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로그 명의] "암 전이되면 수술 불가? 수술도, 완치도 가능"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안중배 교수에게 듣는 ‘대장암’ 2000년 초 전이암 수술 불가 ‘불문율’ 대장암에서 깨져 45세부터 3~4년에 한 번 대장내시경 조기 검진 권고  ‘항암치료’ 필요한 대장암 환자 ‘선별법' 찾는 연구 주목   

2022-12-23     김경원 기자

대장암 치료 성적은 한국이 전 세계에서 1위다. 지난 2018년 국제연구협업네트워크 ‘콩코드(Concord)’는 2010~2014년 71개국, 322개 암 등록기관이 보유한 18종의 ‘암’ 환자 3,750만명에 대한 자료를 토대로 각국의 암 치료 성적을 조사한 뒤 국제 저명 학술지 ‘란셋’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대장암 5년 생존율은 결장암 71.8%, 직장암 71.1%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같은 기간 국내 빅5 대형병원인 세브란스병원의 대장암 5년 생존율은 1기 93.1%, 2기 84.7%, 3기 78.7%였으며, 말기암인 4기의 5년 생존율도 24.2%에 달했다.(세브란스병원 종양등록사업 25년 보고서 자료) 대장항문외과, 간담도외과, 흉부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여러 전문 의료진이 모이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이 같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는 대장암 명의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안중배 교수를 만나 대장암에 대한 모든 것을 들어봤다.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안중배 교수. 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 최근 젊은 대장암이 늘고, 크론병·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장질환으로 인한 대장암 환자도 증가세를 보인다고 들었다. 대장암 발생 경향에 변화가 있나?

염증성장질환으로 인한 대장암 환자는 과거보다 확실히 늘었지만, 이외에 대장암 발생에 있어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조기 검진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과거보다 많이 하면서 대장암이 빠르게 진단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대장암의 약 5% 정도가 유전성 대장암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한다. 유전성 대장암의 하나인 가족성선종성폴립증(Familial adenomatous polyposis)은 20대에 발병하기도 한다. 최근 유전자검사 빈도가 잦고 이 검사로 발병 위험도가 제시되면서 유전성 대장암 환자의 가족들도 이른 나이부터 대장내시경 검진을 받는 추세다. 점차적으로 젊은 나이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할 수 있게 과거보다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젊은 대장암이 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 국내 다발 암의 하나인 대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는 초기 단계 증상이 있는지 궁금하다. 더불어 대장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제시해달라.  

50세 이상 국가암검진에서 대변잠혈검사를 하는데, 말 그대로 대변에 피가 섞여나오는지 보는 것이다. 그것은 대장에 암이 있다는 신호라기보다 대장에 어떤 ‘병’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대부분이 치질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대장내시경을 할 수 있는 접근성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대장암은 증상으로 말하기 쉽지 않다. 대부분 배변 습관의 변화로 나타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변 습관이 불규칙해서 구분이 쉽지 않다. 그러나 증상이 계속 반복되고, 더 악화되는 것이 확인되면 그때는 대장암을 의심하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요즘 대장내시경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의 단체에서는 대장암 조기 진단을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45세부터 받아야 한다고 권한다. 45세부터 3~4년에 한 번씩 하면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또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는 사람은 그 환자가 진단된 나이보다 10살 더 어릴 때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을 것을 권한다. 유전성 대장암 위험이 있는 사람은 20세 이전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여러 개의 폴립이 발견돼 제거하는 사람이 많다. 암은 아니지만, 폴립이 계속 많이 생기는 사람은 특별히 관리가 필요한가?

암이 되기 전 단계인 폴립이 계속 생긴다는 것은 대장에 그것을 발생시키는 뭔가가 간다는 의미다. 이때는 식습관이 제일 큰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육식을 많이 하는 사람은 육식을 줄일 필요가 있다.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고 소식을 해야 한다. 체중이 늘지 않게 활동량도 늘릴 필요가 있다. 또 이런 사람들은 대장내시경 검진 간격도 3년보다 짧아야 한다. 폴립을 제거한 의사의 권유대로 대장내시경을 주기적으로 하기를 권한다. 

-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대장암 진단 뒤 어떤 추가 검사가 이뤄지나?  

대장암의 범위를 확인하기 위해 CT 등의 영상검사를 한다. 먼저 대장암이 다른 장기까지 침범한 것은 아닌지 복부 CT 검사를 한다. 보통 대장암은 폐, 간으로 전이가 잘 되고 인접 장기로도 퍼질 수 있어 이것을 보는 것이다. 여기서 암 전이가 확인되면 뇌나 뼈에 전이가 되지 않았는지 추가 검사를 하기도 한다. 

"진행성 대장암, 다학제 진료가 중요…성적이 증명"

- 대장암 치료에 여러 치료기법들이 나왔다. 최신 치료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대장암에 여러 치료 기법들이 도입됐지만, 각 개별로 보면 지금의 대장암 치료 성적 모두를 설명할 수 없다. 면역항암제인 세툭시맙, 베바시주맙도 하나 하나 성적을 따지면 평균 2~3개월 정도 생존기간을 연장한 수준이다. 수술과 방사선 기법도 좋아졌지만,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은 최소 절개를 통해 빠른 회복을 유도하는 것이고 양성자 등의 방사선치료도 정상세포를 살리고 암세포만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는 치료들이다.     

그럼에도 2000년과 2020년 대장암 데이터를 보면 치료 성적에 큰 차이가 나는데, 그것은 여러 분과의 의료진 간의 협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대장암 치료 분과는 국내 다학제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부터 의료진 간 협력을 통해 대장암을 치료해왔다.

암이 전이되면 수술이 불가하다고 모두가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깨고 전이암에 수술을 시도한 첫 번째 암이 대장암이다. 밀레니엄 이전 국내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그런 시도들이 진행됐고 실제로 가능성을 갖고 흉부외과, 간담도외과 등에 폐, 간에 전이된 암을 제거하는 시도를 해보니 완치가 되는 대장암 환자들이 나왔다. 

이제 이 치료는 전이성 대장암에서 표준치료로 생각한다. 대장암 4기의 생존 중앙값(평균 생존기간)이 지금도 30개월을 말하기 쉽지 않은데, 2010~2014년 기준 세브란스병원의 4기 대장암 생존율이 24.2%로 오른 것은 여러 분과의 의료진 간 협력을 통해 이런 치료가 이뤄졌던 덕분이다. 

그래서 조금 민감한 이야기지만, 진행성 대장암 환자는 다학제 진료가 이뤄지는 큰 병원에서 치료받을 것을 권한다. 여러 분과 의료진 간 커뮤니케이션이 잘 될수록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치료 성적이 확 좋아진다. 물론 간, 폐에 암이 수십 개 전이돼 있으면 수술을 못한다. 두세 개 전이됐을 때 시도해볼 수 있다. 또한 전이성 대장암은 치료 기간이 길기 때문에 환자의 컨디션이 중요하다. 환자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수술을 시도하기 어렵다. 

안중배 교수. 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 대장암 치료 성적을 지금 보다 더 높일 수 있는 유망 치료로 기대하는 분야가 있다면?

최근 나온 면역치료제에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군에 대한 정보가 명확해지면 지금보다 더 높은 치료 성적들이 나올 것이다. 면역치료는 암 세포 주변의 환경을 타깃한 치료다. 암 세포 주변의 세포들을 깨워서 암 세포를 없애려고 하는 것이니, 표적치료 보다 좀 더 광범위하게 암세포를 공격한다. 

치료 영역에서 볼 때 앞으로 면역치료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줘야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지금은 치료 효과가 나오는 사람이 적다. 하지만 치료 효과를 보는 사람은 완치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면역치료는 치료 효과를 본 경우 2~ 3년 간 약효가 지속돼 완치를 노려볼 수 있다고 본다. 

- 현재 대장암에서 정밀의료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가 있나?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서 유전자 BRAF, RAS, MSI-H 등에 대해 맞춰 치료제를 쓰고 있다. 대장암 4기가 되고 완치가 안 될 경우에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를 통해 새로운 치료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치료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MSI-H 대장암은 면역치료제에 굉장히 예민하다. 

- 대장암 분야에서 현재 연구되는 것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를 소개한다면?

암세포에서 흘러나온 DNA 조각인 ctDNA(순환종양핵산)에 대한 연구다. 수술을 해서 암세포를 제거한 뒤 현재 항암치료를 하는 것은 암세포가 보이지 않아도 어딘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대장암 3기면 무조건 항암치료를 하는데, ctDNA를 확인해 항암치료를 하지 않아도 될 사람을 선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장암이라고 해도 100% 재발하지 않는다. 수술만 해도 완치율이 50%다. 그런데 거기다 항암제를 더하니까 완치율이 65~70%가 된 것이다. 항암치료를 해서 완치율이 15~20% 더 올라간 것이다. 다르게 얘기하면 처음부터 50%는 재발 안 한다. 그래서 ctDNA를 통해 항암치료를 해야 되는 사람과 안 해도 되는 사람을 찾는 것에 여러 암 전문 의료진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항암치료는 어쨌든 환자에게 휴유증을 남긴다. 때문에 정말 필요한 환자한테 하는 게 중요하다. 이게 가능해지면 의료비용도 엄청 아낄 수 있고, 환자의 삶의 질도 달라질 것이다.

- 마지막으로 대장암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음을 편하게 갖았으면 좋겠다. 암 환자라고 무엇을 챙겨 먹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게 있으면 의사가 조언해줄 것이다. 현재는 그런 게 없다. 정 무언가를 먹고 싶으면 비타민제 정도를 권한다.

또 고기가 대장암 유발인자라고 생각해 안 먹는 환자도 있는데, 고기를 먹어도 된다. 다만 편식과 폭식은 피하고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운동이 필요하지만 스트레스 받을 정도로 운동을 하는 것도 권하지 않는다.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고, 몸 컨디션이 좋으면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걸어가는 정도로 편하게 운동했으면 좋겠다. 또 체중이 늘지 않도록 식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