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많은 대장암 예후 예측 가능한 바이오마커 발견

서울대병원‧연세대 공동연구팀…대변에 ‘프리보텔라’ 많으면 예후 긍정적

2022-12-27     이창호 기자

대장암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다빈도 암 3위고, 사망률은 2위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암이다. 대장절제술 이후 암이 재발하는 경우도 많아 예후를 미리 예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편 현재까지 대장암 예후에 대한 광범위 미생물 바이오마커 스크리닝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와 관련, 대변에 존재하는 장내 미생물을 이용해 대장암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밝혀졌다. 이는 향후 대장암 맞춤 치료와 재발 방지의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울대병원 박지원연세대 김지현 교수(허지원 박사) 공동연구팀은 대장암으로 원발성 종양절제술을 받은 33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대장암과 장내 미생물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대장암 환자의 장내 미생물에서 대장암 수술 후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균주들을 탐색하기 위해 대장암 수술 환자 333명의 수술 전 2주 이내 대변 샘플을 수집해 차세대 유전자 시퀀싱을 수행했다. 이후 수술 후 대장암 진행과 감소 여부를 3년 정도 추적 관찰했다.

인간의 장내 미생물의 대표 표현형은 크게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형과 프리보텔라’(Prevotella)형이다. 연구팀 분석 결과, 대표 장내 미생물인 프리보텔라 양이 많을수록 대장암의 예후가 좋았다.

프리보텔라 양이 많은 그룹은 양이 적은 그룹에 비해 무진행 생존율(PFS)이 유의하게 높았다. 프리보텔라는 주로 채식을 하는 동양권에서 많이 발견되는 미생물이다. 채식과 대장암 예후의 긍정적인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가 될 수 있다.

이에 비해 대표 병원성 미생물인 푸조박테리움’(Fusobacterium nucleatum)3개의 새로운 미생물(Alistipes sp. Dialister invisus Pyramidobacter piscolens)이 존재하면 대장암 예후가 나빠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발견한 5종의 예후 바이오마커 미생물들을 조합해 새로운 장내 미생물 예후 바이오마커를 개발했다. 이 바이오마커는 기존에 활용되는 여러 임상 지표들과 비교했을 때 더 우수한 예측력을 보였다. 가장 대표 대장암 예후 인자인 암 병기에 장내 미생물 바이오마커를 추가했을 때, 예후 예측력이 뚜렷하게 향상되는 것이 확인됐다.

또 연구팀은 참조 미생물 유전체에 기반한 장내 미생물 대사 체계를 추론하는 분석도 함께 진행했다. 분석 과정에서, 미생물에 의한 비타민B1(Thiamine) 생성이 대장암 예후를 개선하고, 장내 세포사멸 면역세포(CD8+ T세포)의 숫자와 높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존 미생물을 활용한 예후 연구는 두어 개 적은 미생물에 한정돼 있었다. 이번 연구는 4가지의 새로운 미생물을 추가로 제시하면서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대장암 환자의 맞춤형 예후 예측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서울대병원 대장항문외과 박지원 교수는 여러 질환에서 장내 미생물의 중요성이 밝혀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이 대장암의 예후 예측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연구 결과는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대장암 맞춤 치료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김지현 교수는 대장암 예후에 활용될 수 있는 장내 미생물에 대한 추가 연구를 통해 미생물을 이용한 대장암 예후 개선과 재발 방지 가능성이 열렸다이번 연구 후속으로 식이와 장내 미생물 대사가 대장암 예후에 미치는 영향과 이들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은 미생물학 연구 분야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2021JCR IF = 16.837)> 1128일 온라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