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자폐 장애 없으면 3세부턴 산정특례 제외?
[페이션트 스토리] 프래더윌리증후군환우회 이계숙 대표 "만 3세 전처럼 진단명만으로 '산정특례 적용' 필요하다" 늘 3일간 굶은 것 같은 공복감 탓 성인병 원흉 비만 초래 유전성희귀질환으로 인한 합병증에도 산정특례 적용을
프래더윌리증후군(Prader-Willi Syndrome·PWS)은 15번 염색체 장완 부위(15q11-13)의 유전자 이상으로 뇌 시상하부의 기능장애가 유발돼 각종 문제를 초래하는 유전성희귀질환이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15번 염색체 장완 일부분이 결실된 '결실형'과 부모로부터 한 개씩 유전돼야 할 염색체를 어머니로부터만 물려받은 '단친 이염색체성'으로 크게 나뉘어진다. 프래더윌리증후군은 2만5,000~3만명 당 1명 꼴로 발생하며, 국내에는 약 300~400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병을 앓으면 신생아와 영아기 때는 근긴장도가 떨어져 움직임이 적고 울음소리도 크지 않다. 젖병조차 잘 빨지 못해 영양불균형이 초래되기 때문에, 위장에 바로 영양분을 주입하기 위해 위루관수술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이뤄지기도 한다. 2세 무렵부터는 상황이 반전된다. 똑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찌는 것 같고 3세 무렵부터는 포만중추장애로 심각한 식욕과다를 보인다.
병으로 인해 먹어도 '늘 3일간 굶은 것 같은 공복감'을 느끼기 때문에 흔히 고도비만이 초래되면서 당뇨병, 고혈압 같은 성인병이 소아청소년 시기부터 찾아온다. 근력이 약해 척주측만증도 잘 생기고 곧잘 넘어져서 골절 위험도 높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은 키, 발달장애, 지적장애, 자폐장애, 성선기능저하증, 성장호르몬결핍증, 중추성 수면무호흡증, 중추성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에 더해 고집스러운 성격이 나타나 행동 문제도 흔히 따라붙는다. 심한 경우 강박이나 집착과 같은 특성도 나타난다.
지난 1956년 안드레아 프레더 박사, 알렉시스 레브라트 박사, 하인리히 윌리 박사에 의해 스위스 의학저널에 처음 보고되면서 프래더윌리증후군으로 명명된 이 병은 과거에는 고도비만이 된 뒤 합병증 검사를 하다가 대부분 진단됐다. 요즘은 다르다. 국내 대형병원에서 밀리니엄 전후로 유전자검사를 시도하면서 요즘은 근긴장도가 떨어지는 신생아에게 유전자검사를 해 전보다 빠르게 발견되고 있다.
조기 진단이 이뤄지게 됐지만, 이 병에 대한 정보는 현재 그리 많지 않다. 2000년대 초반에는 지금보다 더 열악했다. 결국 프래더윌리증후군를 앓는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 정보가 절실한 부모들이 뭉칠 수밖에 없었다. 한국프래더윌리증후군환우회 이계숙 대표는 "정보가 너무 없으니 아이들에 대해 정보라도 서로 나누자는 차원에서 지난 2002년 만들어진 PWS 부모 모임이 환우회의 시초가 됐다"고 했다.
PWS 부모 모임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이 병을 진단받은 환우 부모 간 정보 공유의 장에서 시작됐지만, 모임의 성격은 곧 바뀌었다. 이 대표는 "정보를 공유하면서 미국, 일본 등에서 이 병에 대한 지원이 우리나라와 달리 활성화돼 있고 성장호르몬 치료가 우리 아이들의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이들을 위해 부모들이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싹텄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PWS 부모의 인식 변화는 이 병의 치료 환경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그 변화의 첫 결실은 2004년 프래더윌리증후군에 산정특례가 적용되고, 성장호르몬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것이다. 2010년 PWS 부모 모임은 한국프래더윌리증후군환우회로 명칭을 바꾸며 좀 더 활발히 환우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목소리 덕분에 프래더윌리증후군 산정특례 적용 대상이 2019년 6월까지 만 2세 미만 전체 환아와 만 2세 이상 지적장애 환아였던 것이 2019년 7월부터 만 3세 미만 전체 환아와 만 3세 이상 지적장애 환아로 확장됐다. 여기에 더해 2021년부터는 만 3세 이상에서 산정특례 적용 대상이 자폐장애가 있는 환아로까지 넓어졌다. 하지만 지금도 프레더윌리증후군의 치료환경은 다른 희귀질환처럼 그리 좋지 않다.
성장호르몬 치료만 해도 의학적 권고와 급여 기준에 차이가 있어 치료 부담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 치료는 영아기의 영양불균형과 저성장, 발달장애, 지적장애, 행동 문제 등을 완화하고 운동발달을 지원하며 성장호르몬결핍증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중증 비만, 중증 호흡장애 같은 문제가 없으면 생후 4~6개월쯤 시작하며, 의료진은 성장호르몬 치료가 조기에 이뤄질수록 효과가 높다고 말한다.
이계숙 대표도 올해 열 살된 프래더윌리증후군 아들에게 성장호르몬 지노트로핀을 매일 주사하는 치료를 생후 3개월 됐을 때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아들의 성장호르몬 치료 비용은 100% 이 대표 부부가 떠안아야 했다. 성장호르몬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는 만 2세(생후 24개월) 이후부터 가능하다는 급여 기준 때문이다.
성장호르몬 치료에 대한 급여 혜택을 만 2세부터 받더라도 현재는 만 3세부터 지적장애나 자폐장애가 없으면 다시 비급여로 전환된다. 장애가 없으면 산정특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현행 규정 탓이다.
산정특례제도는 진료비 부담이 높고 장기간 치료가 요구되는 질환에 대해 건강보험 본인 부담을 경감해주는 제도다. 제도 취지에 따라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는 모든 프래더윌리증후군 환아가 산정특례 대상에 부합하는데도, 장애가 없어 대상이 안 되는 것이다.
프래더윌리증후군에서 성장호르몬 치료는 '환아의 몸무게'와 '환아에게 나오는 성장호르몬 양'에 따라 주입 양이 달라진다. 고도비만이 되기 쉬운 이 질환의 특성 탓에 나이가 들수록 성장호르몬 주입 양은 크게 늘어나는데, 부모의 자비로 이른 시기 비급여 성장호르몬 치료를 해서 경계성 지적장애가 되면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경계성 지적장애 환아도 성장호르몬 치료가 똑같이 필요한데 이런 점은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성장호르몬 치료는 급여 적용과 산정특례 혜택 여부에 따라 치료비가 천차만별 차이가 난다"며 "체중이 적은 영유아일 때는 부모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성인기에 접어든 경우에 장애 판정을 받지 못한 채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면 치료제 비용만 매달 300만원 이상이 들기도 한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성장호르몬 치료 급여 문제에는 구멍이 더 있다. 지적장애나 자폐장애가 있어도 키가 여자 153cm, 남자 165cm 이상이 되면 성장호르몬 치료가 급여에서 제외되는 규정이 그것이다.
이계숙 대표는 "프래더윌리증후군 환아는 키 크는 목적만으로 이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닌데도 키만으로 급여 기준이 정해져 있다"며 "환아의 인지발달에 도움이 되고 근력 발달에도 효과가 있어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한데, 이런 점이 제도적으로 반영돼있지 않다"고 산정특례와 급여 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PWS는 성장호르몬 치료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의료비가 많이 드는 희귀질환이다. 포만중추장애로 고도비만이 되면 그로 인해 심각한 수준의 당뇨병, 고혈압 등이 중학생 때부터 발병하기도 한다. 당뇨병으로 인해 신장이 망가져 투석을 하는 환아도 있을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또 침이 굉장히 점성이 높은 데다 법랑질 저형성증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충치가 생기기도 쉽다. 그런데 질병 특성 탓에 간단한 충치치료 때조차 수면마취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질환의 특성으로 인한 의료비 지원은 산정특례에서 현재 지원되지 않는다.
이계숙 대표는 "당뇨병과 치과적 문제 등 프래더윌리증후군으로 인한 합병증에 대한 것까지 산정특례가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이외에도 여러가지 산적한 문제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어릴 때는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언어치료가 PWS 환아의 인지발달에 중요하다. 이같은 재활치료가 아이가 평생 장애를 갖느냐, 아니냐를 가를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국내 재활치료 여건은 좋지 않다. 인프라가 없어 받고 싶어도 제도권 안에서 받기 어렵다. 이 대표는 아들이 3개월 됐을 때 세브란스병원에서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첫 재활치료는 수월했으나 그 다음부터는 치료 순서를 기다리는 것의 연속이었단다.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결국 대부분의 부모가 이계숙 대표처럼 40분에 9만원에서 많게는 12만원이 드는 사설 재활치료센터를 이용한다. 문제는 더 있다. 이 질환의 특성 상 고집이 세고 순간 조절을 못해 부모 케어가 쉽지 않은데, 지적장애나 자폐장애가 있어도 국민연금공단이 운영하는 장애인활동지원 시간이 잘 나와도 한 달에 120시간에 그친다. 나머지 시간을 PWS 부모가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PWS 환아는 자신의 의지가 저지당했을 때 앞뒤 가리지 않고 미는 등의 과격한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또다른 문제를 불러오기도 한다. 성인기에 접어든 환우 중에는 이런 일로 성추행으로 재판을 받는 사례도 있다. 이런 이유로 사춘기가 되면 성호르몬 부족으로 성적 성숙이 잘 이뤄지지 않아 성호르몬 보충 치료가 필요한데, 공격성이 강화될 수 있어 치료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계숙 대표는 "미국 같은 경우는 나라에서 PWS환우회를 지원하고 환우회에서 주체적으로 병원과 연계해 임상시험도 들어가는 등 국가 지원이 활발하다"며 "국내에도 질환에 맞는 의료와 복지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