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도박 중독이 오프라인보다 청소년에게 더 해로운 이유

3배 더 강하게 중독…온라인 도박 중독 청소년, 우울증·고립감↑ 연구팀 “청소년 도박 중독자 치료 방향 설정에 도움 되길 기대”

2023-05-16     김경원 기자

청소년 도박 중독이 늘어난 이유로 ‘온라인 도박’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데, 온라인 도박 중독이 오프라인보다 청소년에게 더 해로운 이유가 다시금 국내 의료진에 의해 밝혀졌다. 도박 문제 심각성 척도 점수 총합이 온라인 도박 그룹이 오프라인 도박 그룹 보다 중증도가 3배 더 높게 나온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이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지현·정유숙 교수,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윤혜 교수 공동 연구팀이 2018년 기준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서 도박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 5,619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연구에서 이같은 결과치가 나왔다고 16일 밝혔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도박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 5,619명을 도박 노출 경로에 따라 온라인 그룹과 오프라인 그룹으로 나누고, 청소년 도박 증상에 대한 총 9가지 설문조사 문항마다 중증도를 점수로 매겨 도박 문제 심각성 척도(Gambling Problem Severity Scale)를 측정했다.

설문 문항은 1. 참여 중인 활동을 불참하거나 중도 포기함 2. 도박 안하는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않음 3. 내기·도박 계획함 4. 기분이 나쁨 5. 이기기 위해 다른 날 다시 도박하러 감 6. 타인에게 도박·내기 하는 것을 숨김 7. 도박·내기를 하는 게 잘못되었다 느낌 8. 점심 식사나 옷을 사는데 사용하는 용돈을 도박에 사용 9. 도박·내기를 하기 위해 돈을 훔침 등이다. 

연구팀은 설문 문항 간 관계 분석도 함께 진행해 내재된 청소년 도박의 병리 구조를 확인했다. 도박 노출 경로와 관계 없이 9. 도박·내기를 하기 위해 돈을 훔치는 증상이 매개·근접 중심성, 연결강도 점수가 모두 99~100%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는 1. 참여 중인 활동을 불참하거나 중도 포기함이 근접 중심성 91%, 연결강도 82%로 높았다.

도박 노출 경로에 따른 특징으로 온라인 그룹은 4. '기분이 나쁨'이 근접 중심성과 연결강도 모두 93%, 2. '도박 안하는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않음'이 근접 중심성 85%, 연결강도 87%였다. 오프라인 그룹은 3. '내기·도박 계획함'이 근접 중심성 79%, 연결강도 64%, 5. '이기기 위해 다른 날 다시 도박하러 감'이 근접 중심성 73%, 연결강도 62%로 높은 축에 속했다.

이번 연구 결과, 돈을 훔치는 행위가 청소년 도박의 주요 증상임을 확인했다. 또한 뒤를 잇는 주요 증상인 활동을 불참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행위도 충동성을 기반으로 한 증상이었다. 이러한 증상들은 추후 이른 학업 중도 포기나 자퇴로 이행되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온라인 그룹이 오프라인 그룹 보다 중증도가 더 높았던 만큼 증상 특징 또한 달랐다. 온라인 도박에서 중심적인 증상 중 하나는 도박으로 인해 기분이 나쁘다는 점이었다. 온라인 도박과 비슷한 온라인 게임 중독에 대한 연구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우울증을 동반하고 있었다. 

온라인 도박은 오프라인 보다 더 중독적이다. 베팅 금액이 더 싸고, 이용이 빠르고 편리하며, 익명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다양한 컨텐츠들과 시선을 끄는 마케팅도 한 몫 한다. 온라인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들은 중독으로 인해 조절이 어려운 상황에 대한 죄책감이 우울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온라인 그룹은 도박을 안 하는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특징을 보였는데, 혼자 플레이하는 온라인 도박 특성상 사회적 도태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도박 중독은 청소년들이 도둑질, 학교 결석과 같은 드러나는 행동 문제로 인해 직접 치료를 찾기 전까지 알아채기 어렵다. 이번 연구를 통해 청소년 도박에 대한 ‘유입 경로’와 ‘심리적 특징’을 함께 분석하여 세부적인 증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며 “차후 청소년 도박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보다 효과적인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