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장질환에 고용량 비타민D 좋다?…'득보다 실'
세브란스병원 홍남기 교수에게 듣는 '염증성장질환과 비타민D' 염증성장질환 환자, '골다공증' 유병률 높아…골절 위험도 상승 스테로이드치료 중·크론병 조절 안되면 골다공증 위험 올라가 골다공증 있거나 위험 높으면 '비타민D 매일 800-2,000IU'를 염증 완화 효과, 일부 연구서 확인됐지만 아직 명확하지 않아 비타민D 섭취 '과유불급'…"혈중 비타민D 계속 낮으면 주사를"
염증성장질환에 비타민D가 좋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고용량 비타민D를 장기간 섭취하는 사람이 있는데, 정말 염증성장질환자에게 지속적인 고용량 비타민D 보충이 도움이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오히려 득보다 실이 될 수 있다. 비타민D 과잉으로 체내 칼슘 수치가 높아지면 신장, 혈관, 폐, 심장 등에 칼슘이 축적돼 영구적인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까닭이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홍남기 교수는 유튜브 채널 '세브란스'에서 염증성장질환자의 비타민D 섭취 관련 "하루 5,000IU 이상의 과용량을 장기간 복용하는 것을 권고할 근거가 아직까지 없고 도리어 독성이 증가할 수 있는 부분을 꼭 생각해야 한다"며 "매일 800~2,000IU의 적정 용량을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권했다.
비타민D 섭취를 모든 염증성장질환자에게 매일 800-2,000IU 권고하는 것도 아니다. 염증성장질환자는 골다공증 유병률이 높고, 이에 따라서 골절 위험도 또한 상승하기 때문에 뼈건강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염증성장질환자에게 비타민D 섭취를 추천하는 것이다.
홍남기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자는 일반인 대비 높은 골다공증 유병률을 보이면서 골절위험도가 증가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며 "특히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 있거나 크론병 조절이 잘 안 되면 위험이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 교수는 "골절위험도가 높은 염증성장질환자에서는 골절위험도를 낮추기 위해서, 즉 근골격계 효과를 기대하고 비타민 D 보충 요법을 권고한다"며 "연구에 기반해 25OHD(혈중 비타민D 지표) 수치가 20ng/mL 이상이면 적정하고, 30ng/mL 이상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하루 800~2,000IU의 비타민D를 섭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염증성장질환으로 인해 장에서 흡수 문제가 있을 때는 비타민D 섭취를 해도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낮을 수 있다.
홍남기 교수는 "비타민D를 먹어도 수치가 3~6개월 뒤에도 충분히 올라가지 않는다면 근육주사를 통해서 비타민D를 보충하는 것도 시도해볼 수 있다"며 "3개월 단위로 비타민D 10만IU를 근육주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비타민D에 항염증 효과가 있어서 비타민D가 염증성장질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지만, 이것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홍 교수는 "동물 실험 모델에서 일부러 장에 염증을 유발하고 유발된 장염 모델에서 비타민D의 효과를 살펴본 연구를 보면, 비타민D 수용체 활성화는 염증으로 인한 장 상피세포자멸사를 억제하고 지연시킬 수 있었다"며 "또한, 비타민D의 보충이 장내 미생물균총 종류 및 수를 조절하고, T세포 면역반응을 조절해서 좀 더 유리한 쪽으로 보호를 하더라는 것이 실험적인 근거들로 제시됐었다"고 설명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염증성장질환에서 비타민D의 항염증 효과를 보고한 연구들도 적지 않다. 2012년 발표된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25OHD가 높은 그룹이 낮은 그룹에 비해 크론병 발병 위험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965명의 염증성장질환자 코호트에서 5년 추적관찰 시 25OHD <20ng/mL 그룹은 25OHD >30ng/mL 그룹에 비해 재발에 의한 약물 복용량 증가와 함께 입원과 수술 빈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더해 비타민D 보충을 유지한 그룹은 의료이용이 감소한 반면, 유지하지 않았던 그룹은 의료이용도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
지난 2013년 발표된 3217명의 염증성장질환 환자 코호트 연구에서도 25OHD <20ng/mL 그룹에서 염증성장질환과 연관된 수술과 입원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홍남기 교수는 "이것이 정말 비타민D가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비타민D가 부족한 것과 연관이 돼있는 많은 습관들인, 밖에 잘 나가서 돌아다니지 않고 운동을 잘 안 하고, 아니면 애초에 질병 중증도가 높아서 오히려 비타민D 섭취를 더 못하거나 흡수가 안 되는 문제들 때문에 혼란스럽게 해석이 될 여지들이 남아 있다"며 "질병 경과에 있어서 적어도 비타민D가 낮았던 환자가 조금 불리했다라고 해석할 수 있지 명확한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염증성장질환 치료제인 생물학적제제의 반응도 비타민D 상태에 따라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비타민D가 적정 용량 이상일 때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지만 그 반대의 연구 결과도 나와있다.
실제 2014년 보고된 생물학제제로 치료를 시작한 101명의 염증성장질환 환자 연구에서 25OHD >30ng/mL 그룹에서 염증성장질환 악화 횟수가 감소하고, 약제 반응의 최적화를 보인 것으로 나왔다.
2017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생물학제제로 치료를 시작한 384명의 염증성장질환자 중 25OHD >30ng/mL 그룹인 정상군이 부족군 대비 3개월 내 관해에 도달할 가능성이 2.6배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2016년 발표된 28명의 캐나다 염증성장질환자 연구에서는 오히려 25OHD <30ng/mL(낮은 비타민D) 환자군이 인플리시맵 투여 후 14주, 22주 관해율이 더 높았다는 상충된 결과도 나왔다.
단기간의 하루 5,000IU 이상의 고용량 비타민D 보충요법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8~12주의 단기간 추적관찰연구에서 다양한 고용량 보충요법(5,000IU/day~4만 IU/주)은 소규모지만 과학적 근거 수준이 높은 무작위대조군연구에서 큰 부작용 없이 염증지표와 증상을 개선시킨 것으로 나왔다.
홍 교수는 "다만, 수십명 수준의 소규모 연구이며 단기 추적관찰 결과라는 점에서 염증성장질환 관리에서 해를 끼치지 않고 도움이 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도이며 반드시 염증성장질환 치료제로써 비타민D를 사용해야 한다는 정도의 결론을 내리기에는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홍남기 교수는 "모든 염증성장질환자들이 고용량 비타민D를 보충해야 된다는 권고안을 만들 수는 없다"며 "적어도 근골격계 효과를 기대하고 골절 위험도에 대한 예방 그리고 염증성장질환 환자 중에서 골다공증이 있거나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하고 있거나 크론병의 악화가 반복되는 분들에 있어서는 목표 25OHD를 30~50ng/mL 정도로 맞추고 비타민D를 보충할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