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항암제 '면역치료제', 면역관문억제제로 불리는 까닭은?

암세포, 인체 면역 조절장치 '면역관문' 조종해 정상세포처럼 활동해 인체 면역세포 제역할하도록 면역관문 억제…암 종류 관계없이 효과 실제 도움 받는 암 환자 많지 않아…표적항암제 등과 병행해 효과 UP

2023-02-17     김경원 기자

항암치료는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 3세대 면역항암제까지 현재 발전했고, 4세대 대사항암제로 나아가기 위해 연구가 한창이다. 

3세대 면역항암제는 흔히 면역관문억제제로 불린다. 특정 표적에 작용해 인체 면역세포의 활동을 강화하는 약제보다 인체 면역 조절장치인 면역관문(checkpoint)을 조정하는 약제가 현재 주를 이루는 까닭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진원 교수는 이 병원 유튜브 채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최근 암치료에서 눈에 띄는 효과를 보이는 면역치료는 바로 면역관문억제제"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면역관문억제제가 기존 항암치료보다 우월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고 암 표준치료로써 면역관문억제제가 활용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그러면 면역관문억제제는 어떻게 항암치료 효과를 내는 것일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암과 면역의 관계를 먼저 알아야 한다. 

B세포, T세포 같은 면역세포는 몸 안의 정상세포를 제외하고 인체 내로 침투한 바이러스 등을 비롯해 몸 안에서 비정상적으로 생긴 암세포를 제거한다. 

면역세포가 바이러스, 암세포 등을 제거하는 정상적인 면역 활동을 할 때 자신의 정상 조직을 해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면역관문'이다. 면역계의 활동으로부터 정상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면역관문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진화한 암세포는 교묘하게 이 면역관문을 조종하면서 마치 정상세포인 것처럼 행동하고 자신을 숨겨 면역세포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때문에 암세포가 몸 안에서 방해꾼 면역세포를 따돌리고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김진원 교수는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피해 가는 매커니즘을 억제함으로써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해 없앨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까닭에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는 세포독성항암제와는 다르다. 면역관문억제제는 현재 표준치료로 쓰이는데, 특히 효과적인 때가 있다.

면역관문억제제 여보이(성분명·이필리무맙), 키트루다(성분명·펨브롤리주맙), 옵디보(성분명·니볼루맙), 티쎈트릭(성분명·아테졸리주맙) 등의 표적 CTLA-4, PD-1, PD-L1 등을 비롯해 암세포에서 DNA mismatch repair system에 관련된 유전자의 메틸화, 변이로 인해 DNA 복구시스템에 결함이 발생해 mono-, di-, tri-, tetra-nucleotide 등의 현미부수체 반복횟수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못하는 상태인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icrosatellite instability·MSI)과 관련 있다. 

김 교수는 "면역관문 표지자의 발현이 높은 경우나 현미부수체 불안정성으로 보이는 암종이나 암세포의 돌연변이가 많은 경우에는 좋은 치료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며 "현재 임상진료에서 이를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대상이 되는 환자를 적극적으로 찾아 치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면역관문억제제의 치료 반응은 보통 2개월 안에 나타난다. 암의 종류에 따라 효과 차이가 있으나 암의 종류와 관계없이 효과를 보인다. 김진원 교수는 "초기에는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이나 폐암, 신장암, 림프종에서 연구가 많이 됐고 최근에는 여러 암종에서 그 효과가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보다 강점이 많다. 정상적으로 환자가 가지고 있는 면역반응을 조절해 치료 효과가 길게 지속된다는 점이 특장점으로 꼽힌다. 세포독성항암제로 인한 구역, 구토, 탈모 등의 부작용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 교수는 "또 면역력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기존 면역치료와는 달리 면역 부작용도 덜하며 비교적 안전하고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며 "다만 암 이외에 다른 장기에 염증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약 20%에서는 약제 관련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면역관문억제제 부작용은 대부분 조절이 가능하다. 또 다른 부작용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흔히 나타난다. 폐, 피부, 장에 염증 등이 동반되는 중증 부작용 발생률은 약 2% 미만이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좋은 효과를 보이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는 환자는 전체 암 환자 중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면역관문억제제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최근에는 표적항암제 및 세포독성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조합해 치료 한다. 

김진원 교수는 "이같은 치료가 좋은 치료 성과를 보여 주목받고 있다"며 "면역관문억제제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부작용과 장기간의 치료 효과로 항암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면역관문억제제 치료에 해당하는지 담당의사와 확인한 후에 더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찾을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