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 임상 성공, 4기 위암 환자에게 반가운 소식"

라선영 교수, 글로벌 3상 임상 연구 성공으로 이끌어 "옵디보에 이은 성공, 면역치료 유효성 공고해졌다"

2023-03-14     김윤미 기자

지난 2019년 KEYNOTE-062 임상 실패로 위암 치료 분야에서 '옵디보(성분명·니볼루맙)'에 주도권을 빼앗겼던 '키트루다(성분명·펨브롤리주맙)'가 새로운 KEYNOTE-859 임상시험의 성공으로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KEYNOTE-859 임상을 성공시킨 주역은 연세암병원 라선영 교수로, 전세계적으로 위암 치료를 선도하고 있는 한국의 위상을 또 한번 보여줬다. 라선영 교수는 최근 열린 유럽종양학회 가상 플래너리(ESMO Virtual Plenary) 세션에서 KEYNOTE-859 연구 첫 번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세암병원 라선영 교수. ⓒ청년의사 

KEYNOTE-859 연구는 HER2 음성인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위식도접합부암 환자 1,579명을 대상으로 1차 치료에 '키트루다 + 화학요법'을 '위약 + 화학요법'과 비교 평가한 3상 임상시험이다.

키트루다는 앞서 KEYNOTE-062 연구를 통해 키트루다 단독 또는 화학요법과의 병용을 화학요법 단독과 비교 평가한 바 있는데, 2019년 공개된 연구 결과 두 시험군 모두 대조군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전체 생존(OS)과 무진행생존(PFS) 개선에 실패했다.

만 4년이 지난 후에야 KEYNOTE-859 연구를 통해 4기 HER2 음성 위암 환자에서 키트루다의 임상적 가치를 확인한 것이다.

라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화학요법에 추가된 키트루다는 화학요법 단독에 비해 OS, PFS 및 객관적반응률(ORR)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여줬다.

1차 평가변수인 OS 중앙값은 키트루다 추가군 12.9개월 대 대조군 11.5개월이었으며, 2년차 전체생존율은 각각 28.2% 대 18.9%로 키트루다 추가군에서 사망 위험이 22% 낮았다.

2차 평가변수인 PFS 중앙값은 6.9개월 대 5.6개월이었으며, 2년차 무진행생존율은 각각 17.8% 대 9.4%로, 키트루다 추가군에서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이 24% 낮았다.

이같은 OS, PFS의 이점은 지역 및 PD-L1 발현률, 화학요법 종류를 포함한 하위그룹 전체에 걸쳐 일관됐으며, 키트루다 추가 투여는 반응률(ORR 51.3% 대 42.0%)과 반응지속기간(DOR 중앙값 8.0 대 5.7개월) 또한 개선했다.

면역요법, 예후 안좋은 4기 HER2 음성 위암 환자 위한 약진

최근 청년의사와의 인터뷰에서 라선영 교수는 KEYNOTE-859 임상 성공의 의의를 "예후가 안좋은 4기 HER2 음성 위암 환자를 위한 약진"이라고 평가했다.

옵디보에 이어 키트루다 역시 화학요법과의 병용으로 생존 개선을 입증하며, 4기 HER2 음성 위암 환자의 표준치료 옵션으로서 면역요법의 가치를 공고히 했다는 것이다.

또한 라 교수는 "KEYNOTE-859 연구는 환자들의 PD-L1 발현률 결정에 '22C3' 항 PD-L1 항체를 사용했다"며 "또한 CPS '1'과 '10'이라는 좀 더 유효한(valid) 기준으로 효능을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임상 디자인이 실제로 키트루다가 허가를 받고 임상 현장에서 사용될 때, 병원은 물론 병리과 업무를 한층 순조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원에는 22C3 진단기기가 깔려 있고, 이미 타 암종에서 널리 사용 중"이라며 "또한 CPS 1과 10은 모든 병리과에서 재현 가능한 유효한 기준으로, 민감도 이슈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키트루다의 이 같은 강점은 옵디보의 취약점이기도 하다.

옵디보의 경우 허가 임상인 CheckMate-649 연구에서 환자들의 PD-L1 발현률 결정에 '28.8' 항체를 사용했으며 CPS '5'라는 기준을 제시했는데, 이런 임상 디자인이 국내에서 옵디보를 사용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잘 쓰이지도 않는 28.8 진단기기를 고가의 비용을 들여 도입하는 것도 부담일 뿐더러, 실제 병리의사들이 CPS 5를 정확히 진단하기도 힘든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옵디보는 4기 HER2 음성 위암 환자의 1차 치료에 사용 가능한 유일한 면역치료 옵션이다.

옵디보는 지난 2021년 6월 국내에서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선암, 위식도접합부선암 또는 식도선암의 1차 치료로서 '플루오로피리미딘계 및 백금기반 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으로 허가 받아, 현재는 심평원으로부터 급여 심사를 받고 있다.

옵디보의 급여 기준은 위에 언급한 대로 'PD-L1 CPS 5 이상'인 환자로 제한될 것으로 알려졌다. CheckMate-649 연구 결과, 옵디보의 병용 효과가 PD-L1 CPS 5% 이상인 환자에서 유의미하게 더 컸기 때문.

반면, MSD는 국내에서 KEYNOTE-859 연구를 근거로 한 키트루다의 위암 치료 적응증 확대 시기를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로 잡고 있다. 회사의 계획대로라면 내년 중순이나 하반기에는 옵디보와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라 교수는 키트루다가 국내에서 허가를 받고 급여를 받게 되면, 급여 기준은 옵디보와 달리 'CPS 1 이상' 또는 'CPS 10 이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약제의 임상시험에서 사용된 동반진단기기가 다르고, 사전 설정된 CPS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급여 기준 역시 각 임상 디자인에 근거해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어 라 교수는 추후 국내에서 키트루다의 급여 기준이 'CPS 1 이상'으로 설정되길 희망한다고도 덧붙였다.

정부는 건보재정 부담을 우려해 면역항암제 사용 환자 수를 제한하길 원하겠지만, 실상 옵디보나 키트루다를 사용할 수 있는 4기 위암 환자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라 교수는 "국내 위암 발병률은 감소 추세에 있고, 국가암검진사업으로 대부분의 환자들은 조기에 진단돼 수술을 통해 완치된다"며 "결국 4기 환자는 전체의 6%도 채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라 교수는 "그 4기 환자 중에서도 HER2 양성 환자를 제외하고 HER2 음성 환자 중 CPS 1 이상은 약 65%"라며 "현재 4기 위암 5년 생존률이 10%에도 훨씬 못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CPS 1 이상에서 키트루다 치료를 급여해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라 교수는 "최근 HER2 양성 환자의 표적항암제에 이어 HER2 음성 환자의 면역항암제, 여기에 더해 졸베툭시맙과 같은 클라우딘 표적 항체까지 등장하며 4기 위암 치료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라며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많아질수록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이번 키트루다 임상 성공은 반가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