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버텨봐요” 종양내과 의사들이 암 환자 손잡아 준 이유는?

[코리아헬스로그-신문 청년의사 공동 신년특집 좌담회] 종양내과 4인이 말하는 ‘암 환자 치료접근성 제한, 이대로 좋은가’ 효과 좋은 약 두고 다른 약부터 써야 하는 불합리한 항암제 급여기준 암 환자, 기다려주지 않아…빨리 사용할수록 추가 치료 없이도 사회 복귀

2023-01-20     유지영/김윤미 기자

독성항암제에 이어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최근 들어 다양한 항암제들이 개발돼 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치료할 약이 있음에도 제도나 정책 때문에 그림의 떡이 되기 일쑤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청년의사와 공동으로 신년 특집 암 환자 치료접근성 제한,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현장에서 효과가 좋은 약을 두고도 써보지도 못하는 상황은 언제이고, 그 이유는 무엇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유방암, 간세포암, 방광암, 자궁경부암 등 4개 암 분야 종양내과 전문의들과 논의해봤다.<편집자주>

사진 왼쪽부터 유창훈 교수, 김영생 교수, 박인근 교수, 안희경 교수

사회(코리아헬스로그 유지영/ 청년의사 김윤미 기자) :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비소세포암치료제 ‘타그리소’, 한국다이이찌산쿄의 전이성 유방암치료제 ‘엔허투’ 등과 같이 최근들어 암 환자들이 국민청원 등을 통해 건강보험 급여를 촉구하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항암제가 개발됐지만 국내 도입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데다 높은 건강보험 문턱 탓에 수천만원에 이르는 약값을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암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들로서도 답답한 때가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떠한가.

서울아산병원 유창훈 교수 : 간세포암의 경우 최근 식약처 허가를 받은 약제는 많지만, 실제 쓸 수 있는 치료옵션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간세포암 환자가 수술 또는 국소치료의 적응증이 되지 않는 경우 전신치료의 1차 표준요법으로 아테졸리주맙(제품명 티쎈트릭)+베바시주맙(제품명 아바스틴) 병용요법을 쓰고 있다. 1차 치료에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을 썼는데도 실패하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지만, 사실 여기서 쓸 수 있는 약은 많지 않다.

면역항암제인 아테졸리주맙 병용요법을 사용한 뒤에는 2차 치료에 표적항암제(Tyrosine Kinase Inhibitor, TKI)를 써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간세포암 치료에 허가받은 표적항암제는 소라페닙(제품명 넥사바) 레고라페닙(제품명 스타바가) 카보잔티닙(제품명 카보메틱스) 라무시루맙(제품명 사이람자) 렌바티닙(제품명 렌비마) 등 5가지가 있지만, 실제 국내 치료 환경에서는 2차 치료에 소라페닙만 사용 가능하다.

이유는 정부가 식약처 허가사항을 마치 법 조항처럼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1차 치료제로 허가 받은 렌바티닙2차 치료 적응증이 없기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다. 나머지 표적치료제들은 모두 이전에 소라페닙으로 치료 받은 적이 있는 간세포암 치료에 허가 받았기 때문에 아테졸리주맙 병용요법을 받은 환자들은 곧바로 2차 치료에 사용할 수 없다. 불법이 돼버리는 것이다. 때문에 아테졸리주맙 병용요법을 1차로 사용하고 실패한 환자가 차세대 표적항암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2차 치료에 소라페닙을 사용한 뒤 3차 치료에 쓸 수밖에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차세대 약제들이 이와 같은 허가사항을 갖게 된 배경은 소라페닙이 지난 십수년간 사용해 온 유일한 간세포암 표준치료제이기 때문이다. 그 기간 동안 후속 치료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포함된 환자들은 모두 소라페닙을 사용한 환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아테졸리주맙 병용요법을 1차 치료에 사용하고 실패한 환자에서 2차 치료에 대한 생존율을 확인한 무작위 대조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 이하 RCT) 데이터를 요구하지만,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차세대 표적항암제를 보유한 제약사들이 1차 표준요법이 변경될 때마다 그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RCT를 다시 진행하지도 않을뿐더러, 이는 환자들에게도 비윤리적이라는 생각이다. 대조군에게 효과가 덜할 것으로 생각되는 소라페닙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다.

정부가 정말 RCT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나라가 간암 환자가 많은 만큼 아테졸리주맙 병용요법 이후 2차 요법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 임상연구를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닐까.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면 RCT 데이터가 없으면 없는 대로 최적의 후향적 연구 혹은 리얼월드 데이터를 인정해주든지, 전문가 자문을 받거나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참조해 허가사항을 변경해주면 좋은데 지금은 다 막혀 있는 상황이다.

어쨌든 현재 각 약제별로 전향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카보잔티닙의 경우 단일군 임상시험을 완료한 상태이며, 레고라페닙 역시 전향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연구들의 데이터가 나오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것이다. 더욱이 RCT가 아니다 보니 정부가 과연 단일군 임상시험 데이터를 근거로 허가사항을 변경해줄지도 의문이다.

'간암' 2차 치료 빈자리…결국 환자만 피해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들이 차세대 약제를 급여 처방 받기 위해 불필요한 치료과정을 겪어야 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아테졸리주맙 병용요법을 1차로 사용하고 실패한 환자에서 레고라페닙을 급여 처방 받기 위해 중간에 잠시 소라페닙을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젠 심평원에서 이마저도 다 잡아내 삭감을 하고 있어 그 길마저도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소라페닙을 한두 달 쓰는 동안에 환자들이 나빠져버리면 3차 치료의 기회조차 잃게 된다.

이미 제 환자 중에는 1차 치료에 아테졸리주맙 병용요법을 썼는데도 나빠져 (허가 기준에 따라) 소라페닙을 썼는데 빠르게 악화돼 결국 한달 정도밖에 버티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이 있다. 레고라페닙이나 카보잔티닙을 처방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지금 간암에 쓸 수 있는 약제가 7개가 넘는데, 이들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상황이 안돼 이 환자분처럼 3차 치료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급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2차 치료에 차세대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불법처럼 여겨지는 현 상황만이라도 개선해주면 좋겠다. RCT가 없어 허가사항 변경이 불가하다면 사전신청을 통해 비급여라도 차세대 약제 사용을 허가해줬으면 한다.

가천대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

길병원 안희경 교수 : 간암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유방암도 그런 경우가 많다. 약제 처방 기준이라는 게 변화한 치료 상황에 맞춰 반영이 돼야 하는데 과거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기준을 고수하다 보니 1, 2, 3차를 순차적으로 거쳐야 한다.

, 좋은 약을 쓰기 위해서는 옛날 약을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방암은 아직도 HER2 양성 환자에서 라파티닙(제품명 타이커브)’ 쓰려면 독소루비신을 맞아야 한다.

유창훈 : 이는 건보재정 면에서도 비용 효과적(cost effective)이지 않으며, 환자들에게도 불필요한 치료를 하게 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최근 수많은 신약들이 개발되며 약제 사용이 상당히 복잡해졌다. 오래전에 출시된 1차 항암제들 가운데 안 쓰는 약들도 적지 않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암종별로 안 쓰는 항암제들을 정리해 취소할 것은 취소하고, 쓸 수 있는 약들은 변화한 치료 상황에 맞게 반영해주는 게 필요하다.

안희경 : 결국 정부의 제도 및 정책의 문제는 두 가지로 귀결이 되는 것 같다. 하나는 치료 상황(Treatment landscape)이 바뀌는데도 여전히 옛날 임상시험 세팅을 고수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약제의 허가초과 사용 자유가 전혀 없으면서 3상 임상시험 데이터만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2가지가 급여 문제에 다 깔려있는 것 같다.

좋은 항암제 나왔으니 들어올 때까지만 살아남자 했는데…

사회 : 간암 이외에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나 정책으로 인해 좋은 약을 두고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안희경 : 최근 유방암 치료 분야에 정말 핫한 치료제가 있다. 바로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s, ADC)로 개발된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제품명 엔허투, 개발명 T-DXd)'이 그 주인공이다. T-DXd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서 사용되는 기존 ADC 제제인 트라스트주맙 엠탄신(제품명 캐싸일라, 개발명 T-DM1)'과 비교해 치료 성적을 크게 개선하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2년 전 쯤 T-DXd2상 임상시험인 DESTINY-Breast01 데이터가 처음 발표됐을 때 '좋은 약이 나왔으니 이 약이 국내에 들어올 때까지만 살아남자. 그러면 새로운 희망이 있다'며 한 50대 환자분의 손을 붙잡고 이야기한 기억이 난다. 당시 쓸 수 있는 약을 모두 사용하고 임상시험도 참여한 환자였는데 결국 치료제가 잘 듣지 않았다. 한국희귀의약품센터에 T-DXd를 신청했는데 4~8주 가량이 걸린다고 했다. 결국 그 분은 T-DXd를 써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

DESTINY-Breast01 연구에 포함된 환자들은 평균 6회의 항암치료를 받은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였다. 말 그대로 정말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인 셈이다. T-DXd는 그런 환자에서도 당시 전체생존기간(OS)이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을 정도로 좋은 데이터를 냈다. 쓸 수 있는 치료옵션을 다 소진한 다음에도 사용할 수 있고, 그런 환자에서도 OS가 좋았으니, T-DXd가 국내에 들어오는 시점까지만 환자가 잘 버티면 2년이고, 3년이고 더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최근에야 T-DXd가 국내에 도입됐지만, 여전히 국내 유방암 환자들에게 T-DXd 치료는 그림의 떡이다. 급여 적용 전까진 말이다.

누워 숨만 쉬는 생존과 가족과 일상생활하는 건 가치부터 달라

암은 언제 진단을 받고 어떤 약으로 치료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 여부가 극명하게 갈린다. 효과가 좋은 치료제를 더 빨리 환자에게 사용할수록, 환자들은 다른 추가 치료 없이도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 우리가 비용 효과를 평가할 때 이런 점들을 보는 게 아닌가. 하지만 정부는 급여를 결정할 때 이런 점을 반영하지 않는다. 정부가 급여 심사를 할 때 생존기간 개선을 논하지만, 생존의 질은 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누워서 숨만 쉬며 생명을 연장하는 것과 집에서 아이에게 밥도 해주고 학교도 보내고 가족들과 여행도 하며 생존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그 가치는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다.

3상 임상인 DESTINY-Breast03 연구 결과, T-DXd가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2차 치료 세팅에서 기존 표준 약제인 T-DM1과 비교해 보여준 무진행생존(PFS) 위험비는 0.28이다. T-DM1도 여전히 좋은 약인데, 이런 약과 비교해 위험비 0.28이 나왔다는 건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결과다. T-DM1이 국내에서 여전히 고가인 상황에서 그보다 비싼 T-DXd가 급여를 받기란 쉽지 않겠지만, T-DXd의 가치는 이 위험비 0.28이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T-DXd의 급여를 심사할 때 이 임상적 가치를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가천대길병원 종양내과 김영생 교수

길병원 김영생 교수 : 유방암이나 간암에서는 그나마 급여가 되는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가 있지 않나. 자궁경부암은 그마저도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자궁경부암이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되면서 조기 발견율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위험한 재발 및 진행성 환자의 치료 환경은 너무나 열악한 상황이다. 최근 펨브롤리주맙(제품명 키트루다)’이라는 자궁경부암 최초에 면역항암제 옵션이 등장했지만 급여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펨브롤리주맙 도입 전 재발성 또는 전이성 자궁경부암 환자의 생존기간은 길어야 16개월이었다. 하지만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펨브롤리주맙을 추가로 사용하면 생존기간이 2년이 넘어간다. 완전히 게임 체인저가 된 것이다.

치료 기회 놓치는 자궁경부암 진행‧재발 환자들

뿐만 아니라 기존 1차 치료 항암화학요법에 베바시주맙과 펨브롤리주맙을 같이 사용하면 반응률이 60~70%가 나오고, 그 중 완전반응(CR)도 20%까지 나온다. 게다가 임상시험 디자인도 잘 설계해 CR이 나오면 2주기 치료만 더하고 약제를 중단할 수 있어, 환자의 반응만 좋다면 8주기만 약제를 사용하면 된다.

이 약제를 급여 적용해준다고 해서 건강보험 재정에 큰 타격을 줄 것인가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1차 치료 기회를 놓치면 2차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있는 타 암종과 달리 자궁경부암은 처음에 사용하지 못하면 영원히 못한다고 보면 된다. 때문에 효과가 확실한 펨브롤리주맙 치료 기회를 놓치기 너무 아깝다. 정부가 정말 재정 때문에 펨브롤리주맙 급여가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백본(베바시주맙+화학요법)이 되는 약제만이라도 급여를 해주길 바란다.

사회 : 방광암은 어떤가. 방광암 역시 표준치료에 여전히 백금기반 화학요법이 사용되고 있지 않나. 근래 1차 치료에 '아벨루맙(제품명 바벤시오)' 유지요법이 허가를 받아 급여 심사 받고 있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인근 교수

서울아산병원 박인근 교수 : 아벨루맙 유지요법의 효용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백금기반 화학요법으로 치료 받은 환자에서 아벨루맙 유지요법을 시행할 경우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21.4개월로, 최적지지요법 외 아무것도 하지 않는 환자(14.3개월)에 비해 7개월 이상 생존기간을 연장했다.

다만 정부와 제약사 입장에서는 아벨루맙 약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벨루맙은 국내에서 희귀암인 메르켈 세포암 치료제로 최초 허가를 받았다. 환자 수도 적은 희귀암이기 때문에 급여를 비교적 빠르게 받았지만, 제약사가 현재의 약가를 고수하는 한 방광암에 대한 급여기준 확대는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현재 방광암 2차 치료에 펨브롤리주맙 단독요법을 급여 적용해주고 있다. 물론 1차 치료에서 아벨루맙 유지요법을 먼저 쓴다면, 나중에 면역항암제를 다시 사용할 수 없긴 하지만 사용기간에서 차이가 있어 고민될 수 있는 부분이다. 1차에서 아벨루맙 유지요법을 사용할 경우 평균 약제 사용기간이 4개월이다. 반면 2차 치료에 펨브롤리주맙 단독요법은 평균 사용기간이 절반에 불과하다.

제약사-심평원 약가 싸움에 환자 등만 터진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환자의 상태가 더 악화돼 면역항암제를 쓰는 것보다는 빨리 쓰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면역항암제를 조기에 사용할수록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에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3상 임상인 JAVELIN Bladder 100 연구에서 아벨루맙 1차 유지요법이 대조군 대비 보여준 PFS 연장 효과에 비하면, OS 연장 효과는 놀라울 정도였다. 방광암과 같이 치료옵션이 별로 없는 분야에서 이 같은 결과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사회 : 과연 건보 재정과 환자의 치료접근성을 모두 개선할 수 있는 묘안은 없는 것일까.

유창훈 :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암종별로 항암제들을 다시 분류(classification)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허가돼 있는 항암제들 가운데 처방되지 않고 목록에만 들어있는 약들도 적지 않다. 재정비를 통해 효과가 떨어지거나 굳이 처방하지 않아도 되는 약제를 걸러내고 더 좋은 신약을 중심으로 암환자들에게 처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재배치했으면 한다.

또한 현재 정부가 암질환 치료에 고수하고 있는 95% 지원 비중을 다양화 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약제는 현재와 같이 95% 건강보험 급여를 해주고, 2상 데이터만 있더라도 빠르게 투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약들은 빠르게 급여해 주는 대신 50%만 지원하는 등 차등을 두는 것이다. 현재 암환자들은 산정특례로 5%의 본인부담을 하고 있는데 이를 고수하려고 하다 보니 급여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심사가 더욱 복잡해지는 게 아닌가. 불필요한 절차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는 결국 비용 효과적이지 않다.

김영생 : 현재 국내 상황은 치료 패러다임에 따라 정책이 변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국가의 정책에 맞춰 의사의 진료 패턴을 바꾸고 있다. 그러다 보니 종양내과 안에서도 항암제를 사용하는데 있어 암종별 경쟁을 하게 되고 편법을 쓰게 되기도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환자 수가 적은 암종이나 소외 암종을 진료하는 과는 힘이 달릴 수밖에 없다.

유창훈 : 같은 이유로 전체 암종에서 1차 치료 약제는 어느 정도 공평하게 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최근 몇 년 새 효과 좋은 약들이 빠르게 개발됐고, 지금도 개발 중이다. 지금부터라도 항암제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놓지 않으면, 향후 3년에서 5년 동안 국내 암환자들이나 의사들에게 힘든 시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사회 : 오늘의 이 자리는 효과가 좋은 약제들이 출시되고 있음에도 효과적으로 암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각 암종별로 처해져 있는 현실은 무엇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기 위해서였다. 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내주시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