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로그 명의] 수정체 벗겨진 모양 희귀안질환, 안압 올려 실명 초래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김태우 교수에게 듣는 '거짓비늘증후군' 60대 이상에 다발하는 희귀안질환…대부분 녹내장으로 진행 증상 없어 안과 정기검진 중요…"진단 뒤 주기적 안압 측정을" 약물치료, 레이저시술, 수술 순으로 안압 조절 위한 치료 진행 적극적인 안압 조절 치료로 실명 시기 20년 뒤로 늦출 수 있어
거짓비늘증후군은 마치 눈의 수정체 껍데기가 비늘처럼 벗겨진 듯한 모양을 띄는 희귀안질환이다. 수정체에 미세섬유들이 침착된 것이 마치 수정체 껍데기가 벗겨진 모양처럼 보여서 거짓비늘증후군이라고 한다. 거짓비늘증후군은 그 자체로 문제를 초래하지 않는다.
명확한 원인은 아직 모르지만 거짓비늘증후군이 있으면 수정체에 침착된 미세섬유 등을 비롯한 물질들이 눈의 압력(안압)을 유지해주는 방수(房水)가 흘러나가는 길목인 섬유주에 쌓여 막힐 위험이 높다. 수체구멍 같은 모양의 '섬유주'가 막히면 안압이 올라가면서 예후가 나쁜 녹내장으로 진행돼 전맹 상태의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다.
문제는 거짓비늘증후군 자체는 증상이 없고, 녹내장이 와도 섬유주가 막힐 때마다 섬유주에 끼인 물질들을 상승된 안압이 밀어내는 방식으로 안압 조절과 상승을 유도해 상당히 녹내장이 진행된 뒤 발견된다는 것이다. 녹내장 명의인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김태우 교수를 만나 희귀안질환 '거짓비늘증후군'에 대한 모든 것을 들어봤다.
- 거짓비늘증후군은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안질환인 '녹내장'으로 진행하는 병으로 안다. 희귀안질환으로 아는데, 어떤 병인가?
예전에는 스칸다나비아 북쪽 지역에서 발병하는 병으로 알았는데, 요새는 전 세계에서 환자가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환자가 없는 줄 알았는데, 요즘 보면 꽤 있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을 찾는 녹내장 환자 100명 중 0.5명에서 1명 정도가 거짓비늘증후군 녹내장 환자로 추정된다. 60대 이상에서 주로 생기고, 남녀 모두에게 비슷하게 발병한다.
수정체 껍데기가 비늘처럼 벗겨진 모양처럼 생겨서 비늘증후군이란 병명이 붙었지만 그 앞에 '거짓'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것처럼 실제로 수정체가 벗겨진 것은 아니다. 미세섬유들이 수정체에 침착된 것이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왜 미세섬유들이 수정체에 침착이 된 것인지 아직 그 이유는 모른다. 또 어떤 이유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거짓비늘증후군일 때 안압이 잘 올라간다.
- 거짓비늘증후군일 때 눈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가?
거짓비늘증후군 환자의 전방(각막과 수정체 사이의 공간)의 방수에서 이유는 모르지만 단백질 성분이 증가한다. 이 성분들로 방수가 하수구 역할을 하는 섬유주를 잘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면서 안압이 오른다.
또 홍채(동공 주위의 도넛 모양의 막으로 수축과 이완을 통해 동공 크기 조절)가 움직일 때 이 미세섬유들이 쓸리면서 홍채의 멜라닌 색소가 잘 유리돼 방수로 나온다. 멜라닌 색소도 섬유주에 쌓이기 때문에, 섬유주가 좀 까맣게 된다.
이렇게 단백질 성분과 멜라닌 색소 등으로 방수 유출로인 섬유주가 막히면 안압이 올라가 그것들을 밀어낸다. 그러면 그물망 같은 섬유주에서 단백질 성분과 멜라닌 색소가 조금씩 떨어져 나가면서 안압이 낮춰졌다가 또 막히면 다시 안압이 올라가는 과정을 반복하며 안압이 서서히 오른다.
21(안압 단위 mmHg)까지가 정상 안압인데, 50, 60까지 올라가도 모른다. 갑자기 안압이 올라가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급성 녹내장으로 안압이 50까지 올라가면 심한 두통과 구토 등을 증세를 보이는데, 거짓비늘증후군으로 인한 녹내장은 아주 서서히 올라가니 환자가 이 상황에 적응해 모르는 것이다.
안압과 방수
방수는 눈의 각막과 수정체 사이 공간(전방)과 홍채와 수정체 사이 공간(후방)을 순환하는 액체로, 각막·수정체·유리체 등에 영양을 공급하고 안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방수는 수정체를 견인해 가까운 것을 볼 때와 먼 것을 볼 때 눈의 초점을 맞춰주는 역할을 하는 '모양체' 부위에서 분비되며 후방에서 전방으로 이동해 홍채의 쉴렘관을 통해 정맥으로 이동한다. 이 순환 구조에 이상이 없어야 안압이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이 순환 구조에 문제가 생기면 안압이 올라가고, 이로 인해 시신경에 이상이 초래돼 점차 시야가 좁아지면서 결국 실명하게 된다
- 거짓비늘증후군 환자는 모두 녹내장이 생기나? 또 녹내장 이외에 다른 안질환 위험도 높은 것으로 아는데, 어떤 합병증이고 왜 이런 합병증들이 생기는 것인가?
거짓비늘증후군 자체는 눈에 아무런 문제를 초래하지 않는다. 또 모든 거짓비늘증후군 환자에게 녹내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정확한 비율은 모르지만 거짓비늘증후군 환자에게 녹내장이 생길 위험이 상당히 높다.
이외에 유리처럼 투명한 조직인 각막(눈의 검자를 덮고 있는 부위)에 혼탁이 잘 온다. 각막 혼탁이 오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르지만 정상적으로 투명해야 할 각막에 혼탁이 심해져서 각막이식수술이 필요할 때도 있다.
또 수정체가 원래 위치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수정체 탈구라고 하는데, 수정체를 잡고 있는 가느다란 실처럼 생긴 근육인 모양체소대가 거짓비늘증후군 환자는 약해질 수 있다. 이 모양체소대 한쪽이 끊어지면 수정체가 정중앙에 있지 않고 벗어나는 일이 생기면서 이탈된 정도에 따라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모양체소대가 약하기 때문에 거짓비늘증후군 환자는 백내장이 있을 때 일반적인 백내장 수술 시기보다 빨리 수술을 잡아야 한다. 백내장 수술 시 기계를 넣어서 수정체를 채석장에서 돌을 깨듯이 갈아서 제거하는데, 수정체가 많이 두꺼워져 있으면 많이 갈아야 해서 약해진 모양체소대가 끊어질 확률이 더 높다.
때문에 조금 빠르다 싶게 백내장 수술을 하는 게 좋다. 나중에 하면 수정체가 툭 떨어지는 사고가 잘 난다. 또 모양체소대가 약하면 백내장 수술 난이도가 올라간다. 그래서 백내장 수술 숙력도가 높은 의사에게 수술 받는 것이 권고된다.
- 거짓비늘증후군은 그 자체로 문제도 없고 증상도 없지만, 다양한 안과 합병증을 야기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할 것 같다. 실제로 거짓비늘증후군으로 정기 검진만 받는 사람이 있나? 또 현재 눈에 특별한 문제가 없고 거짓비늘증후군만 있으면 어떻게 검진을 해야 하나?
거짓비늘증후군이 있지만 눈에 아무 문제가 없어 주기적으로 검진만 받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안압이 올라가 있지 않는지, 안압이 올라 시신경이 나빠지지 않았는지 등을 검사로만 확인하고 아무런 치료도 하지 않는다.
거짓비늘증후군만 있을 때 안과 검진 주기는 안압과 시신경에 아무 문제가 없으면 1년에 한 번을 권한다. 하지만 조금 이상이 발견되면 6개월에 한 번 검진을 권한다. 안압은 정상인데, 시신경 모양이 애매한 경우가 있다든지 등 뭔가 조금 찜찜하면 검진 주기를 조금 더 좁혀야 하는 것이다.
녹내장이 오면 시신경 유두(시신경이 모여 뇌로 들어가는 지점)에 함몰이 오는데, 시신경테가 없어진 자리가 함몰 부위가 된다. 이 함몰 범위가 점차 넒어지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탈모인지, 단지 머리 숱이 적은 것인지 확신하기 어려울 때처럼 이 시신경테도 선천적으로 애매한 모양을 띌 때가 있다.
그럴 때는 6개월 간격 검진을 해서 녹내장으로 가는 연속 스펙트럼 상황인지 확인하길 권한다. 또 안압이 21까지가 정상인데, 안압이 20까지 올라가 있고 시신경도 망가질듯 말듯해보이면 3개월 간격 검진을 권하기도 하는 등 환자 상태마다 검진 주기는 다르다.
- 거짓비늘증후군으로 인한 녹내장은 다른 녹내장에 비해 예후가 어떤가?
안압이 자꾸 오르락내리락을 잘 해서 예후가 안 좋다. 녹내장 중 정상안압녹내장보다는 확실히 나쁘고, 원발 개방각 녹내장보다도 나쁘다. 당뇨병 등으로 인한 신생혈관 녹내장 같은 다른 질환으로 인한 2차성 녹내장 다음으로 예후가 나쁜 편이다.
또 거짓비늘증후군으로 인한 녹내장은 안압이 올라도 증상이 없는 형태로 녹내장이 진행된다. 신경이 둔한 사람은 시신경이 80%까지 망가져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시야검사를 해보면 상당히 좁아져 있는데, 괜찮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안압이 올라간 채 오래 가다보면 시신경이 다 죽어서 빛조차 볼 수 없는 전맹 상태의 실명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여기에 각막 혼탁까지 더해지면 더 안 좋다.
- 현재 거짓비늘증후군은 어느 정도일 때 진단이 되고 있나?
안과검진이나 우연히 안과에서 검사를 하다가 특별한 안과적 합병증 없이 거짓비늘증후군만으로 진단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시야가 좁아지거나 눈이 침침해서 동네안과에 갔다가 단순 녹내장이 아닌 거짓비닐증후군에 의한 녹내장이라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 녹내장으로 진행된 뒤 대부분 진단되는 상황인데, 일찍 진단 돼야 안압 조절 치료를 통해 최대한 실명을 늦출 수 있을 것 같다. 조기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거짓비늘증후군은 안과에서 청진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세극등검사만으로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다. 동공을 확대하는 약물을 넣고 세극등검사를 하면 더 명확하게 거짓비늘증후군을 확인할 수 있다. 간단한 검사를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안과 검진이 중요하다.
눈에 문제가 없어도 40세 이상부터 병원에서 안과검진을 주기적으로 받아보길 권한다. 녹내장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안과검진에 꼭 포함돼는 하는 검사는 시력검사, 안압검사, 시야검사, 안저검사, 세극등검사 등 5가지다.
시력과 안압, 시야 범위를 확인하는 검사에 더해 시신경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안저검사와, 안과 기본 검사인 세극등검사를 정기적으로 하면 대부분의 안과질환의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이후 2~3년에 한 번씩 검사 받기를 추천한다.
- 치료를 통해 안압 조절을 열심히 하면 예후가 나쁜 거짓비늘증후군으로 인한 실명을 막을 수 있나?
거짓비늘증후군으로 녹내장이 오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아무리 치료를 열심히 해도 안압 조절에 실패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경우 실명을 막을 수는 없지만, 실명을 늦출 수는 있다. 10~20년 뒤 실명할 사람이었다고 한다면 30~40년 뒤로 늦출 수 있게는 된 것이다.
- 거짓비늘증후군에서 녹내장이 합병됐을 때 안압 조절 치료는 어떻게 하나?
녹내장이 있을 때는 안압 조절 치료를 하면서 한 달 또는 두 달에 한 번 꼴로 자주 안압을 측정해야 한다. 안압 조절은 녹내장 초기 일때는 약물로만 치료를 한다. 방수가 생성이 안 되게 하는 약도 있고, 방수 유출로를 넓혀주는 약도 있다. 방수 유출로가 섬유주 말고 포도막-공막 유출로가 따로 있는데, 그 유출로를 넓혀주는 약도 있다.
처음에는 단일제로 치료를 하다가 조절이 잘 안 되면 복합제로 넘어가는 순서로 하는데, 환자의 상태마다 다를 수 있다. 2~3가지 약을 써도 안 되면 레이저 시술(레이저 섬유주 성형술)을 시도한다. 레이저 시술은 단백질 성분과 멜라닌 색소가 붙어 있는 섬유주에 레이저로 충격을 줘 한 번 털어주는 효과를 낸다.
레이저 시술로 완벽하게 이런 물질들을 제거하는 것은 어렵고, 섬유주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들을 일부 떨어뜨려서 안압을 조절하는 것이다. 약물과 레이저 시술로도 안압이 조절되지 않고 자주 출렁거리면서 시신경 손상과 시야 결손이 진행되면 수술을 한다.
수술은 막힌 섬유주를 대신해 방수가 나가는 길을 새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런 수술을 5번, 6번 계속 해도 방수 유출로가 계속 막히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이런 치료를 통해 실명 시기를 뒤로 늦출 수 있다.
- 거짓비늘증후군으로 인한 녹내장이 있으면 대학병원으로 가서 치료와 관리를 받아야 하나?
아니다. 동네병원에서도 녹내장 전문 의료진이 있으면 충분히 치료와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거짓비늘증후군에 의한 녹내장이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동네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임상시험 등을 통해 최신 약제 등을 시도해볼 수 있는 대학병원 진료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또 약물과 레이저를 통해 안압 조절이 안 되면 녹내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녹내장 수술 의사가 국내 많지 않다. 대학병원에서 1년에 100건 이상 수술 하는 안과 의사가 국내 10명이 안 되는 것 같고, 1년에 20건 이상 녹내장 수술을 못 채우는 대학병원도 많은 것으로 안다. 대부분 약으로 조절하기 때문에 녹내장 수술을 많이 하지 않는 것도 녹내장 수술 의사가 많지 않은 이유다.
- 거짓비늘증후군이 있을 때 눈 건강관리법으로 추천하는 것이 있다면?
거짓비늘증후군만 있으면 정기적인 눈 검진만 받으면 된다. 검진 주기는 눈 상태마다 다를 수 있으니 주치의가 권하는 대로 잘 따라주기를 바란다. 녹내장이 합병됐다면 안압이 주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으니 안압 조절 치료를 잘 받으면서 한 달에 한 번 꼴로 자주 안압을 측정하길 권한다.
여기에 조금 더해서 거짓비늘증후군은 혈관이 막히는 질환하고 관련 있다는 설이 있고, 실제 심장혈관과 뇌혈관에서 발견된 적도 있다. 담배는 안 좋으니 금연하고, 술은 조금 먹는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