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부침 등 기름진 음식 조리 때 '연기', 폐암 발병 위험 더 높인다
여성 폐암 환자 90%, 비흡연자…음식 요리 시 연기흡인 주요 요인 '간접흡연'도 주요 위험 인자…유해물질 농축돼 직접흡연보다 나빠 비흡연 폐암, 더 빨리 발생…기침·흉통·객혈·쉰 목소리일 때 의심을
흡연은 폐암의 뚜렷한 위험인자다. 이 때문에 현재의 국가암검진에서 55~74세 남녀 중 30갑년(30년간 1갑 혹은 15년간 2갑) 이상 '흡연자'를 대상으로 폐암 무료 스크리닝 검사를 하고 있다. 문제는 폐암 위험 요인이 직접흡연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매년 9,000명 넘게 폐암 진단을 받는 국내 여성 환자의 약 90%는 비흡연자다. 비흡연 폐암 환자에 대한 검진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치료 성적이 나쁜 폐암을 어떻게 조기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을까. 결국 비흡연 폐암에 대해 제대로 알고 대처하는 것 이외에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는 왜 암에 걸린 것일까.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조석기 교수는 유튜브 채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폐암 수술을 받은 여성 환자 88%는 비흡연자이고,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2003년에서 2015년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 폐암 환자 중 90%는 비흡연자"라며 "비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폐암에 걸리는 원인은 크게 부엌에서 요리할 때 나오는 연기흡입과 간접흡연 2가지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음식 조리 시 나오는 연기가 폐암에 얼마나 치명적일까. 조 교수는 "환기시설이 열악한 공간에서 요리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폐암 위험이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음식 조리 시 나오는 연기를 많이 흡입할수록 폐암 위험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특히 폐암에 치명적인 음식 조리법이 있다. 삶고 데치고 끓이는 방식의 조리보다 튀기거나 부치는 등의 기름을 많이 사용한 음식 조리법이 더 폐암 위험을 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것이다. 조석기 교수는 "특히 튀김이나 부침 등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요리를 할 때 위험이 더 높았다"고 꼽았다.
또 다른 폐암 위험요인인 간접흡연은 직접흡연보다 때론 더 치명적이다. 조 교수는 "흡연자와 근거리에 있는 경우, 흡연자가 직접 마시는 주류 연기보다 타면서 나오는 담배 연기에 유해 물질의 성분이 더 농축돼 있어서 함께 생활하는 사람은 발생률이 20~30% 더 높다"고 설명했다.
비흡연 폐암은 흡연으로 인한 폐암과도 확연히 다른 2가지 양상을 보인다. 조석기 교수는 "비흡연 폐암이 더 젊은 나이에 발생한다"며 "남성 폐암은 60대 후반에 주로 발생하지만 여성 폐암은 50대 후반에 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간유리 음영 결절의 형태를 보이는 폐 선암의 비율이 비흡연 폐암에서 높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간유리 음영 결절은 CT에서 보이는 비흡연 여성 폐암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예후는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단순 흉부 엑스레이 사진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CT에서만 보이는 게 특징"이라고 짚었다.
그렇다면 비흡연 여성은 폐암 위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조석기 교수는 "초기 폐암의 경우에는 환자 자신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증상은 없지만, 폐암이 진행되면서 기침이나 흉통, 호흡곤란, 객혈, 쉰 목소리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러한 증상이 보이면 이미 폐암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흉통, 호흡곤란, 객혈, 쉰 목소리 등이 폐암의 주요 증상인데,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는 폐암 3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결국 조기에 폐암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정기 검진을 해야 하는 셈이다.
조 교수는 "흡연 경력, 폐암 가족력이 있거나 사소하더라도 의심할만한 증상이 보이면 바로 단순 흉부 엑스레이 또는 저선량 흉부 CT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면서도 비흡연 여성이 폐암에 대처하기 위한 최선책으로 "정기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