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전 '투석치료' 환자, 면역치료로 치료법 바뀐 이유
모세혈관 공격하는 '앙카 연관 혈관염'으로 신부전 생겨 앙카 항체, 혈관 공격해 염증 유발…피부·폐·신장 등 多 면역치료 효과…장기 손상 최소화 위해 조기 발견 중요
신부전 환자는 한 번 투석치료를 시작하면 신장이식수술을 받기 전까지는 평생 같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예외적인 상황이 있다.
희귀 자가면역질환인 '앙카(ANCA) 연관 혈관염'으로 신장(콩팥)의 모세혈관이 망가져 신부전이 유발돼 투석치료를 시작한 경우가 그것이다. 조기에 앙카 연관 혈관염이 진단되면 근본 원인 문제를 다스리는 면역치료만으로 충분히 신부전을 치료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원 교수는 병원 유튜브 채널 '세브란스'에서 신부전으로 투석을 시작한 60대 남성이 혈액검사에서 앙카 항체 양성이 검출돼 세브란스병원으로 전원된 사례를 소개하며 "투석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충분한 면역 억제 치료를 했고 현재는 투석을 하지 않고 면역치료를 받으면서 잘 지낸다"고 설명했다.
앙카 연관 혈관염은 앙카라는 항체가 혈관에 존재하다가 면역조절의 이상이 생겨 혈관벽을 공격해 염증을 유발하는 희귀 자가면역질환이다. 앙카 항체는 특징적으로 직경이 좁은 모세혈관을 주로 침범한다.
이상원 교수는 "혈관염은 우리 몸의 면역에 이상이 생겨서 이상면역이 혈관을 침범하는 질환으로, 29가지나 되는 아주 다양한 혈관염이 존재한다"며 "이중 앙카 연관 혈관염은 모세혈관을 침범하기 때문에 전신을 침범할 수 있고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앙카 연관 혈관염은 전신에 생길 수 있지만 피부, 폐, 신장 같은 모세혈관 분포도가 많은 곳에 특히 다발한다. 이 교수는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주로 피부의 발진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앙카 연관 혈관염 환자 대부분은 피부과를 방문했다가 전신을 침범한 전신 혈관염으로 진단된 뒤 대학병원으로 보내져서 앙카 연관 혈관염을 진단받는다. 피부 다음으로 모세혈관이 많이 존재하는 폐와 콩팥도 앙카 연관 혈관염이 생길 위험이 높다.
이상원 교수는 "폐를 침범하는 경우에는 심하면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올 수도 있고, 콩팥이 나빠지는 경우에는 단백뇨나 혈뇨를 건강검진에서 발견할 수 있다"며 "심한 경우에는 신장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신부전으로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앙카 연관 혈관염은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이 아주 중요하다. 이 교수는 "혈관염을 조기에 발견하게 되면 혈관염에 의한 장기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조기 발견은 앙카 연관 혈관염 치료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질환은 고혈압, 당뇨병처럼 면역치료를 통해 평생 병을 다스려야 한다. 이때의 치료는 면역을 증강하는 치료가 아니라 면역을 조금 억제하는 치료다.
대표적인 앙카 연관 혈관염 치료제가 스테로이드이며, 이외에도 많은 면역억제치료를 통해서 혈관염을 조절할 수 있다.
이상원 교수는 "우리 몸의 면역을 완전히 새로 갈아치울 수 없기 때문에 이 병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그 삶만큼 계속 함께 진행한다"며 "치료 목적은 병이 존재하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인 관해를 빨리 획득하고 이 관해를 평생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