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UP·부작용 DOWN '급여 신약' 쓰기 어려운 중증 아토피 치료 현실
중아연, '청소년 아토피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건강토크쇼 열어 아토피전문가 김현정 교수·공단 이경원 부장, 궁금증 해소 나서 부작용 위험 높은 생물학적제제에서 JAK억제제로 교체 어려워 생물학적제제, 2주마다 맞아야 급여?…투여 간격 늘려도 급여를
청소년 중증 아토피 피부염에 생물학적제제보다 효과가 높고 부작용이 적은 신약인 JAK억제제에 올해 4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까지 이뤄졌지만, 실제적으로 환우 손에 닿기 어려운 현실이 지적됐다.
이는 지난 20일 중증아토피연합회가 주최하고 코리아헬스로그가 주관하며 보건복지부가 후원한 ‘청소년 아토피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건강토크쇼에서 조명된 현실이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가 뛰어난 생물학적제제가 도입되면서 환우들의 아토피 증상은 분명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환우들은 독한 약으로 통하는 생물학적제제의 부작용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생물학적제제를 오래 쓸수록 부작용 위험이 올라가기 때문에 중증 아토피 환우들은 장기간 생물학적제제 치료를 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 가족과 의료진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약효가 유지되는 범위에서 주입 간격이라도 늘리려는 환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현재는 주입 간격을 늘리면 급여에서 탈락한다. 이런 심각한 부작용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른 약이 없는 것도 아니다. 생물학적제제보다 효과는 뛰어나고 부작용은 적은 것으로 입증된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 시빈코(성분명 아브로시티닙) 등의 JAK억제제가 있지만, 약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린버크 급여 기준이 생물학적제제 듀피젠트 급여 기준과 동일한 까닭이다. 3년 이상의 증상 지속, 4주 이상의 1차 국소치료제 후 3개월 이상의 전신 면역억제제 치료 실패, 약물 투여 시작 전 EASI(습진 중증도 평가지수) 점수 23 이상이 그 기준이다.
이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약제에 대한 급여가 되는 데다 듀피젠트와 JAK억제제 사이의 교체투여는 현재 인정되지 않는다. 때문에 약을 갈아타기 위해서는 'JAK억제제의 급여 기준'에 맞추기 위해 병을 악화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청소년 아토피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건강토크쇼에서 듀피젠트에서 다른 약으로 바꿀 방법을 묻는 질문에 세종충남대병원 피부과 김현정 교수는 "스위치할 방법은 딱 하나"라며 "듀피젠트를 끊고 다시 급여 기준에 맞춰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이경원 산정특례운영부장은 "피부과 질환의 특성"이라며 "피부과 질환은 전신 면역 국소치료제를 쓴 다음에 전신 면역억제제를 쓰고 그 다음에 생물학적제제를 써야 되는 단계가 있고, 그 단계를 거쳐서 급여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교수는 "피부과 질환의 특성상 아토피는 A라는 약의 급여를 받았지만 B라는 급여가 되는 약을 쓰려면 이 약을 쓰는 조건이 되는지를 자기가 몇 달 동안 증명을 해야 된다"며 "더구나 얼마큼 기다려야 다시 EASI 점수 23 이상이 될지 모른다"고 현실을 짚었다.
이경원 부장은 "새로운 약들이 개발되고 요구가 있으면 또다시 신약 급여로 들어오고 해서 선택권은 갈수록 넓어질 것"이라며 다만 "재정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재정을 초과해 감당이 안 될 지경이면 안 된다. 또 다른 질환과의 형평성도 봐야 한다"고 피부과 질환 급여에 이같은 제한을 둔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중증아토피연합회 윤여방 총무는 듀피젠트의 2주 간격 투약 기간을 늘리는 것으로 건보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2주 간격이 아닌 3주나 4주로 늘려서 약을 맞아도 효과를 보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현재는 2주 간격의 투약이 되지 않으면 급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어쩔 수 없이 부작용이라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2주 간격 주사를 맞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면 환자에게도 이득이고, 건보 재정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여방 총무는 "2019년도 1월부터 듀피젠트를 맞아서 꽤 오래 맞은 상태인데, 2주마다 맞지 않고 있다. 효과는 굉장히 좋은데 결막염 등 부작용이 있어서 병원에서 혹시 모르니 기간은 좀 띄워보자라고 해서 3주로 늘려서 꽤 시간이 지났고 그 다음에 또 관절이 아파서 조금씩 띄고 해서 주사 간격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총무는 "급여 기준으로는 2주마다 꼭 맞춰야 되고, 그 중 부작용이나 다른 질환으로 기간을 늘릴 수 있다라는 건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좀 더 유연성 있게 되면 좋겠다"며 "그러면 재정적인 것도 좀 도움이 되고 맞는 환자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경원 부장은 "약가 협상은 저희 약가실(건보공단 약가관리실)에서 하고 약의 급여 적정성 평가는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하기 때문에 지금 주신 의견은 심평원과 저희 약가실에 전달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외에도 이날 50여명에 가까운 청소년 중증 아토피 환우와 가족들이 참여해 중증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산정특례와 급여 제도와 함께 효과적인 치료·관리법에 대한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또, 중증 아토피의 치료 현실을 고려해 생물학적제제에서 JAK억제제로 교체 투여가 가능하도록 제도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여방 총무는 "중증 아토피에 2020년 처음 신약이 급여됐고 중증 아토피 질병코드가 신설됐다. 2021년엔 코드가 실제 적용되면서 산정특례가 시작됐다. 작년에는 2가지 신약이 또 급여 안으로 들어오고, 올해는 급여 적용이 청소년까지 확대됐다"며 이번 건강토크쇼가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