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FR 엑손 20 삽입 변이 폐암도 치료 가능…고무적"
국립암센터 한지연 교수 "NGS의 활용 시 유병률 높아질 것" 엑스키비티 강점으로 '긴 반응지속기간'과 '경구 투여' 꼽아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그 발생률이 전체 비소세포폐암의 1~3% 정도로 드물지만, 기존 치료제로는 효과가 제한적인 예후가 나쁜 질환이다. 하지만 최근 특이하고 까다로운 변이로 치료에 난항을 겪던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치료에 경구형 표적치료제 '엑스키비티(성분명 모보서티닙)'가 효과를 보여 주목받고 있다.
엑스키비티는 투약 후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 17.5개월, 전체생존기간(mOS) 중앙값 24개월 등의 치료 성과를 확인하며 NCCN 가이드라인에서 표준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다. 이에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한지연 교수를 만나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치료에 대한 최신 지견 및 '엑스키비티'의 임상적 가치 등을 들어봤다.
- EGFR 엑손 20 삽입 변이는 흔치 않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비소세포폐암의 1~3% 수준이다. 서구권과 아시아권 비율은 약간 다른데, 아시아권이 3% 정도, 서구권이 1% 정도다. 그 이유는 'EGFR'이라는 돌연변이의 특성 때문이다. EGFR은 비흡연 폐암 환자에서 흔히 나타나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아시아권 폐암의 특징 중 하나가 비흡연 환자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EGFR 변이는 아시아권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또한 아시아권 환자에서 많이 나타난다. 다만 이 유병률은 pCR 같은 고전적인 진단법으로 발견했다. NGS와 같은 더 정밀한 검사를 시행했을 때는 서구권 유병률이 1.8% 수준으로 보고된다. 아시아권에서도 NGS 검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유병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EGFR 엑손 20 삽입 변이는 치료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한 것인지, 변이 자체가 까다로운 것인지 궁금하다.
EGFR 엑손 20 삽입변이로 발생한 입체장해(steric hinderance)가 강해 약제의 결합이 어렵다. 때문에 효과적인 약제 개발이 굉장히 어려웠다. 그 동안 EGFR TKI 약제는 많이 개발돼왔기 때문에 엑손 20 변이를 타깃으로 한 연구도 여럿 진행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한편으로는 이 변이를 강력하게 조절할 수 있는 억제제(inhibitor)들이 개발돼 임상시험을 해봤지만 독성이 너무 심해 환자들이 치료를 유지할 수 없었다.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효능을 입증한 '엑스키비티'와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가 출시돼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권고되고 있다. 두 치료제는 기존 약제 대비 독성을 줄이면서도 환자에게 효과를 보일 수 있게 개발된 약이다.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치료가 가능한 약이 생긴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엑스키비티는 EGFR 엑손 20 삽입 변이를 타깃으로 한 TKI 경구제 중 첫 번째로 승인된 약제다.
- 두 약제는 어떤 차이가 있나.
엑스키비티는 '경구용 EGFR 저해제'이고, 리브리반트는 EGFR과 MET을 치료 표적으로 하는 '이중항체' 치료제로 주사제다. 두 약을 직접 비교한 연구는 없으나, 그 동안 발표된 연구결과를 간접 비교했을 때 무진행생존기간(PFS)은 두 약제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적인 반응률은 리브리반트가 조금 더 높다. 반면 반응지속기간 데이터는 엑스키비티가 더 길게 보고된다. 이 약의 가장 큰 장점은 경구제라는 것이다.
- 반응지속기간(DOR)이 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한 번 치료를 시작하면 오랫동안 반응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엑손 20 삽입 변이를 치료할 때 내성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약효가 잘 나타나고 오랫동안 반응할 때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등을 잘 살펴봐야 한다.
- 엑스키비티의 경우 실제 임상에서 설사 이상반응이 흔하다고 들었다.
설사가 가장 흔한 이상반응이고, 환자들이 힘들어 하긴 하지만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다. 이전에 엑손 20 삽입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약이 개발된 적이 있었는데, TKI에 기인한 독성 때문에 환자들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환자들이 설사, 여드름, 구내염 등의 부작용 때문에 도저히 치료를 못 받겠다고 할 정도였다. 그에 비하면 엑스키비티의 설사 부작용은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다.
- 엑스키비티는 용량 조절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구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점이기도 하다. 환자가 설사 부작용을 보일 경우, 정도에 따라 지사제로 먼저 조절을 한다. 그럼에도 환자가 계속 불편해한다면 등급(grade)에 맞춰서 용량을 조절한다.
- 폐암에서는 뇌전이에 대한 치료 효과도 중요하다. 앞선 두 약제의 뇌전이 관련 데이터는 없나.
엑스키비티와 리브리반트 모두 두개내 반응율(Intracranial response rate)에 대한 데이터는 없다. 반면 각 치료제 연구마다 뇌전이 환자의 참여 비율에는 차이가 있다. 리브리반트 연구에서는 22% 정도의 뇌전이 환자를 포함한 반면, 엑스키비티 연구에서는 35%의 뇌전이 환자가 있었기 때문에 좀 더 많은 뇌전이 환자가 포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FS, 전체생존율 등에서 데이터가 유사한 수준으로 나온 것을 보면, 뇌전이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환자 자체가 너무 희귀하기 때문에 데이터에 포함된 환자 수가 적다는 한계도 있다.
- 마지막으로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치료를 받는 국내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EGFR 엑손 20 삽입 변이는 발견 빈도는 낮지만 예후가 나쁜 EGFR 변이 중 하나다. 그동안은 치료 가능한 약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효과를 인정받은 약제로 치료할 수 있으니, 환자들이 희망을 가지면 좋겠다. 다만, 환자들이 약제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으면 싶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