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신약 '3세대 BTK억제제' 등장…국내 BTK억제제 처방 현실은?

릴리, '자이프리카' 美 이어 국내 허가 채비 칼퀀스 등 2세대 약제들 급여 문턱서 고배

2023-08-02     김윤미 기자

B세포 악성 종양 치료에 쓰이는 항암신약 '브루톤 티로신 키나아제(Bruton tyrosine kinase, BTK) 억제제' 시장에 최근 3세대 약제까지 등장하며, 전세계적으로 점차 규모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1세대를 제외하고 2세대 약제들조차 보험급여라는 높은 문턱 앞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3세대 BTK억제제의 출연이 임상적으로 제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릴리 '자이프리카(성분명 피르토브루티닙)'는 올해 초 미국에서 재발·불응성 외투세포 림프종(MCL) 치료에 허가 받은 3세대 BTK억제제다.

자이프리카는 최초의 '가역적' BTK억제제로서, 타 BTK억제제를 포함해 최소 두 차례 이상 전신요법을 받은 재발·불응성 MCL 환자 치료에 사용된다.

최근에는 타 BTK억제제에 치료 실패한 재발·불응성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및 소림프구성 림프종(SLL) 환자에서 눈에 띄는 항암 활성을 입증한 1/2상 임상시험(BRUIN 연구) 데이터를 발표하며 적응증 확대를 시사하고 있다.

국내에서 자이프리카를 보유한 한국릴리 역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준비 중이다.

한국릴리는 최근 복지부가 추진 중인 '허가-평가-협상 연계제도 시범사업' 대상 약제 후보군에 자이프리카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MCL 자체가 흔하지 않은 혈액암에 속하고, 현재 1~2세대 BTK억제제에 치료 실패한 환자들에게 구제화학요법 말고는 별다른 치료옵션이 없다는 점에서 급여 적용까지의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복안이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범사업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고, 이후 자이프리카의 국내 도입은 제자리걸음 상태다.

현재 국내 BTK억제제 시장은 1세대 약제인 얀센 '임브루비카(성분명 이브루티닙)'를 제외하고, 2세대 약제들이 모두 급여 문턱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도입된 BTK억제제는 1세대 '임브루비카'를 포함해 2세대 아스트라제네카 '칼퀀스(성분명 아칼라브루티닙)', 오노약품공업 '베렉스브루(성분명 티라브루티닙)', 베이진 '브루킨사(성분명 자누브루티닙)' 등 총 4개 품목이다.

지난 2014년 8월 국내 최초로 허가 받은 임브루비카가 ▲외투세포 림프종(MCL)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및 소림프구성 림프종(SLL) ▲발덴스트롬 마크로글로불린혈증(WM) 등 가장 많은 적응증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최근(2022년 2월) 허가 받은 브루킨사 역시 ▲MCL ▲CLL/SLL ▲WM은 물론이고 다른 BTK억제제들이 보유하지 않은 ▲변연부 림프종(MZL) 적응증을 추가하며 활발히 국내 시장을 공략 중이다.

그러나 브루킨사가 급여권 안으로 진입한 적응증은 희귀난치질환인 발덴스트롬 마크로글로불린혈증(WM) 하나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브루킨사를 보유하고 있는 베이진코리아는 식약처 허가 이후 두 차례에 걸쳐 MCL 적응증의 보험 급여를 시도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끝내 받아주지 않았다.

국내에서 재발·불응성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적응증만을 보유한 칼퀀스는 2021년 2월 식약처 허가 이후 사실상 아무런 판매 활동이 없는 상황이며, 2021년 11월 재발·불응성 B세포성 원발성 중추신경계 림프종 적응증으로 허가 받은 베렉스브루는 판매는 되고 있지만 급여 신청조자 하지 않은 상황이다.

칼퀀스의 판매를 위해서는 아스트라제네카가 혈액암사업부를 구성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다른 BTK억제제들과의 경쟁 관계과 시장성을 고려하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

특히 오노약품공업의 경우에는 현재로서 베렉스브루의 보험 급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조군이 없는 2상 임상시험을 근거로 허가 받아 경제성평가가 어려우며, 경평 면제트랙으로 시도하기엔 현재 베렉스브루가 보험 등재된 국가가 일본 한 곳밖에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때문에 오노약품공업은 베렉스브루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현재 환자지원프로그램(EAP) 운영을 준비 중이라고도 전했다.

이처럼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으면 임상 현장에서의 사용이 어려운 국내 환경에서는 사실상 2세대 약제들이 임상적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1세대 약제와 비교해 항암 활성이 우월하다고 평가 받고 있는 2세대 BTK억제제들조차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국내 임상 환경에서 과연 3세대 약제인 자이프리카가 도입 이후 제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