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2 양성 유방암 2차 표준으로 자리매김한 '엔허투'

김민환 교수, GBCC 2023서 '엔허투' 임상적 가치 조명 "엔허투 급여 바라는 환자들 많아…정부 정책 진전 기대"

2023-05-03     김윤미 기자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s, ADCs)인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는 강력한 세포 독성 효과를 발휘하며, 임상적 미충족 요구가 존재하던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 분야에 새로운 변화가 불러왔다. 엔허투는 다양한 임상시험에서 보여준 효능 및 안전성을 기반으로 이미 임상 현장에서 2차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했다."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김민환 교수는 지난달 29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유방암학술대회 2023(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 2023, GBCC 2023)에서 이 같이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김민환 교수가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유방암학술대회 2023(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 2023, GBCC 2023)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민환 교수는 이날 '엔허투, HER2 전이성 유방암 치료의 게임 체인저: 임상 시험부터 임상 진료까지(ENHERTU, the Game Changer in HER2+ mBC Treatment: from Clinical Trial to Clinical Practice)'라는 주제로 엔허투의 기전과 더불어 임상시험을 통해 보여준 효능 및 안전성, 국내 임상 진료에 가져올 치료 혜택까지 조명했다.

먼저 김 교수는 "최근 암 생물학 분야의 발전으로 암 치료를 위한 표적 치료제의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기존 단일클론항체 또는 저분자 표적 치료제들이 넘어서지 못한 일련의 한계를 항체약물접합체(ADC)는 암 세포막 단백질을 표적하는 새로운 치료 기전을 통해 여러 암종에서 유망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은 '트라스투주맙', '퍼투주맙', '라파티닙' 등 HER2 표적 치료제가 있음에도 약물 내성 발생이 잦아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질환으로, 환자가 전신 항암화학요법을 여러 차례 시행하더라도 결국 사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ADC가 등장하면서 임상적 미충족 요구가 존재하던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새로운 변화가 일었다"며 "특히 엔허투는 링커-페이로드 시스템을 통한 높은 약물-항체 비율로 강력한 세포 독성 효과를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임상 Destiny Breast01 연구와 3상 임상 Destiny Breast02 및 Destiny Breast03 연구를 통해 입증된 엔허투의 효능 및 안전성을 조명했다.

Destiny Breast01 연구는 국내에서도 엔허투가 조건부 허가를 받는데 근거가 된 임상시험으로, 기존에 치료 경험이 있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보여준 엔허투의 객관적반응률(ORR)은 60.9%, 무진행생존기간(PFS)은 16.4개월이었다.

김 교수는 "엔허투의 혁신적인 치료 효과는 Destiny Breast02 및 Destiny Breast03 연구를 통해 재검증됐다"며 "여기서 보여준 무진행생존기간, 객관적반응률, 완전반응률 및 뇌전이 환자에서의 효과 등을 기반으로 엔허투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2차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했다.

Destiny Breast02 연구에서는 이전에 '트라스트주맙엠탄신(상품명 캐싸일라)' 치료 이력이 있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엔허투와 임상의 선택 대조군(트라스투주맙/카페시타빈 또는 라파티닙/카페시타빈)을 비교 평가했는데, 여기서 엔허투는 대조군 대비 더 우수한 객관적반응률(69.7% 대 29.2%)과 무진행생존기간(17.8개월 대 6.9개월, HR = 0.3589), 전체생존기간(39.2개월 대 26.5개월)을 보여줬다.

또한 Destiny Breast03 연구에서는 트라스투주맙 및 탁산 계열 항암요법 치료 경험이 있는 HER2 양성 진행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엔허투와 트라스트주맙엠탄신을 비교 평가했는데, 특히 이 연구에는 아시아인이 약 60%로 다수를 차지했으며 뇌전이 환자가 약 20% 정도 포함돼 더욱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엔허투는 해당 연구에서 트라스트주맙엠탄신 대비 약 4배 더 긴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을 보였다(28.8개월 대 6.8개월, HR = 0.33)"라며 "이는 1차 치료 임상시험인 CLEOPATRA 연구에서 확인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18.7개월)보다 훨씬 더 긴 수치"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샌안토니오 유방암 학술대회(SABC 2022)에서 공개된 Destiny Breast03 연구의 추가 분석 결과에 따르면, 1년 전체생존율은 엔허투 투여군에서 94.1%, 트라스트주맙엠탄신 투여군에서 86%였으며, 2년 전체생존율은 각각 77.4%와 69.9%였다.

특히 김 교수는 "엔허투는 트라스트주맙엠탄신 대비 훨씬 더 높은 두개 내 반응률(63.9% vs. 33.4%)을 보여 뇌전이 환자에서도 우수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실제 뇌전이 환자의 케이스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도 임상연구와 유사한 효과를 확인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안전성의 경우 51명(20%)의 환자가 이상반응(간질성 폐렴 6%, 간질성 폐질환 5%, 폐렴 2% 포함)으로 투약을 중단했다"며 "엔허투 치료를 장기적으로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치료 과정에서 폐렴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주의 깊게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엔허투는 작년 12월 식약처로부터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항 HER2 기반의 요법을 투여 받은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에 사용 승인을 받았다"며 "이로써 엔허투는 국내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중요한 임무를 시작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교수는 "최근 SNS에 엔허투를 검색해 보면 치료제의 보험급여를 바라고 있는 환자들의 글을 많이 볼 수 있다"며 "학계 역시 엔허투 치료 환경에 대한 정부 정책의 진전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많은 환자들이 엔허투의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행하는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는 엔허투의 재심의가 예정돼 있다. 엔허투의 국내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다이이찌산쿄는 최근 심평원이 요구한 추가적인 재정 분담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심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