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후 좋은 HR+ 조기 유방암도 20% 재발 경험…해법 나와 있다
오소연 교수, 재발 막을 新 치료법으로 '버제니오 보조요법' 조명 monarchE 연구 4년 추적관찰 결과, 장기적인 생존율 향상 시사
지난해 11월 CDK4/6 억제제인 '버제니오(성분명·아베마시클립)'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림프절 양성의 재발 위험이 높은 조기 호르몬 수용체 양성,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음성(HR+/HER2-) 유방암 환자의 보조요법으로 허가받았다.
HR+/HER2- 조기 유방암 치료에 아로마타제 억제제 이후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 허가된 건 약 20년 만의 일이며, CDK4/6 억제제 중 조기 단계에서 사용이 허가된 약제는 현재까지 버제니오가 유일하다.
버제니오 허가 임상시험인 monarchE 연구의 가장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추적관찰 4년 차에 버제니오+내분비요법 투여군의 침습적 무질병생존율(invasive disease-free survival·IDFS)은 85.8%로 내분비요법 단독군(79.4%)과 6.4%의 생존률 차이를 나타냈으며, 재발 및 사망 위험을 34% 낮췄다.
눈여겨볼 점은 이같은 IDFS 개선 효과가 2년간의 버제니오 투여를 마친 후에도 일관되게 유지됐으며, 추적관찰 기간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대조군과의 격차가 더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 데이터는 작년 말 개최된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SABCS 2022)에서 공개됐으며, 국제학술지 란셋(Lancet Oncology)에 동시 발표돼 전문가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에 양산부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오소연 교수를 만나 HR+/HER2- 조기 유방암 치료 현장에서 그간의 미충족 수요를 알아보고, monarchE 연구의 최신 데이터가 시사하는 버제니오 보조요법의 임상적 가치에 대해 들었다.
- HR+/HER2- 조기 유방암에서 신약의 등장은 오랜만이다. 이 단계에서 신약 개발이 이처럼 어려운 이유는 뭔가.
조기 유방암은 수술 가능한 시기에 발견되므로 수술을 통해 암 조직 절제가 수월하고 수술 전후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많아 생존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HR+/HER2- 유방암 역시 조기에만 발견되면 예후가 좋은 암에 속하기 때문에, 지금의 치료 성적을 더욱 향상시키기는 어렵다.
또 유방암 관련 연구에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볼 수 있다. HR+/HER2- 유방암은 표준 치료로 호르몬 억제제를 5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사용하는데, 임상시험을 위해 각 나라에서 모집된 대규모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임상적 유효성을 보여주기란 더욱 어려운 면이 있다.
- HR+/HER2- 조기 유방암은 예후도 좋고, 환자의 생존율도 높은 편이다. 새로운 치료옵션이 더 필요한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다.
HR+/HER2- 조기 유방암은 다른 종류의 유방암에 비해 예후가 좋고 생존율도 높지만, 그 모든 치료를 마치고도 약 20%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역학적으로 60~70대의 조기 유방암 환자가 가장 많은 서양과 달리 40~50대에서의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비교적 젊은 환자들이 재발을 겪지 않도록 예후를 더 향상시킬 수 있는 치료 옵션이 계속 필요하다.
- monarchE 연구는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에 포함된 환자들이 실제 임상에서의 재발 고위험군을 잘 대변한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monarchE 연구는 림프절 전이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재발 고위험군을 잘 선정했다. 그 중에서도 '코호트 1'은 림프절 전이(ALNs)가 4개 이상인 환자 또는 림프절 전이가 1~3개이면서 종양 등급이 3 이상이거나 종양 크기가 5cm 이상인 환자가 포함됐다. 이러한 환자 구분은 재발 위험성이 높은 경우를 잘 반영하고 있으며, 특히 림프절 전이 4개 이상과 그 미만의 환자를 구분한 것은 아주 영리한 디자인이었다고 본다.
'코호트 2'에는 림프절 전이(N)가 1~3개이면서 Ki67 지수가 20% 이상인 환자들이 포함됐다. 코호트 1보다는 상대적으로 재발 위험성이 낮은 환자들이 대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유방암 병기상으로 보면 N1인 환자 중에서도 재발 위험성이 높은 환자들로 구성돼 있다.
- 최근 SABCS 2022에서 monarchE 연구의 새로운 장기 데이터가 발표됐다. 2년간의 버제니오 사용 이후 데이터인데, 해당 결과가 임상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어떤 약물을 사용하는 동안 재발 또는 생존 지표가 개선됐다면, 이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그러나 약물 치료가 끝난 이후에도 개선 효과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가 증가했다면, 이는 진행한 치료가 보다 유의미한 장기적인 생존율 향상에 기여함을 시사한다. 장기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monarchE 연구의 4년 추적관찰 결과 또한 이러한 면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란셋에 게재되고 SABCS 2022에서 발표된 monarchE 연구의 4년 추적관찰 데이터를 살펴보면, 버제니오 치료가 끝난 2년 이후에도 버제니오+내분비요법 병용군과 내분비요법 단독군 간의 침습성 무질병생존율(IDFS) 차이와 원격 무재발생존율(Disease Relapse-Free Survival·DRFS) 차이가 계속해서 커지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앞서 2년간의 연구 데이터를 토대로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것 이상의 좋은 결과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치료 성적이 어느 정도 좋은 상황에서 내분비요법에 더해 버제니오를 2년이나 복용할 필요가 있는 건지 의문이다. 독성 대비 효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유방암 환자들은 40~50대의 활동 능력이 좋은 젊은 환자들이 많다. 젊은 환자의 경우 암이 더 공격적인 특징을 보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재발과 사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젊은 유방암 환자들의 재발률을 조금이라도 감소시킬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버제니오는 이러한 젊은 환자들을 포함한 monarchE 연구에서 유의미한 임상 결과를 도출했으며, 안전성 프로파일은 기존 전이성 유방암 관련 연구 결과와 일관됐다.
- monarchE 연구의 장기 데이터에서 'Ki67'은 버제니오의 임상적 유효성을 예측하는 데 변별력이 없었다. 버제니오 보조요법을 위한 효과적인 바이오마커 개발이 필요하지 않나.
Ki67 지표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재발 고위험군을 판단하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항암화학요법 시행 여부 결정에 유용하다. 하지만 버제니오는 세포독성항암제가 아닌 장기간 복용하는 표적치료제인 만큼, 보다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Ki67의 중요도가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다.
바이오마커 개발과 관련해 전이성 유방암 치료 단계에서는 관련 시도들이 있었다. 하지만 조기 유방암의 수술 후 보조요법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수술 후에 HR+/HER2-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수술 후에 환자 선별을 위한 검사를 진행하면, 오히려 검사로 인한 재정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바이오마커로 환자를 선별하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고 본다.
- CDK4/6 억제제를 조기 단계에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발이 발생한다면, 진행성 단계에서는 어떤 치료법을 사용해야 하는지도 궁금하다.
현재까지 관련 데이터가 없어 명확히 답하기 어렵다. 다만, 전이성 유방암 단계에서 CDK4/6 억제제 스위칭 연구들이 진행된 바 있다.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전이성 단계에서 하나의 CDK4/6 억제제를 사용하고 재발했을 때 시간을 두고 다른 CDK4/6 억제제로 스위칭해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조기에 CDK4/6 억제제를 사용하고 재발한 경우라도 다음 치료에 다른 CDK4/6 억제제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분비요법 내성을 정의할 때와 유사한 개념으로, 1년 이후의 재발은 민감도(sensitive)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 현재 심평원에서 버제니오 보조요법에 대한 급여 심사를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환자에게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림프절 전이 수, 종양 크기나 등급 등의 지표들을 기준으로 급여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HR+/HER2- 조기 유방암 환자 중에서도 재발 위험이 크고, 그에 따라 치료 예후가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재발 고위험 환자들에서 적절한 치료를 통해 재발 후 생존 연장을 위한 고식적 치료를 진행하게 될 가능성을 낮추고, 질병 부담이 더 적은 조기 상태에 머물러 장기 생존 및 완치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우리나라에서도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
- 국내 유방암 치료 환경 개선에 추가적으로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
유방암 조기 발견이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굉장히 생존율이 높은 질환이지만, 검진을 받지 않거나 치료를 미루다가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진단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면 전체 내원 환자의 약 10~15%에 해당하는데, 국가암검진사업으로 조기 발견율이 많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