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당뇨병성 말기콩팥병 증가세 글로벌 TOP1 '불명예'
10년 새 투석·신장이식 필요한 말기콩팥병 환자 2배↑ 대한신장학회, 27일 '국민 콩팥 건강 개선안 2033' 발표 만성콩팥병 환자 비율 10%↓·재택치료율 33%↑ 선언 당뇨병·고혈압, 투석·신장이식 초래하는 원인 70% 차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만성질환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사이 당뇨병과 고혈압 등으로 인한 말기콩팥병 환자가 10년 새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신장데이터시스템(USRDS) 2022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20년 당뇨병으로 인한 말기콩팥병 환자 발생 연평균 증가 수치는 우리나라가 조사국 중 1위였고, 전체 말기콩팥병 환자 발생 연평균 증가 수치도 태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2번째로 높았다.
말기콩팥병은 소변을 걸러내는 콩팥 기능이 거의 없어 혈액투석, 복막투석, 콩팥이식수술 같은 신대체요법이 필요한 상태다. 만성콩팥병은 ▲1단계-콩팥은 손상됐지만 콩팥기능은 정상인 상태(사구체 여과율 90 이상) ▲2단계-콩팥기능이 다소 낮은 상태(사구체 여과율 60~89) ▲3단계-콩팥기능이 감소된 상태(사구체 여과율 30~59) ▲4단계-콩팥기능이 매우 감소된 상태(사구체 여과율 15~29) ▲5단계-콩팥기능이 거의 없는 상태(사구체 여과율 15 미만)로 나뉜다.
대한신장학회는 27일 열린 KSN 2023 국제학술대회에서 '만성콩팥병 환자 감소 및 말기콩팥병 환자의 재택치료 활성화 방안 모색' 정책 포럼을 열고 이같은 국내 만성콩팥병의 심각성을 공유했다. 최일선에서 만성콩팥병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료진이 모인 학회인 만큼 가장 빠르게 국민 신장 건강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도 선제적으로 제시하며 '국민 콩팥 건강 개선안 2033(Kidney Health Plan 2033)'을 선언했다.
만성콩팥병을 적극 예방·치료·관리하고 병원 기반의 혈액투석이 아닌 재택치료 기반의 복막투석과 신장이식수술 환자 비율을 늘려서 투석과 만성콩팥병 치료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환자 중심의 치료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학회는 10년 뒤인 2033년까지 예상 만성콩팥병 환자 수와 당뇨병성 말기콩팥병 환자 비율을 각각 10% 줄이고, 복막투석과 신장이식수술 환자 비율을 33%까지 증가시키겠다고 선포했다.
이날 신장학회 임춘수 이사장은 김성균 총무이사와 함께 국민 콩팥 건강 개선안 2033 비전 선포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지속적으로 국민 콩팥 건강 개선을 통한 건강 사회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학회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대국민 콩팥병 인지율을 높이고, 환자의 자기관리방안을 확대해 교육자료를 개발하고 확산시키겠다고 했다.
또 만성질환 콩팥병이 조기 진단·치료가 이뤄질 수 있게 하고, 새로운 만성콩팥병 치료제의 신속 도입에도 힘을 싣겠다고 약속했다. 또 유관학회와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며 의료기관 간, 학제 간 협력을 통한 포괄적 환자 관리가 이뤄지게 하고, 치료제 개발과 급여정책 개선을 위해 제약사와도 동반자적 관계를 수립하기로 했다. 또 정부가 국민 콩팥 건강을 위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 필요한 기초자료를 적극 제공하고, 정책 제언도 선제적으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만성콩팥병은 성인 100명 중 8.4명, 70세 이상 100명 중 26.5명이 앓는 병이다.(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 국내에서 당뇨병과 고혈압만큼이나 만연한 병이고, 당뇨병과 고혈압이 이 병의 주요 유발 인자이지만 인지도가 낮아 조기 발견과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병원에서 진료 받는 만성콩팥병 환자 수는 2013년 15만1,000명에서 2021년 28만2,000명으로 늘었지만 학회는 병원 진료를 받는 환자가 전체의 6%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이로 인해 신대체요법을 받는 말기콩팥병 환자가 학회 등록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약 12만7,000명에 이른다. 10년 전인 2011년에 비해 신대체요법을 받는 환자가 101% 증가한 것이라고 신장학회 김용균 등록이사는 설명했다. 만성콩팥병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우리 사회가 치뤄야 하는 비용도 크게 늘었다. 건보공단과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만성콩팥병 환자의 급여 총비용이 2013년 1조3,400억원에서 2021년 2조3,900억원으로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사회생활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병원 방문 횟수가 낮아 경제활동에도 유리하며 사회경제적 부담 절감 효과가 있는 복막투석 환자는 줄고 병원에서 이뤄지는 혈액투석 환자는 늘어난 것이다. 실제 학회 등록통계에 따르면, 10년 간 혈액투석 환자는 133% 증가했다. 반면 신장이식수술 환자는 71% 늘어나는데 그쳤고, 복막투석 환자는 오히려 27% 감소했다.
김 등록이사는 "국내 말기콩팥병 유병률과 발생률 증가로 인해 신대체요법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투석 환자 중 65세 이상 비율이 2019년 절반을 넘어선데 이어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학회 등록자료에 따르면, 국내 말기콩팥병의 원인은 당뇨병이 47%로 50%에 육박했고, 고혈압이 약 20%로 당뇨병과 고혈압이 신대체요법의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만성콩팥병을 조기 발견해서 관리할 수 있다면 신대체요법이 필요한 말기콩팥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상당수 막을 수 있는 셈이다. 또 김용균 등록이사는 "만성콩팥병은 초기 단계부터 심장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높인다"며 "실제 만성콩팥병 환자는 사망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약 7배 이상 높다"며 콩팥 기능이 괜찮은 만성콩팥병 초기부터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