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로그 명의] 달라진 뇌종양 치료 환경…수술 불가 영역 줄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정상준 교수에게 듣는 '뇌종양 수술' 뇌 MRI·CT 접근성↑·전체 암 발생↑=전체 뇌종양 발생 수↑ 전체 뇌종양 치료 성적 의미 없어…"뇌종양 별 성적 모두 달라" '뇌종양 수술' 목적, 종양 제거·조직검사·뇌 압박 증상 완화 등
100종이 넘는 '뇌종양'에 대한 치료 접근법이 최신 의료기술의 발달로 굉장히 다양해졌다. 수술 같은 고난도 치료 없이 치료할 수 있는 뇌종양 영역이 넓어졌고, 과거에는 수술이 불가했던 부위의 뇌종양도 치료 가능 영역으로 상당수 넘어왔다.
여기에는 그간 국내 의료진의 뇌종양 수술 역량이 큰 폭으로 성장한 것도 한몫 한다. 글로벌 의료기술을 선도하는 미국 의료진에게 가르침을 받는 입장에서 이제 뇌종양 수술에 대해 가르침을 주는 입장으로 선회할만큼 약진한 것이다.
뇌종양은 10대 암에 들지 않지만, 국내 꾸준히 늘고 있는 암 중 하나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100종이 넘는 뇌종양의 특성과 최신 치료 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해 '뇌종양 수술' 명의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정상준 교수를 만나 들어봤다.
다른 암에서 파생한 '전이성 뇌종양', 전체 뇌종양의 약 20% 차지
- 국내 뇌종양 환자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뇌종양은 크게 처음부터 뇌에 생긴 '원발성 뇌종양'과 폐, 유방, 신장 등 다른 부위에 생긴 암에서 기인한 '전이성 뇌종양'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원발성 뇌종양 환자와 전이성 뇌종양 환자 모두 국내에서 늘기는 늘었다.
먼저 전이성 뇌종양은 국내 전체 암 환자의 증가세로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다. 원발성 뇌종양 환자 역시 늘어난 것은 맞는데, 실제 원발성 뇌종양 환자가 과거에 비해 늘어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최근 뇌 MRI·CT 등의 영상검사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검사 수가 늘었고, 이로 인해 조기 발견되는 원발성 뇌종양 환자가 늘어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갑상선암 환자가 늘어난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현재 보는데, 무증상 양성 뇌종양 환자가 특히 는 까닭이다.
또 성인과 소아로 나눠서 봤을 때, 성인 뇌종양 환자처럼 소아 뇌종양 환자도 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국내 소아 뇌종양 환자 수는 줄었다. 국내 전체 소아 수가 감소하면서 소아 뇌종양 환자 수가 준 것이지, 발생률이 준 것은 아니라고 본다.
- 뇌종양을 유발하는 요인들이 최근 여러 개 제시되고 있다. 실제 뇌 전문의들이 꼽는 뇌종양의 원인은 무엇인가?
잘 알려진 뇌종양의 요인은 방사능이다. 이는 이미 역사적으로도 확인된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를 통해 뇌종양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 '스마트폰'이나 '비만', '수면 시간', '밤낮의 리듬' 등은 흥미롭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모두 명확히 결론내기 어렵다. 이런 요인들은 연구 데이터가 더 쌓여야 결론이 날 것이다.
실제 뇌종양과 스마트폰 연구 결과들을 보면 스마트폰이 뇌종양을 유발한다는 것을 지지하는 결과도 있지만, 지지하지 않는 결과가 혼재하고 있어서 아직 명확하게 이야기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이 많이 쓰이기 시작한 시점에 뇌종양 발생이 늘어난 것은 맞는데, 그쯤부터 MRI 등을 훨씬 잘 찍을 수 있게 된 것을 고려해야 한다.
- 100종이 넘는 뇌종양 중 국내에서 가장 흔한 뇌종양은 어떤 종류인가?
현재 국가암등록 통계는 원발성 암만 따로 통계 처리가 이뤄지고 전이성 암은 통계 처리가 안 돼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전체 뇌종양에서 전이성 뇌종양이 약 20%로 단일 뇌종양으로는 최다(最多)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뇌종양이라고 하면 굉장히 심각한 병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실제 모든 뇌종양이 심각한 질환인가?
반드시 그렇지 않다. 뇌종양 중에는 치료가 시급하지 않거나 아예 치료를 하지 않고 경과 관찰만 해도 되는 양성 뇌종양이 꽤 있다. 양성 뇌종양은 간혹 신경학적인 증상을 초래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다.
반면, 모든 악성 뇌종양은 사느냐, 죽느냐를 따져야 되는 문제로,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등 세 가지 조합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 국내 뇌종양 환자는 보통 어떤 상태로 병원을 찾나?
우연히 뇌 MRI 등을 찍은 뒤 발견돼 무증상으로 찾아오는 환자가 전체 뇌종양 환자의 10% 조금 안 되는 비율로 있다. 거꾸로 말하면, 그 외 90% 이상의 환자가 뇌종양 증상이나 뇌종양으로 인한 마비 등의 장애를 갖고 병원에 온다.
- 뇌종양 증상은 종양이 특정 뇌조직을 압박해서 생기는 국소적인 신경 결손 증상과 종양이 자라 머리 안의 압력을 올리면서 나타나는 두개강내 압력 상승에 의한 증상으로 나뉘는 것으로 아는데, 환자들은 실제 어떤 증상을 호소하나?
뇌종양 위치에 따라 환자마다 호소하는 증상은 다르다. 대표적으로 서서히 양측 바깥쪽의 보이는 범위가 줄면, 시신경이 만나서 교차하는 부위에 근접한 뇌하수체 부위의 종양을 의심할 수 있다. 또 오른쪽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은 좌뇌 중앙의 운동기능 담당 부위에 종양이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기억이나 언어 등을 주로 관장하는 대뇌반구인 '우성반구'(오른손잡이의 우성반구는 약 90%가 좌뇌)에 뇌종양이 생기면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치매 같은 증상이 오기도 하고, 언어기능장애 같은 것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을 보이면 환자에게 어떤 손을 주로 쓰는지 묻는데, 어느 부위에 뇌종양이 있을지 예측할 수 있는 까닭이다.
또 전두엽의 운동 영역 근처나 측두엽, 후두엽에 종양이 생기면 경련 같은 증상이 잘 생길 수 있는데, 경련 양상은 뇌종양이 생긴 부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전두엽의 운동 영역에 종양이 있을 때는 몸을 떨거나 몸이 꼬이는 식의 경련이 나타난다.
측두엽에 생긴 종양으로 인한 경련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으면서 의식이 깜박하거나 멍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또 후두엽에 종양이 있을 때는 번쩍이고 깜박이는 방식의 경련이 나타난다.
- 흔히 뇌종양의 대표 증상은 두통이라고 하는데, 뇌종양으로 인한 두통의 특징이 있다고 들었다.
두통은 뇌종양만이 아니라 아주 많은 사람들이 흔히 경험하는 증상이다. 다만 뇌종양으로 두개강내 압력이 상승할 때의 두통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메스껍고 토하는 증상이 나타나면서 두통의 강도가 꽤 심해 진통제로 쉽게 조절이 되지 않으며 주로 아침에 두통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두통은 의미심장하게 봐야 하지만, 반드시 뇌종양으로 인한 두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두통은 뇌압이 올라갈 때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뇌출혈일 수도 있는 것이다.
- MRI 같은 영상검사로 봤을 때, 뇌종양의 크기나 위치로 봤을 때 예상되는 증상이 있지만, 전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안다. 왜 그런가?
주로 사용하는 뇌에 종양이 생겼을 때는 증상이 세게 오지만, 주로 사용하지 않는 뇌에 종양이 생기면 별 증상이 없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측 전두엽에 6cm짜리 종양이 있을 때, 환자의 '우성반구'가 좌뇌이면 별 증상이 없을 수 있다. 반면 우성반구가 우뇌이면 이 환자에게 증상이 아주 세게 올 수 있다.
우성반구에 종양이 생기면 조그마한 크기일 때도 증상이 나타나 조기 발견해 잘 치료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우성반구가 아닌 뇌에 종양이 생겨서 증상이 8cm짜리가 돼서야 처음 나타난 환자는 수술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종양의 크기가 클수록 수술이 어렵기 때문에, 늦게 발견되면 치료가 쉽지 않다.
- 전체 뇌종양 중 가장 많은 '전이성 뇌종양'만의 특징이 있다면?
전이성 뇌종양은 원래 종양의 특징, 즉 폐암에서 전이된 것이면 폐암의 특징을, 신장암에서 전이된 것이면 신장암의 특징을 띈다. 신장암은 방사선에 대한 저항성이 센 암인데, 신장암으로 인한 '전이성 뇌종양'도 똑같이 방사선에 대한 저항성을 보인다.
또 전이성 뇌종양은 원발성 뇌종양보다 뇌 속 여기저기에 여러 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원발성 뇌종양도 뇌 속에 여러 개 생기는 경우가 있지만, 전이성 뇌종양에서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하다.
- 전이성 뇌종양과 대비되는 원발성 뇌종양의 특징도 있을 것 같다.
원발성 뇌종양은 다른 장기로 잘 전이되지 않는다. 뇌, 척수 등 중추신경계 안에서는 전이가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중추신경계를 벗어나서 다른 장기에 발생하는 경우는 아예 없지는 않지만,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이유로 생각되는데, 하나는 뇌종양의 암세포가 다른 장기에 가서 뿌리를 내리려고 해도 바탕 자체가 달라서, 즉 인체 다른 조직의 특성이 뇌조직과 다르기 때문에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 기원이 되는 세포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에, 뇌종양의 암세포가 돌아다녀도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뇌혈액장벽(Blood-Brain Barrier, BBB)으로 인해 중추신경계 순환은 다른 장기의 순환과 약간 분리돼 있는데, 그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
- 소아와 성인에 발생하는 뇌종양에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소아에게 잘 생기는 뇌종양과 성인에게 잘 생기는 뇌종양 종류 자체가 다르다. 아이들에게는 수모세포종, 뇌실막세포종 같이 신경상피종 계열에 들어가는 뇌종양이 흔하지만, 어른들은 수막종, 뇌하수체종양, 신경초종 등이 흔하다. 뇌종양이 주로 생기는 위치도 다르다. 소아는 소뇌와 뇌간, 성인은 수막이나 신경 껍데기 등에 잘 생긴다.
또한 뇌종양은 소아에서는 주요 종양 중 하나다. 혈액암을 제외한 고형암 중 아이들에게 가장 흔한 암이 뇌종양이다. 그러나 성인은 10대 암에 뇌종양이 포함돼 있지 않다. 더불어 소아는 좀 더 원시세포에서 기원하는, 즉 덜 분화된 세포에서 기원하는 종양이 많은 반면, 성인은 그나마 조금 더 분화된 세포에서 뇌종양이 기원한다.
전이암 빼고 모두 희귀암인 뇌종양들, 암종 별 성적도 천차만별
- 뇌종양은 위암, 대장암, 간암 등의 암처럼 5년 생존율을 흔히 이야기하지 않고, 암의 병기에 따라서도 예후가 제시되지 않는다. 왜 그런가?
뇌종양의 5년 생존율이 10%대 후반인 것으로 보고한 문헌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 수치에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뇌종양은 전이성 뇌종양을 제외하고 모두 희귀암으로 다 다른 특성을 보인다. 또한 뇌종양은 전이가 되기는 하지만, 다른 장기로 거의 전파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고형암처럼 1기, 2기, 3기, 4기로 나누지 않는다.
대신 뇌종양은 각 종양 자체가 얼마나 나쁜지, 즉 '악성도'에 따라서 등급을 1등급에서 4등급으로 매긴다. 뇌종양을 등급으로 매기게 된 것은 뇌교종을 분류할 때 똑같은 성상세포 계열의 종양인데 어떤 암은 굉장히 나빠 보이고, 빠르게 퍼지는데 어떤 암은 그렇지 않은 특질이 보인 것이 계기였다.
현재는 괴사가 존재하는지, 분화가 얼마만큼 많이 보이는지 등에 따라 구분해 똑같은 계열의 뇌종양도 특징에 따라 1등급에서 4등급까지 나뉜다. 또한 같은 등급의 뇌종양이라고 해도 뇌종양의 예후 등은 크게 다를 수 있다. 1등급의 뇌종양 중에는 치료하지 않고 그냥 관찰만 해도 되는 양성 뇌종양도 있지만, 악성암 뇌교종도 있다.
또 소아에게 주로 생기는 수모세포종은 4등급 뇌종양으로, 5년 생존율이 70%다. 교모세포종도 같은 4등급 뇌종양인데, 5년 생존율이 6~8%로 뇌종양 중 예후가 가장 나쁜 암 중 하나다. 이같이 예후가 다른 수모세포종과 교모세포종 등 4등급에 속하는 뇌종양을 모두 모아 '4등급 뇌종양'의 5년 생존율을 말하는 것이니, 등급 별 치료 성적 역시 의미가 없는 것이다.
- 말기암은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 암 치료의 큰 원칙인데, 전이성 뇌종양은 모두 말기암이다. 전이성 뇌종양도 현재 수술하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경우에 수술을 하나?
전이성 뇌종양도 수술이 중요한 치료 중 하나다. 최근에는 빠른 시점에 전이성 뇌종양 증상이 나타나거나 스크리닝 차원의 검사에서 조기 발견되는 등 전이성 뇌종양이 초기에 진단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물론 전이성 뇌종양의 특성 상 암덩이가 다발성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을 수술로 일일이 제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가 있다. 이때는 감마나이프 같은 방사선 수술을 하거나 너무 여러 개로 쪼개져 있을 때는 전뇌 방사선치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뇌종양 크기가 3cm 이상으로 크면 방사선수술로 쉽게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술을 고민하게 된다. 또한 전이성 뇌종양이 뇌를 압박해서 신경학적인 장애가 있거나 뇌압이 올라가면 수술이 필요하다.
뇌종양이 8~9개 있는데, 제일 큰 뇌종양이 4~5cm라고 할 때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전뇌 방사선치료를 통해 전체적으로 뇌종양을 조절하는 치료가 환자에게 유리하지만, 뇌종양으로 인해 뇌 압박 증상이 너무 심하면 이때는 개두술로 치료한다.
- 전이성 뇌종양의 치료 방침을 정하는데 있어서 뇌종양의 크기와 환자의 증상 이외에 고려하는 요인이 있나?
전이성 뇌종양 치료 방침을 정할 때는 종양의 크기, 환자의 증상과 더불어 뇌종양의 개수와 환자의 컨디션, 뇌종양의 위치를 같이 고려한다. 원칙적으로 뇌종양이 한 개 있을 때가 수술하기 가장 확실한 상황이지만, 뇌 속에 5개 미만의 뇌종양이 있으면서 뇌종양으로 인한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을 한다.
또한 수술은 적극적이고 침습적인 치료다. 환자의 컨디션이 좋거나 원발암이 잘 조절되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지만, 원발암을 비롯해 여러 다른 장기의 전이암 치료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하면 뇌종양이 주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치료를 하게 된다. 적극적인 치료인 수술은 시도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전이성 뇌종양이 뇌 속 가장 깊은 곳인 뇌간에 있으면 수술이 거의 불가능하고, 시상에 있을 때도 수술을 거의 안 한다.
- 전이성 뇌종양이면 모두 말기암이다. 그래서 뇌종양 중에서도 치료 성적이 나쁠 것으로 생각되는데, 어떤가? 또한 전이성 뇌종양 수술 환자의 예후를 높이기 위해 어떤 치료가 시도되고 있나?
전이성 뇌종양이 전체 뇌종양 중에서 가장 예후가 나쁜 암은 아니다. 원발성 뇌종양 중 뇌교종이 있는데, 뇌교종이 전이성 뇌종양보다 더 예후가 안 좋다. 더불어 전이성 뇌종양에서 수술 대상이 됐다는 것은 환자의 컨디션이 좋고 원발암 등이 조절돼 뇌종양이 적극적으로 치료할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전이성 뇌종양은 수술 뒤 방사선 수술이나 전뇌 방사선치료를 같이 한다. 예후를 좋게 하기 위해 수술과 방사선 치료가 하나의 치료 조합으로서 구성돼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항암치료가 같이 시도되기도 한다.
- 전이성 뇌종양은 보통 뇌 깊숙이 파고 들어간 위치에 생겨서 치료가 힘들다고 하는데, 실제 어디에 주로 생기나?
전이암은 뇌(대뇌피질) 겉에 있기도 하고 속에 있기도 하는데, 대체로는 대뇌피질보다 조금 아래에 있어서 대뇌피질을 째고 들어가야 한다. 뇌 껍데기(피질) 안에 있으면 '축내 뇌종양'이라고 하기 때문에 뇌 깊숙이 파고 들어가 있다는 말을 쓸 수는 있다.
즉, 수막종 같은 '축외 뇌종양'(뇌를 감싸는 뇌막, 뇌에서 나온 두개신경 등의 주변 조직에서 발생하는 종양)에 비해 깊은 곳에 있다는 의미이지, 뇌 속 가장 깊은 곳(뇌기저부)에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각 뇌종양, 위치·모양·주변 혈류 상황·대사활성도 등으로 특정 가능
- 뇌종양은 다른 암에 비해 종류가 굉장히 많고, 각 뇌종양 별 특징이 있다. 다른 암은 수술 전 조직검사를 통해 어떤 암인지 예측해 치료 방침을 정하는데, 두개골이라는 벽이 있어서 사전에 악성인지, 양성인지를 비롯해 어떤 종류의 암인지도 확인이 어려울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치료 방법을 정하나?
거의 모든 뇌종양도 종양 조직을 떼어내 조직검사를 해서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 하지만 영상검사를 통해 뇌종양의 위치와 모양만으로 뇌교종, 수막종, 신경초종, 뇌하수체선종, 배아세포종 등등 여러 뇌종양을 예측할 수 있다.
또 핵의학검사나 조영제를 넣은 뇌 MRI를 통해 뇌종양 세포의 밀집도나 뇌종양 주변의 혈류, 대사활성도 등을 파악해 어떤 종류의 뇌종양인지 감별할 수 있다. 그래서 양성 뇌종양의 경우는 예상 진단을 하고, 추적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드물기는 하지만 혈액검사나 뇌척수액검사를 통해 어떤 뇌종양인지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생식세포종(Germ Cell Tumor)에서 가장 흔한 배아종(Germinoma)은 예외지만, 일부 생식세포종은 알파태아단백(Alpha Fetoprotein, AFP)이나 사람융모성 성선자극호르몬(human Chorionic Gonadotropin, hCG)과 같은 종양표지자가 상승돼 있다. 이런 암은 조직검사 없이 진단내릴 수 있고, 치료과정에서 AFP나 hCG를 추적관찰의 지표로 활용하기도 한다.
실제, 생식세포종 중 융모막암종(choriocarcinoma)은 hCG의 상승이 나타나고, 난황낭종양(Yolk sac tumor)은 AFP의 상승이 보인다. 배아암종(Embryonal carcinoma)은 AFP와 hCG 수치가 모두 상승해 있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치료 방침을 정하기 위해 수술 대상이 아니지만, 조직검사만을 위해 뇌수술을 하기도 한다.
뇌종양이 너무 넓게 퍼져있거나 수술 시 심각한 기능 이상이 있을 것으로 예측돼 수술 대상은 아니지만 어떤 암인지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코를 통해 내시경을 넣거나 머리에 조그마한 구멍을 하나 뚫어서 조직검사를 하기도 하는 것이다. 또 뇌 한가운데 송과샘이나 뇌하수체 아래 부위에 주로 생기는 배아종은 수술로 제거하기 어렵지만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가 잘 돼 굳이 수술할 필요가 없다. 때문에 내시경을 통해 뇌실이라고 하는 물(뇌척수액)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서 조직을 떼어내 검사한다.
- 조직검사만을 위해 고난도의 뇌수술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뇌조직을 떼어낼 때 1~2mm 차이로 운동이나 인지 기능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같은 위험은 줄일 수 있는 조직검사 수술 기법이 있는가?
있다. 흔한 방법은 '틀'을 쓰고 MRI를 찍은 뒤 수술할 때 그 틀을 이용해 암 조직을 채취하는 것이다. 틀 속에서 뇌종양이 있는 X값, Y값, Z값이 모두 나와 어떤 각도로 접근할지, 몇 cm 위치에 있는지 설정이 돼 뇌종양을 떼어내려고 접근할 때 중요한 뇌구조물에 걸리는 것이 없는지 확인 가능하고, 뇌종양 부위에 접근하는 방법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틀의 도움을 받아 뇌종양 위치에 맞춰 뇌에 구멍을 뚫은 다음 뭉툭한 바늘이 들어가서 종양 조직을 채취하면 된다. 이것을 정위적(입체적) 수술이라고 한다. 이외에 네비게이션수술도 있다. 네비게이션을 이용해서 MRI를 찍은 뒤 수술할 때 환자 몸에 펜 같이 생긴 센서를 뇌종양 위치에 맞춰 갖다대면 어디를 열어서 수술할지 답이 나온다.
- 최근 다른 치료 기술의 발달로 뇌종양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어떤 경우인가?
소아 뇌종양 중 저등급 교종은 일부 표적치료제가 활용되면서 수술을 하지 않게 됐다. 또 전이성 뇌종양에서도 타그리소, 키트루다 같은 최신 치료제들이 뇌혈관장벽을 통과할 수 있어서 그 자체로 뇌전이암을 조절하기 때문에, 원발암 치료제로 전이성 뇌종양을 같이 치료할 수 있게 됐다.
- 반면 뇌종양 수술 기술의 발달로 과거에 수술하지 못했던 상황인데, 수술할 수 있게 됐다고 들었다. 어떤 때인가?
과거에는 뇌기저부, 즉 머리 한 가운데 부분의 수술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너무 깊은 곳이고, 기능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구조물과 중요한 혈관들이 많은데, 공간은 굉장히 제한적인 까닭이다. 그런데, 내시경 수술로 뇌기저부를 수술하는 여러 기술이 발달됐다.
뇌 기저부로 접근하는 수술 기구들도 좋아져서 좀 더 수술이 용이해졌고, 뇌기저부로 들어가 수술한 뒤 노출 부위가 새지 않게 막아주는 물질들도 발달했다. 과거에는 수술 노출 부위를 막는 것이 너무 어렵고 해결이 안 돼 환자들이 나빠졌는데, 요새는 노출 부위를 막을 수 있는 물질들이 발달해 좀 더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 과거에는 뇌종양 수술을 위해 머리뼈를 열 수 있는 부위가 제한적이었다. 머리뼈를 열고 난 뒤 복원을 해야 하는데, 얼굴 부위 등은 복원 재료가 충분하지 않았고 해결도 어려웠다. 지금은 좋은 재료들이 나오고 눈이나 코로 들어가는 내시경수술기법까지 발달한 데다 의료진의 수술 경험이 쌓이면서 미용상의 큰 문제 없이 얼굴까지 수술이 가능해졌다.
- 뇌종양 수술로 인한 합병증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뇌종양을 많이 떼어내는 기술도 발전한 것으로 안다.
뇌 수술 중에 신경생리감시를 하는 수술기법이다. 수술 중에 떼어낼 조직을 제거할지를 근전도검사 등을 해서 반응이 나오는 것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전기자극을 줬을 때, 반응이 나오면 그 뇌 부위가 그 사람의 주요 기능 부위니까 수술적 제거를 피한다.
신경생리감시수술은 수술 중 환자의 의식을 깨워놓고 손을 움직이게 하거나 셈을 해보게 하면서 종양을 떼어낼지를 정하는 각성수술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다. 또 각성수술과 네비게이션수술도 이뤄지고 있으며, 이외에 5-ALA(글리오란)이라는 특수한 형광물질을 사용해서 특수현미경을 쓰면 종양 부위만 빨갛게 보이도록 해 수술을 용이하게 하는 형광유도수술도 있다.
- 과거와 다른 뇌종양 수술 기법의 변화가 있다면?
미세침습수술이다. 과거에는 내시경수술을 해도 뚜껑(머리뼈)을 완전히 열었는데, 지금은 머리뼈의 일부만 구멍을 내서 수술할 수 있게 발전했다.
- 뇌종양 환자는 마비나 시력·청각 손실 등과 같은 뇌종양 수술 합병증 걱정이 많을 것 같다. 최근 뇌종양 수술 합병증을 줄이기 위한 치료 기법이 많이 발달했지만, 합병증이 없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실제 합병증 발생률은 어느 정도인가?
뇌종양 수술을 해야 할 때, 환자들은 겁이 나기 마련이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수술 뒤 큰 신경학적인 장애가 남지 않을까' 하는 걱정일 것이다. 하지만, 의료기술이 크게 발전함에 따라 뇌종양 제거를 위한 개두술을 하고서도 안전하고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뇌종양 개두술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신경학적 합병증의 발생은 현재 5%내외로 드문 일이다.
물론 개두술을 비롯한 뇌수술이 환자에게 아주 중요하고 큰 일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너무 겁부터 먹을 이유는 없다. 오히려 수술적 절제가 최적의 치료인데도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수술을 꺼리는 경우, 치료 시기를 놓쳐서 안타까운 경우를 가끔 본다. 이에 대해서는 주치의와 치료 옵션과 상황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 최근 여러 치료 기법으로 뇌종양 수술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미세침습수술로 뇌수술로 인해 신체에 가해지는 상처도 줄었다. 뇌종양 수술 입원 치료 기간도 많이 줄었을 것 같고, 사회생활로 복귀하는 시기도 빨라졌을 것 같다.
요즘은 뇌종양 수술 3~4일 뒤 신경학적인 문제 등이 없으면 퇴원한다. 물론, 마비, 경련 등의 신경학적인 문제가 있으면 좀 더 입원해서 문제의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 수술 뒤 한 달 정도는 안정기로 두는데, 불편감이 없고 먹는 약만 복약 중이면 사무직의 경우는 일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소방관의 경우 화재 현장에 나가는 일은 안 되지만, 사무직 업무로 교체한 경우에는 근무가 가능하다.
- 뇌종양 수술 뒤 퇴원해 집에 있을 때 응급상황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마비, 경련 등의 신경학적인 문제나 두통, 오심, 구토 등이 생기면 지연성 출혈 등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바로 병원에 와야 한다. 또 보통 수술하고 일주일까지는 약간 열이 날 수 있는데, 그것은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복용하면서 지켜봐도 된다. 처방약에는 보통 타이레놀 같은 약이 들어있다.
하지만 머리가 아프고 토하면서 목 뒤가 뻣뻣하고 고열이 나면 수술 부위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지 병원에 와서 빠르게 확인해야 한다.
- 뇌종양 수술 환자 혹은 뇌종양 환자에게 하고 평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수술하면 아픈 게 당연한데, 약을 쓰는 게 나쁘다고 오해해서 통증을 참는 환자가 있다. 통증을 조절하는 약을 쓴다고 해서 나빠지지 않는다. 약으로 통증을 잘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참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또 수술 뒤 몸에 좋다는 것들을 주치의 상의 없이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수술 전후로 쓰는 예방적 항경련제 등을 비롯해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의 대사에 이런 것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먹는 것도 조심하는 것이 좋다. 그런 것들을 복용하기 전에 의사와 상의하면 좋겠다.
또 뇌종양 진단 과정에서 굉장히 패닉에 빠지거나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면서 좌절감에 빠지는 사람이 있다. 의학적인 배경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인터넷 등에서 여러 정보를 보다보면 적절한 길을 찾지 못하기도 하는데, 뇌종양 전문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고 치료를 결정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