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대장암의 40% '직장암', 치료 패턴 확 바뀌었다
직장암 치료, '다학제 진료' 통해 다양한 시도 이뤄져 '항암방사선 뒤 수술' 증가…재발률·장루 형성률 감소 항암→방사선→수술 순으로 직장암치료 이뤄지기도
전체 대장암의 40%를 차지하는 '직장암'의 치료 패턴이 지난 10년간 확 바뀌었다. 암진료에 다학제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직장암에서 다양한 방법의 치료가 시도되고 있는 까닭이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종양혈액내과 이상철 교수는 대한종양내과학회의 유튜브채널(KSMO TV) '그 암이 알고싶다'에서 "수술이 가능하거나 불가능한 간 전이 직장암 환자도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대장항문외과 의료진이 다학제 협진을 해서 항암방사선치료를 먼저 할지, 항암치료를 먼저 할지, 항암치료를 하다가 수술할지, 항암치료를 하고 방사선치료를 한 다음 수술할지 등 지금 다양하게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며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직장암 치료법을 결정하는 시대"라고 현실을 짚었다.
직장 일부 '장점막' 없어…미세암 침범 더 많아 재발률↑
대장은 상행결장, 횡행결장, 하행결장, S상 결장과 직장으로 나뉜다. 대장암은 위치에 따라 결장암과 직장암으로 구분하는데, 직장암은 결장암보다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상철 교수는 "직장 중 아래쪽 3분의 2에 해당되는 부위부터 싸고 있는 막이 없어진다"며 "이 아래쪽에 암이 생겼다면 바로 지방층이 있고 여기에는 비교적 혈관들이 많이 있어 미세하게 암이 침범되는 경우가 조금 더 높다"고 말했다.
직장은 결장과 달리 장점막이 없는 곳이 있는 데다 그 주위에 혈관이 많아 상대적으로 암이 더 넓고 빠르게 퍼질 수 있는 환경이다. 이 교수는 "그래서 그런지 수술하고 나서도 이 근처에서 재발하는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주변 구조물로 절제 많이 하기 어려워…해법은 방사선치료
암이 넓게 퍼질 수 있는 환경일 때는 조금 더 많이 절제를 해서 재발 비율을 낮추지만 직장암은 그것도 어렵다. 이상철 교수는 "직장은 장점막의 분포, 주위의 장기(자궁·방광)와 뼈(골반·척추), 그 다음에 혈관이나 신경, 괄약근 등의 구조물들이 (결장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에 깔끔하게 제거하기 어렵다"며 "충분히 절제를 하면 성기능 장애나 대변 보는 데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높다"고 말했다.
직장 앞뒤좌우로 장기들이 가까이 붙어 있어 직장암은 공간이 좁아 결장암보다 수술도 어렵다. 장폐색이나 출혈 빈도도 결장암보다 직장암에서 높다. 암이 직장의 아래쪽에 있는 경우에는 아래쪽 직장과 위의 결장을 연결하기 불가능해 결국 배쪽으로 장루를 만드는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항문에서 5~7cm 위쪽에 암이 있으면 장루를 보통 만들지 않는데, 그 아래쪽에 침범돼 있으면 장루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이상철 교수는 "워낙 좁고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수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처에서 재발할 확률이 높고, 충분히 절제를 하더라도 바로 앞에 붙어있는 여러 장기들 때문에 다 절제를 못 할 경우에 이 앞 장기에서 암세포가 묻어있다가 재발하는 경우도 있고 너무 아래쪽이기 때문에 직접 연결하면 바로 아래 직장에서 재발하는 경우, 뼈에서 재발하는 경우 등 골반 내 재발률이 결장암에 비해 훨씬 빈도가 높다"고 말했다.
때문에 직장암은 같은 대장암인 결장암과 다른 치료 전략을 쓴다. 재발률 빈도를 줄이기 위해 결장암과 달리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것이다. 물론 결장은 음식물을 이동시키는 근육의 물결 모양 운동인 연동운동을 하기 때문에 방사선을 쏘이기 어려운 장기여서 방사선치료를 거의 하지 않는다. 직장은 연동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방사선치료에 적합하고 치료 효과도 높다.
수술 불가능 암도 항암방사선치료로 수술 가능해지기도
같은 대장암이지만 직장암이 결장암과 다른 점은 수술 전 항암방사선치료가 시도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환자의 암 침범 정도나 임파선 침범 정도에 따라 근처에서 재발할 확률을 계산한 다음 어느 부위에다 방사선량을 어느 수준으로 쐴 건가를 결정을 해서 방사선치료를 한다"며 "이 치료는 수술 전에도 하고 수술 후에도 할 수 있지만 현재는 수술 전에 더 많이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수술 전 항암방사선치료를 더 많이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상철 교수는 "항암방사선치료가 재발율과 장루 가능성을 떨어뜨리며 수술할 수 있는 가능성도 올려준다"며 "단점은 항암방사선치료 뒤 수술하기 때문에 수술 관련 합병증이 올라가는 것인데, 이런 위험보다 장점이 더 크기 때문에 수술 전 항암방사선치료가 조금 더 선호된다"고 말했다.
이 치료를 통해 처음에는 수술이 불가능했지만, 수술이 가능하도록 전환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장루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평가됐지만, 항암방사선치료를 통해 수술 부위를 축소해서 장루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장암은 일반적으로 치료 순서가 정해져 있다. 간, 폐 등으로 전이 되지 않았고 장폐색이 없으면 조기 직장암인지, 진행성 직장암인지에 따라 치료법이 세팅되어 있는 상황인 것이다.
조기 대장암이면 병리 검사에서 암의 침범 깊이에 따라 내시경적 수술을 할지, 수술을 할지 정해 제거한다. 진행성 직장암이면 보통 수술 전 5주간 항암방사선치료 뒤 4~6주 사이에 수술을 하고, 수술 후 4~6주 사이에 나온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병기를 확인하고 보조항암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직장암을 시작으로 복강내 임파선 전이나 암 전이가 이뤄졌거나 간, 폐 등으로 다발성 장기 전이가 있을 때는 전신 암을 어떻게 컨트롤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또 장폐색으로 음식 섭취가 불가하거나 방광 등 여러 장기에 암 침범이 있어서 지속적인 혈뇨나 혈변이 있으면 출혈 부위를 억제하기 위한 치료를 먼저 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
이 교수는 "장폐색이 되면 환자는 못 먹게 되는데, 먹는 것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먹는 게 불안정하면 먹는 것을 유지시키기 위한 치료법으로 장루를 형성하는 등의 증상 완화 목적의 수술이 먼저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또 암이 골반 내 뼈에 침범해 심한 통증이 유발이 되거나 하면 방사선치료를 먼저 해서 암에 의한 증상 중 제일 불편한 것들이 뭐냐에 따라서 그 부분을 먼저 해결하기 위한 치료가 우선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암세포가 골반 내 방광 등 여러 장기에 침범해 지속적 혈뇨나 혈변이 있는 등 출혈 문제가 있으면 출혈 부위를 억제하기 위해서 방사선치료를 먼저 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암이 과도하게 진행돼 다양한 증상이 있는 경우라면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치료법을 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