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정재성·임수혁'은 없다…'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길 열려
유전성 희귀질환…oHCM의 유일한 치료제 '캄지오스' 국내 상륙 마이오신과 액틴의 과도한 결합 억제…운동기능·증상 개선 효과 심장초음파 후 MRI로 진단…200~500명당 1명, 숨은 환자 20만명
2012년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동메달리스트인 정재성 삼성전기 감독, 프로야구 경기 도중 쓰러져 10년간 누워있다 사망한 롯데 자이언츠 임수혁 선수, 제주 유나티이드 소속으로 축구 경기도중 쓰러진 신영록 선수, 영국의 맨체스터 시티 FC에서 뛰다 경기도중 쓰러져 운명을 달리한 축구선수 카메론의 마크 비비안 푀(MARC VIVIEN FOE). 젊은 나이 운동 중 쓰러져 사망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비후성 또는 비대성 심근병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 이하 HCM)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한국BMS제약이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oHCM) 치료제 '캄지오스(성분명 마바캄텐)' 허가 기념으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 교수는 “HCM은 젊은 층 심장 돌연사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심초음파의 시행 확대와 더불어 국내 유병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HCM 환자는 관련된 합병증 및 사망 발생 위험이 높으며, 특히 젊은 HCM 환자의 사망률이 일반인 대비 4배 이상 높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관 교수에 따르면 HCM는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면서 생기는 심장병이다. 심근에는 두가지 단백질인 액틴과 마이오신이 있다. 두 단백질이 서로 결합하며 심장 근육을 수축시켰다, 이완시켰다 한다. 이를 통해 전신에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게 되는 것. 그러나 액틴과 마이오신이 서로 과도하게 연결되면 심근이 지나치게 수축, 심근의 이완이 어려워짐으로써 심장의 변형을 초래하고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좌심실의 벽이 두꺼워져 우심실과 좌심실을 나누는 심실 중격이 비대칭적으로 비대해지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이때 정상 심장과 비교해보면 심장근육의 두께가 2~3배 정도 증가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신에 돌연사까지…젊은 사람들이 더 위험한 HCM
HCM의 증상은 호흡곤란, 협심증, 부정맥, 실시, 심부전, 돌연사 등 다양하다.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곤란이며,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어지러움증, 흉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HCM 환자의 심부전 발생 위험은 최대 43%, 심방세동 위험도 일반인보다 6배나 높다. 심실 빈맥이나 심실 세동으로 인해 10~35세 아동이나 청년의 경우 운동 중 돌연사하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 20대 젊은 HCM 환자의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발생 위험이 높다.
심장 초음파 검사로 진단할 수 있으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심장 MRI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심초음파 검사는 HCM의 진단 및 예후, 치료방침의 결정, 추적 관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검사이기도 하다.
더욱이 HCM은 상염색체 우성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진단 환자의 60%가 가족력을 갖고 있다. 부모 중에 한명이라도 HCM을 일으킬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 자녀에게서 HCM이 발병할 확률은 50% 이상이다.
HCM은 좌심실 근육이 대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나가는 혈류를 방해하는지 여부에 따라 폐색성과 비폐색성 등 2가지로 나뉜다. 두꺼워진 좌심실 근육이 대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나가는 혈류를 방해받는 경우를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obstructive Hypertrophic Cardiomyopathy, oHCM), 반대로 혈류를 방해받을 정도로 좌심실 유출로가 막혀있지 않은 경우를 비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nonHCM, non-obstructive HCM)이라고 한다. 15∼20%가 oHCM에 속한다.
2021년 기준 국내에서 진단된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 수는 1만9,925명이다. 이중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 수는 2,578명이다.
그러나 김형관 교수에 따르면 HCM의 국내 유병률은 200~500명당 1명이다. 우리나라 인구를 고려하면 10만명에서 25만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형관 교수는 "한국에서의 HCM 유병률은 2010년 0.016%에서 2016년 0.031%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상승 곡선의 경사도를 볼 때, 2020년과 2022년에는 상당히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환자가 적게는 7만5,000명에서 많게는 20만명 가까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치료 약물 부재했던 HCM 질환에 희소식
현재까지 HCM의 치료는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기보다 증상을 완화하고 관리하는 게 전부였다. 베타차단제나 칼슘채널차단제, 디소피라미드 같은 약제를 사용해왔지만 증상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김형관 교수의 지적이다.
김형관 교수는 “현재까지 oHCM 치료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 완화 및 합병증 예방에만 초점을 두고 있었다"며 "대표적으로 많이 사용됐던 일부 베타차단제 및 칼슘채널차단제의 경우 HCM의 병태생리학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약제가 아니어서 장기적인 증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효과가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약물 치료법의 효과가 저조할 경우, 수술적 심근절제술(surgical septal myectomy)이나 알코올 중격 절제술(alcohol septal ablation)이 가능하지만 이 2가지의 치료는 그 자체가 갖는 위험도가 적지 않았으며 많은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시행했을 때만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5월 oHCM의 발생 원인인 심장 마이오신과 액틴의 과도한 교차결합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한국BMS제약의 '캄지오스'다.
김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캄지오스는 oHCM의 근본적인 원인인 액틴-마이오신의 과도한 결합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새로운 계열의 치료제다. 캄지오스는 액틴과 마이오신의 과도한 교차 결합 수를 감소시켜 좌심실 유출로 폐색을 개선하고 과도한 심장 수축을 정상화시킨다"며 "이를 통해 좌심실 이완기능을 회복시켜 심실 충만압을 감소시키고, 심근 에너지 과소비를 개선시킴으로써 oHCM으로 인한 예후 개선 및 증상 호전에 상당한 효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혁신적인 치료제의 등장으로 oHCM 치료에 새로운 환경이 마련된 만큼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경구 복용만으로 증상 및 심장 기능 개선 가능한 '캄지오스'
한편, 한국BMS제약에 따르면 캄지오스는 1일 1회 경구투여로 oHCM의 증상 및 심장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최초이자 유일한 치료제다.
캄지오스는 EXPLORER-HCM 연구를 통해 oHCM 환자를 대상으로 유의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EXPLORER-HCM은 증상성 oHCM 환자를 대상으로 캄지오스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3상 임상시험으로, 1차 평가변수인 oHCM 환자의 증상(NYHA class)과 운동 능력(pVO2) 개선 여부를 30주동안 평가했고 위약 대비 2배 이상 달성시켰다.
또한 캄지오스 치료군은 운동 후 좌심실 유출로(LVOT, Left Ventricular Outflow Tract) 폐색 지표가 4배 이상 감소했다. 캄지오스 치료를 받은 10명 중 7명은 수술을 고려하지 않을 정도로 운동 후 LVOT 폐색이 개선됐으며 30주간 일관된 효과를 유지했다.
LVOT 압력차가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기준인 50mmHg 이하로 개선된 환자는 캄지오스군 74%, 위약군 21%였으며, 이보다 더 낮은 30mmHg 이하로 개선된 환자는 캄지오스군 57%, 위약군 7%였다.
한국BMS제약 이혜영 대표는 “oHCM은 젊은 층에서 예고 없이 심장 돌연사까지 유발할 수 있는 위중한 희귀질환이다. 캄지오스의 허가로 oHCM의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어 기쁘다”며 “지난해부터 한국BMS제약은 5개의 혁신적인 신약에 대해 허가를 받았으며, oHCM을 포함하여 미충족 수요가 높은 희귀, 중증 질환 환자들에게 신약 접근성을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이번 캄지오스는 아시아 최초로 허가를 받아 혁신 신약의 접근성 개선에 대한 노력의 결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