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찌면 무조건 암 치료에 나쁘다?…오히려 그 반대였다

근육량 유지하며 체중 느는 것 도리어 건강에 더 좋아 육류 피하는 대장암 환자, 오히려 단백질 섭취 중요해 유산소운동만 해선 안 돼…근력운동 같이 해야 효과적

2023-06-26     김경원 기자
살이 찌면 무조건 암 치료에 나쁘다는 속설은 진짜일까. 단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않다. 비만이 암 유발 요인의 하나로 지목되는 대장암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살이 찌면 무조건 암 치료에 나쁘다는 속설은 진짜일까. 단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않다. 비만이 암 유발 요인의 하나로 지목되는 대장암에서도 마찬가지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한상 교수는 유튜브 채널 '세브란스'에서 "흔히 '살이 찌면 무조건 암 치료에 나쁘다' 이렇게 알고 있는데 분석해 보니, 실제로는 근육량이 유지되고 체중이 느는 것은 사실 건강에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암 환자는 흔히 살이 빠진다. 이유는 두 가지다. 암세포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증식하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평소 먹던 식단을 유지하면 대부분 영양분을 암세포에 빼앗기게 돼 살이 빠지는 것이다. 암 환자의 체중 감소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암세포에서 분비되는 악액질이 그 원인이다. 

김한상 교수는 "악액질이라고 하는 관련 물질들이 분비되면 식욕조차도 조금 떨어지게 된다"며 "이 두 가지 이유로 암 환자는 살이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수술치료,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의 치료도 암 환자의 살을 빠지게 하는 요인이다. 때문에 치료 중이거나 치료가 끝난 암 환자들은 암 진단 전에 비해 살이 빠져있다.  

그렇다면 치료 뒤 암 환자들은 장기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 연구에서는 잘 먹으면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근육량 감소를 예방하면 암 환자의 장기 생존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연구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 교수 또한 "생활습관 분석을 통해서 암 생존자의 적절한 영양 섭취, 특히 단백질 섭취를 포함해서 적절한 체중이 유지되고 또한 근육 감소가 예방이 되는 상황에서는 환자들이 더 장기 생존율의 향상을 볼 수 있다는 근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브란스 연구진은 최근 10년간 대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4,000명을 대상으로 수술 후 1년째부터 최대 6년까지 분석을 해서 이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바 있다.

김한상 교수는 "기존 연구에서는 주로 비만도 또는 근육량 한 가지씩 분석했었는데, 이 두 가지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두 가지 변수의 상관관계에 대해 분석을 같이 진행했다"며 암 재발률을 낮추고 장기 생존율을 높이는데, 근육량과 체중 유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근육량이 보존되는 상황에서 체중이 줄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환자들이 암을 겪고 난 이후 단백질 섭취를 줄이고 특히 고기 섭취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나이가 들수록 근육의 양은 감소하기 때문에 적절한 단백질 섭취를 통해서 근육량을 유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근육량과 더불어 체중 유지도 아주 중요하다. 김한상 교수는 "결국 근육량과 몸의 비만도라고 하는 체중은 굉장히 중요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근육량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몸의 체중이 유지되는 것"이 장기 생존의 비결이라고 설파했다.

암 환자에게 건강하게 근육량과 체중을 늘리는 방법은 따로 있다. 먼저 단백질 섭취가 아주 중요하다. 김 교수는 "특히 고령의 경우에는 근감소증이 심화되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 고기 섭취가 굉장히 중요하고 회를 기피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해서 살을 찌우는 것은 암 환자와 암 생존자에게 권하지는 않는다. 김한상 교수는 "떡을 포함해서 탄수화물을 조금 더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권고했다. 

또한 암 환자는 근육량을 유지하기 위해서 유산소 운동을 주로 많이 하는데, 유산소 운동뿐만 아니라 근력 강화를 위한 운동도 암 환자는 꼭 같이 해야 한다.

김 교수는 "간단한 헬스 또는 무릎이 안 좋은 경우에는 물 안에서 하는 운동도 좋다"며 근력 운동의 중요성을 암 환자에게 강조했다.

운동이 암 환자의 장기 예후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요즘에는 치료 때문에 컨디션이 떨어져 누워있어야 할 정도면 차라리 치료 강도를 조절하는 변화가 일고 있다.

실제 김한상 교수도 "암 치료를 받으면서 힘들어 계속 누워만 있다보면 근감소증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권고한다"며 "만약 항암치료를 포함해서 치료가 너무 힘들다면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해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육량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단백질 보조제 등의 섭취도 암 환자와 암 생존자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항상 잘 먹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음식을 가릴 필요는 없다"며 "다만 너무 고가의 음식이라든지, 어떤 효능을 미끼로 한 너무 비싼 음식은 조금 지양해도 되지 않을까 한다"며 "가격과 영양소의 양, 질은 반드시 비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비싼 것만 챙기기보다는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섭생을 잘 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