공 상태가 안 좋으면 결국 만들어지는 생산물이 불량품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재료가 안 좋든 가공 상태가 안 좋든 증상은 동일하게 나타난다.
- 골형성부전증 유전자는 언제 돌연변이나 결함이 생기나?
난자, 정자가 생기는 과정이 좀 독특한 생물학적 현상인데, 그때 잘 생긴다. 만약 어느 정자에 돌연변이가 생겼고, 그 정자하고 정상 난자가 만나서 수정란이 되면 그 수정란이 분열하면서 2개, 4개, 8개, 16개가 된다. 그럼 그 세포들은 몽땅 다 똑같은 돌연변이를 가지게 된다.
좀 독특한 양상의 돌연변이도 있다. 수정란이 될 때까지는 멀쩡했는데, 2개, 4개, 8개에서 16개가 될 때 그 중 하나에만 돌연변이가 생기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16분의 1만 돌연변이가 있고, 16분의 15는 돌연변이가 없다. 이런 경우에는 골형성부전증이 없다. 골형성부전증이 있다고 해도 증상이 굉장히 약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사람이 아기를 가질 때 그 16분의 1의 세포가 아이에게 온전히 전달되면 아이는 몽땅 가지고 있으니까 자식한테는 골형성부전증이 발현된다. 이런 독특한 현상을 모자이시즘(mosaicism)이라고 한다. 부모 모두 골형성부전증이 없는데, 아이에게 골형성부전증이 있을 때 살펴보면 이런 경우다.
- 골형성부전증 부모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
2세를 계획할 때 산부인과에서 착상 전 유전 진단(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PGT) 검사를 해서 정상 배아를 엄마 배 속에 넣어주는 방법이 있다.
- 골형성부전증이 뼈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고 들었다. 어떤 문제들이 생길 수 있나?
뼈가 약하기 때문에 골절이 잘 되고, 키도 작을 수 있다. 또 뼈만이 아니라 근력도 약할 수 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근육 자체에 있는 교원질 때문일 수도 있고, 자주 골절되면서 움직임이 제한돼 근력이 떨어지는 것일 수 있다. 인대와 관절도 굉장히 유연하다. 또 발바닥 아치가 무너져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평발이 아주 심하다. 치아도 부서지기 쉽다.
척추도 잘 휘고, 척추 뼈가 찌그러질 수도 있다. 척추측만증이 심해지면 심폐기능을 압박해서 숨 쉬기도 힘들어지고, 심장에도 문제가 생겨서 아주 심한 환자들은 사망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척추 수술을 해서 척추를 바로 잡아야 한다.
- 골형성부전증이 의심될 때 어떤 식으로 진료와 치료가 이뤄지나?
정형외과 중 소아정형외과라는 분야가 따로 있다. 소아정형외과 전문의는 골형성부전증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골형성부전증 전문가를 찾아 환자를 보낸다. 골형성부전증은 현재 약물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처음으로 골다공증약물인 비스포스포네이트에 대해 보고됐고, 국내에서는 1999년 도입해 지금 아주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약이 질병을 완벽하게 막아주지 못하지만, 덜 부러지고 잘 못 걷던 아기들이 잘 걷게 되고 통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는 통증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 치료제는 심하면 태어나서부터 쓴다. 문제는 성장이 끝나고 나면 그 약이 효과가 별로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장판이 닫힌 다음에 쓸 수 있는 약들을 지금 한창 개발하고 있다.
유전자·세포 치료 등 다양한 방법 시도돼…항체 신약도 임상연구 중
- 성장호르몬치료, 유전자치료, 세포치료, 골수이식 등 다양한 치료가 골형성부전증 치료로 시도 중인 것으로 아는데, 어떤 치료가 가장 유망하다고 보는가?
성장호르몬치료는 키를 키울 목적으로 시도해 보면 어떨까 해서 비스포스포네이트와 나란히 치료를 시도해봤지만, 별로 효과가 없어 지금은 폐기된 상황이다. 유전자치료와 세포치료는 효과와 안전성이 확립되면 도입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현재는 연구 수준이다. 뼈는 인체 다른 조직과 동떨어진 부위다. 뼈조직에 유전자나 세포를 전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골수이식은 한때 반짝해서 연구가 이뤄졌는데, 효과는 별로 없고 골수이식으로 인한 위험이 너무 높아 폐기됐다. 골형성부전증 1형, 3형, 4형은 죽을 병이 아닌데, 골수이식을 하다가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골수이식을 할 이유는 없다.
현재 골형성부전증 단일 클론 항체 신약이 개발 중인데, 굉장히 효과가 좋다고 들었다. 이 약은 골 형성을 저해하는 단백질 스클레로스틴에 작용한다. 뼈를 분해하는 세포를 억제해서 부실한 뼈로 담을 쌓는 역할을 하는 비스포스포네이트와 조금 차이가 있지만, 둘 다 결국은 뼈의 총량을 늘려준다. 더불어 이 약은 성인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약제의 임상시험이 세팅될 때 우리나라도 참여하려고 했는데, 우리나라를 빼놓고 시작했다.
또 하나는 성인 골다공증 환자에게 많이 쓰이는 부갑상선호르몬제인데, 현재 성인 골형성부전증 환자에게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약제는 아이들은 대상이 아니다. 단일 클론 항체 신약은 아이들까지 쓸 수 있다.
- 골형성부전증으로 골절이 생겼을 때, 일반 골절과 다르게 치료를 하나?
아이들은 골절됐다고 해서 꼭 수술하지는 않는다. 기부스를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하지만 골형성부전증 아이들은 골절되면 대부분 수술한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기부스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서너 살만 넘으면 수술해서 뼈를 튼튼하게 해놓는 게 더 바람직하다.수술 방법도 일반 애들한테 하는 거랑 완전히 다른 컨셉으로 이뤄진다. 뼈를 붙이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뼈를 더 보강해 주는 목적으로 수술하기 때문이다.
수술할 때 금속 막대 삽입을 하는데, 일반 골절 환자한테는 안 하는 치료다. 또 금속 막대 자체가 독특한 디자인으로 돼 있는데, 아이들의 성장에 맞춰 금속 막대가 안테나처럼 늘어난다. 텔레스코픽 로드라고 불리는 이 금속 막대는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춰 몇 번 교체해주는 수술을 할 수도 있다. 많이 수술하는 사람은 10번도 넘게 하고, 한 번 해놓으면 사춘기까지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골형성부전증 혈관도 약해…"중장년층 심뇌혈관질환 위험 높아"
- 골형성부전증 환자들은 보통 어느 정도 주기로 정기진료를 받고, 어떤 검사를 하나?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와서 주사를 맞는데, 상태에 따라 주기는 다양하다. 짧게는 한 달 반일 수도 있고, 3개월, 4개월, 6개월일 수도 있고, 제일 길게는 1년에 한 번씩 비스포스포네이트 주사를 맞는 경우도 있다.
골밀도검사는 보통 한 1년 단위로 해서 상태를 체크한다. 또 척추측만증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척추 엑스레이 검사도 1년에 한 번 한다.
더불어, 병원에 올 때마다 혈액검사를 해서 약물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핀다. 뼈가 흡수될 때 몸 안에 내보내는 단백질 조각들의 농도를 살피는 것으로, 약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보는 것이다. 유전자 돌연변이 종류에 따라서 비스포스포네이트를 써도 효과가 없을 때도 있어서 확인하는 차원이다. 이런 수치를 보고 칼슘을 보충해 주기도 한다.
약물치료를 2~3년 정도하면 효과가 더 이상 올라가지는 않는다. 이때는 약물 용량을 좀 줄여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약물 효과가 축적돼 골 조직이 좀 왜곡돼 버릴 수 있다. 이때는 점점 줄여서 절반만 주거나 기간을 두 배로 늘려서 약물치료가 계속 이뤄지게 한다.
- 골형성부전증 환자는 일상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어린 골형성부전증 환자들의 경우, 푹신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위험한 활동을 하지 않게 해야 한다. 운동은 과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많이 할 것을 권한다. 다만 혼자하는 운동을 즐겨야 한다. 피구, 축구, 농구는 골형성부전증 환자에게 맞지 않다. 산책이나 수영 같은 운동이 좋다.
이 병은 유전자 이상이기 때문에 무엇을 먹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뼈가 약하다고 해서 칼슘을 많이 먹이는데, 그건 아주 안 좋다. 꼭 필요한 양만큼만 먹어야지 너무 많은 칼슘이 몸에 들어오면 칼슘 농도가 크게 높아져서 돌이 잘 생긴다. 실제 골형성부전증 환아들에게 신장결석이 많이 생기는데, 이런 이유다. 비타민D도 많이 복용하는데, 그것도 정량만 먹으면 되지 과량을 먹으면 비타민D 중독증이 된다. 칼슘이랑 비타민D를 먹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꼭 필요할 때 권장량만큼만 먹어야 한다.
또 골형성부전증은 혈관마저 약하다. 혈관 구성물질에도 콜라겐이 있는데, 걔들마저 부실한 것이다. 수술할 때보면 다른 환자들에 비해 골형성부전증 환자들은 지혈이 잘 되지 않는다. 현재는 증례 보고 수준이지만, 중장년층의 골형성부전증 환자는 심뇌혈관질환으로 사망 위험이 높다. 그런데 이런 위험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골형성부전증 중장년층 환자는 이런 위험을 잘 알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 골형성부전증 환우와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유전질환이라고 해서 부모가 과도하게 죄책감을 갖는데, 죄책감을 떨쳐버리라고 전하고 싶다. 죄책감은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왜곡할 수 있다. 또 그것은 부모의 죄도 아니다.
또 부모에게도 같은 병이 있는 경우 거동이 어려워 아이의 최적의 치료 타이밍을 놓치는 일도 있는데, 사회복지시스템이 예전보다 좀 더 잘 돼 있으니 이런 공공서비스를 잘 이용해 최적의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