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K, 자궁내막암 신약 '젬퍼리' 무상지원…일거양득 효과
자궁내막암 환자의 치료 접근성 개선 및 국내 임상 경험 축적 이정원 교수 "환자에 경제적 부담 없어 의료진 처방 부담 덜어"
GSK가 최근 동정적사용프로그램(Expanded Access Program, EAP)을 통해 국내 자궁내막암 환자들에게 '젬퍼리(성분명 도스탈리맙)'를 무상으로 지원하며,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개선은 물론 부족한 국내 임상 경험을 축적해나가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 도입된 항 PD-1 면역항암제 중 가장 후발주자인 '젬퍼리'는 작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궁내막암 치료제로 최초 허가를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이전 백금기반 전신 화학요법 치료 중 혹은 치료 후 진행된 재발성 또는 진행성 불일치 복구결함(mismatch repair deficient, dMMR)/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microsatellite instability-high, MSI-H) 자궁내막암 성인 환자' 치료에 사용된다.
GSK는 이듬해인 올해 초부터 국내 16개 주요 의료기관에서 EAP를 통해 젬퍼리를 무상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신청서를 제출하고 현재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국내에서 자궁내막암은 특히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다. 젬퍼리에 앞서 항 PD-1 면역항암제 대표주자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단독요법 및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와의 병용요법으로 먼저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지만,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사보험이 있는 환자를 제외하고는 실제 처방되고 있지 않기 때문.
이 같은 상황에서 젬퍼리의 무상 지원은 국내 자궁내막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개선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전언이다.
실제 EAP를 통해 젬퍼리를 처방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정원 교수는 "현재 국내 환자들은 EAP를 통해 무상으로 젬퍼리 치료가 가능해 환자가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인 부담이 없고, 의료진으로서 처방하는데도 부담이 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궁내막암 환자의 80~90%는 초기에 발견된다"며 "대부분 1기이기 때문에 1차 치료법인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고, 재발률도 10% 미만으로 예후가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초기에 발견하지 못한 환자이거나 치료 후 재발한 환자들은 치료가 어렵고 예후도 좋지 않다"면서 "이런 환자들에서 1차 치료로 백금기반 화학요법을 진행하면 약 30~50%의 반응률을 보이지만, 완치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대부분이 2차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젬퍼리,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항암제는 2차 치료 대상의 약 25%에 해당하는 dMMR/MSI-H 환자들에서 정밀의료를 가능케 만들었다.
과거 '독소루비신'과 같은 세포독성항암제로 치료받던 환자들에게 부작용도 적고 장기 생존도 노릴 수 있는 면역치료의 기회가 열렸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자궁내막암 치료에 독소루비신을 많이들 썼는데, 해당 약제는 심장 독성이 심해 6 사이클 이상 치료하기가 어려웠다. 때문에 파클리탁셀이 1차 치료에 사용 가능해지면서 파클리탁셀 + 카보플라틴 병용요법을 1차 치료에 사용하고, 독소루비신을 2차 혹은 3차 치료에 사용해왔다"며 "최근에는 1차에서 파클리탁셀 + 카보플라틴 병용요법 후 2차 치료에 항 PD-1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이 새로운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에서는 키트루다와 함께 젬퍼리가 자궁내막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대표주자로 우대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임상 경험이 전무해 키트루다와의 경쟁구도에서 뒤처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젬퍼리의 허가 임상시험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아, 이번 EAP 시행 전까진 젬퍼리를 사용해본 국내 임상의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EAP를 통한 치료 사례를 소개하며, "현재까지 젬퍼리의 성적은 꽤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총 3명의 환자가 EAP를 통해 치료를 받고 있는데, 한명은 완전관해(Complete response, CR)를 달성했고, 한명은 부분관해(Partial response, PR), 나머지 한명은 안전병변(Stable disease, SD) 상태라는 것이다. 질병조절률(Disease Control Rate, DCR)로는 100%를 보여준 셈.
이 교수는 "이처럼 유의미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EAP에 참여 중인 3명의 환자 외 더 많은 환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도 더 많은 환자에게 젬퍼리를 사용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이 교수는 "EAP를 통해 젬퍼리를 7 사이클까지 맞은 환자 케이스가 있는데, 키트루다 치료와 비교했을 때 현재까지 두 치료제 간 큰 차이는 없다"면서 "면역항암제의 경우 부작용 중 하나로 갑상선 기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는데, 현재까지 젬퍼리를 사용한 환자에서 특별한 이상반응이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아, 갑상선 기능 저하에 대한 영향도 젬퍼리가 조금 덜하지 않을까 기대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국내 자궁내막암 환자들이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로 '높은 약가'를 꼽았다.
이 교수는 "높은 약가 때문에 치료에 제약을 많이 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실손의료보험이 있는 환자들은 부담이 적겠지만, 그렇지 못한 환자들은 치료제 자체를 못 쓰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교수는 "정부 역시 보험 재정은 한정된 반면 암종은 너무 다양하고, 대부분의 암종에서 면역항암제와 같은 최신 치료제를 사용하려고 하다 보니 이 모든 급여를 허가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부인암 치료 분야에서는 단 하나의 면역항암제도 급여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호소했다.
이 교수는 "현재 젬퍼리가 dMMR/MSI-H 환자 대상으로 급여에 도전 중인 가운데, 정부 재정이 가능하다면 급여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dMMR/MSI-H 환자의 경우 1년에 150명 정도로 환자 수가 적은 편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보험급여가 적용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