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불모지 위암…新표준 '면역항암제' 제대로 쓰기 위해 남은 숙제들
서울의대 오도연 교수, 옵디보 급여 사용 시 미해결 과제 조명
진행성 위암의 약 80%를 차지하는 HER2 음성 위암은 지난 20년간 신약 개발의 불모지였다.
항암화학요법에만 의존하며 정체기에 머물었던 해당 분야에 변화의 물꼬가 트인 것은, 지난 2021년 6월 면역항암제 최초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하면서부터다.
옵디보는 기존 세포독성항암제와 병용해 환자의 생존기간에 유의미한 개선을 입증하며 새로운 표준요법으로 자리잡았지만, 국내에서는 식약처 승인을 받은 지 2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비급여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도 이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한 옵디보는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만을 남겨두고 있지만,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동반진단 수가 개정 및 급여기준에 대한 타당성 여부는 새롭게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오도연 교수를 만나 진행성 위암 1차 치료에서의 옵디보 등장이 갖는 의미와 새로운 표준요법에 대한 국내 환자들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남은 숙제들을 짚어봤다.
- 진행성 HER2 음성 위암 1차 치료에 약 20년 만에 신약이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위암 1차 치료는 크게 HER2 양성과 음성으로 나뉜다. 과거에는 HER2 양성과 음성 모두 세포독성화학요법(cytotoxic chemotherapy) 외에 선택지가 없었는데, 2010년 '트라스투주맙'이 HER2 양성 위암 신약으로 등장하면서 치료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된 것이다.
반면 HER2 음성 위암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혜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신약이 오랫동안 등장하지 않아 기존의 세포독성화학요법 외에는 유효한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옵디보는 기존 세포독성화학요법에 면역항암제를 추가함으로써 HER2 음성 위암 환자의 생존기간과 예후를 유의하게 개선시킬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한 1호 약제다. 옵디보의 허가 임상인 CheckMate-649 연구는 HER2 음성 위암 치료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결과로, 후발 약제 연구의 기조 역할을 하고 있다.
- 옵디보의 급여대상은 PD-L1 CPS 5 이상인 환자다. 전체 HER2 음성 환자 중 옵디보 급여대상 환자는 어느 정도인가.
구체적인 환자 규모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대략 전체 HER2 음성 위암 환자의 약 20~40%가 옵디보 + 화학요법 병용 치료 대상인 PD-L1 CPS 5 이상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이 외 환자들은 비급여로만 '옵디보 + 화학요법' 병용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
다만 CheckMate-649 연구에서 옵디보 병용이 PD-L1 발현율에 관계없이 유의한 임상적 효과를 입증했고, 국내에서도 전체 환자(all-comer)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가 된 상황인 만큼, PD-L1 CPS 5 미만이기 때문에 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 위암 치료에서 'PD-L1'이라는 바이오마커가 면역항암제 치료 대상을 선별하기에 적합한 평가 도구인지 궁금하다.
위암뿐만 아니라 여러 암종에서 면역항암제를 사용해 온 결과, PD-L1 발현율이 높을수록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 역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CheckMate-649 연구 결과에서도 PD-L1 CPS가 높을수록 위험비(HR)가 더 좋게 나왔다. 다만, 'PD-L1 CPS 5'는 임상연구 상에서 설정된 임의의 기준일 뿐 옵디보 병용 치료의 효과 유무를 결정짓는 절대값이라고는 할 수 없다.
- 동반진단에 대한 이슈도 있다. 옵디보 급여 대상에 해당하는 환자를 선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IHC 28-8 pharmDx 키트'로만 PD-L1 발현율을 검사해야 하나.
규제기관의 입장과 급여기준에 따라 상이한 이슈다. 정부가 CheckMate-649 연구에 사용된 IHC 28-8 pharmDx로만 검사를 진행하도록 지침을 내린다면, 일선 의료기관에서도 지침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다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오랫동안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며 처방 경험을 쌓아온 입장에서는 PD-L1 발현율 검사 방식과 과정에 있어 지금보다 유연한 기준을 도입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 위암 1차 치료에서 옵디보는 허가사항과 급여기준이 달라 진단수가의 개정도 필요하다. 실제 약제 급여 시기와 진단수가 개정 시기가 달라 임상 현장에서 혼선을 빚은 사례가 있다고 들었다.
실제 임상에서는 허가사항과 다르게 PD-L1 CPS 5 이상인 환자만 옵디보 병용 치료에 대한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각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히 이해시키고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거기에 더해 행정 절차 상의 문제로 불가피하게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상황까지 닥치면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임상 현장에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양해야 하는 부분이다.
- 최근 옵디보와 동일 기전의 타 면역항암제 역시 위암 1차 치료에서 생존기간 개선을 입증해 냈다. 향후 위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의 역할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흔히 '오늘의 임상연구가 4~5년 후의 표준치료'라고 이야기한다. 사실상 HER2 음성 위암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와 화학요법 병용은 표준치료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현재는 이를 기반(backbone)으로 여기에 표적치료제를 추가하는 치료 전략을 평가하는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 면역항암제 병용이 미래 연구에 있어 소위 'backbone'이 될 만큼의 표준요법이라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옵디보의 급여 제한에 많은 문제제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개선점은 없나.
하나만 더 말하면, 현재 옵디보를 포함한 면역항암제의 급여 인정 기간은 2년으로 제한돼 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급여가 적용되더라도 2년이 지나면 환자들이 다시 비급여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보다 많은 위암 환자들이 면역항암제 치료 혜택을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함께 논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