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교영의 위암 올댓가이드] 위암 수술 후 어떻게 먹어야 할까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2023-07-06     송교영 교수

위암으로부터 완치되기 위해서는 암을 포함한 위를 3분의 2 또는 전체를 잘라내는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에 따르는 후유증과 불편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수술 전 위 절제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면 “그럼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요?” 하는 질문을 거의 모든 환자가 한다. 그러면 “대다수 환자들이 조금은 불편하지만 잘 적응하고 잘 산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좋아진다”고 말해준다. 실제로도 그렇다.

위 절제술 후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과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위의 본질적인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가 하는 역할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다수는 “소화기능” 또는 “음식물의 흡수”를 말한다.

일부는 맞지만 오답이다. 위의 기능을 정리하면 세 가지다. 바로 '맷돌 기능', '창고 기능', 그리고 '보초 기능'이 그것이다. 입을 통해 식도를 거쳐 위에 들어온 음식물은 활발한 위 운동을 통해 잘게 부서지게 된다.

이러한 기능은 주로 근육층이 발달한 위의 하부에서 이뤄진다. 음식물이 위로 들어오면 위산을 포함하고 있는 위액이 분비되어 섞이게 되며, 외부의 유해한 성분이 소독되고 점차 암죽처럼 변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게 되는데 일단 한번 '맷돌 기능'이 작동된 뒤 일시적으로 위의 상부 쪽으로 옮겨져 보관된다. 이것이 '창고 기능'이다. 갈아서 부수는 기능과 일시 저장을 반복하다 보면 음식물은 미세한 크기로 잘게 쪼개지는데 이때 비로소 십이지장으로 보내지게 된다.

위와 십이지장 사이에는 강력한 밸브 역할을 하는 근육층이 형성돼 있어서 음식물이 완전히 처리되지 않은 채 십이지장으로 내려가거나, 반대로 십이지장에서 위로 역류하는 일을 예방한다. 이런 근육층을 유문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보초 기능'이다.

위 하부의 맷돌 작용과 위 상부의 창고 기능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가장 효율성 높은 작업을 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를 위해 위 하부는 단단한 근육층이 둘러싸고 내강이 좁은 반면, 위 상부는 위 벽이 얇고 크게 늘어나는 성질이 있어 충분한 양을 보관할 수 있게 한다.

음식물을 섭취하게 되면 위는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면서 끊임없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게 되는데 이러한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 바로 미주신경이다. 미주신경은 위의 운동뿐만 아니라 위산을 분비하는 데도 관여하고 있다. 

실제 위 표본 사진으로 위의 3가지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를 표시한 것이다. 흰색이 저장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며 벽이 얇고 잘 늘어나는 성질이 있다. 붉은색은 맷돌 기능을 담당하며 위 하부의 단단한 근육덩어리로 되어 있다. 노란색은 위와 십이지장 경계부로 밸브처럼 근육이 발달해 있어서 보초 역할을 한다.

위를 3분의 2 이상을 절제하는 수술은 위의 상부 쪽만 일부를 남기고 유문부를 포함한 아랫쪽 위를 절제하는 것이다. 이때 미주신경도 절단된다. 위의 부피가 3분의 1 이하로 감소하고, 맷돌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는 사라지며, 그나마 남아있는 창고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는 미주신경 절단으로 인해 늘어나는 효과도 크게 줄어든다.

보초 역할을 하는 유문도 파괴되므로 음식물이 아주 미세한 크기로 작아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아랫쪽 십이지장이나 소장으로 통과될 수 있고, 반대로 소장 쪽에서 담즙이 역류할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위를 3분의 2 절제하는 '위 아전절제술' 후의 우리 몸의 변화

수술 전에 비해 아주 작은 양을 섭취하게 되지만 조금만 선을 넘게 되면 남은 위에 음식이 가득 차서 불편함과 통증을 느끼게 되며 심하면 토할 수도 있다. 또한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킨 덩어리가 소장으로 바로 유입되면 일시적인 고혈당 상태가 되며 우리 몸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양의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갑작스런 저혈당 상태가 유발된다.

이러한 상태를 덤핑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저혈당의 주요 증상인 힘 빠짐, 어지러움, 가슴 두근거림 증상과 함께 미식거림, 구토, 설사, 복통 등이 유발된다. 소장의 내용물인 담즙이 위로 역류하게 되는 일이 흔해지는데 이로 인해 속쓰림, 역류 증상, 상복부 통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위를 전부 절제하게 되면 위 상부도 없어지므로 맷돌 기능, 창고 기능, 보초 기능 모두 소실된다. 전절제술 시에는 식도와 소장이 연결되면서 위-식도 사이에 있던 괄약근인 분문부도 잘려 나가게 된다.

위를 3분 2 절제하는 수술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함께 한번에 먹을 수 있는 음식물의 양이 더 작고, 덤핑증후군이나 설사의 위험은 더 커지며, 역류가 식도까지 이르게 돼 식도염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게 된다. 종종 식도와 소장을 연결한 부위가 염증으로 인해 좁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먹을 때 마다 걸리는 느낌이 들고 불편할 수도 있다. 

위 전절제술 후 우리 몸의 변화

위 절제술 후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이런 문제들을 이겨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올바로 먹는 습관이다. 한번에 먹는 양은 평소에 비해 약 3분의 1로 줄이고, 위에서 담당하던 맷돌의 역할을 입이 도와야 한다. 즉, 오래 씹고 천천히 넘기는 습관이 중요하다.

물이나 국에 말아서 술술 삼키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음식물이 쓸려 내려가면서 덤핑증후군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먹는 양을 줄이게 되면 섭취 부족으로 체중감소와 영양결핍 상태가 된다. 그래서 여러 번 작은 양의 간식이 필요한 것이다. 한번에 먹을 양을 여러 번 나눠 먹고 소화와 흡수가 잘 되도록 하면서 전체적인 양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수술 직후에는 이러한 생활에서의 변화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영양 음료(뉴케어, 엔커버, 그린비아 등) 등을 섭취해 보충하거나 가까운 의원에서 영양 수액(단백질이나 지방이 포함되어 열량이 높은 수액)을 맞는 것도 좋다.

음식은 씹기 좋고 간이 조금 되어 있는 것이 좋고, 기름기가 많거나 밀가루 음식은 소화가 잘 안 될 수 있어서 피하는 것이 좋다. 너무 뜨겁거나 찬 음식, 자극적인 음식, 커피나 탄산음료도 당분간은 자제한다.

식사 후 바로 눕게 되면 역류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움직이거나 앉아 있는 것이 좋다. 저녁식사는 가볍게 하고 식사 이후 2~3시간 정도 지난 후에 취침하는 것이 수면 중 역류를 예방할 수 있다. 새벽에 역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침대를 15도 정도 높이고 수면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 몸은 정말 신비하다. 위의 중요한 기능이 파괴돼 도저히 정상생활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수술 후 2~3개월이 지나면 수술 전에 비해 거의 80% 정도의 기능이 회복된다. 환자에 따라서는 수술 전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 후 6개월 정도 경과하면 일상생활에 거의 지장이 없고 웬만한 음식은 섭취가 가능해 진다. 몸에 좋다고 해 한가지 음식만 고집하거나 암에 좋지 않다고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 단백질은 우리 몸의 근육을 회복하고 철분을 보충하는데 필수적이므로 고기나 계란 등을 조금씩이라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근육 회복을 위한 적절한 운동 또한 필수다.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송교영 교수는 199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에서 연수했다. 송 교수는 위암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로 명성이 높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과 과장, 위암센터장과 로봇수술센터장을 맡고 있다. 국제위암학회, 미국소화기내시경외과학회, 대한암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