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로그 명의] 무릎 아프다는 아이 ‘성장통’으로 치부해선 안되는 이유

고대안암병원 박종훈 교수에게 듣는 ‘골육(骨肉)종’ 엑스레이에 이상 없다 해도 2~3개월 통증 있으면 의심 100만명 당 2명 발생…과잉진료 덕에 조기진단 되기도

2023-08-04     유지영 기자

한참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 무릎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동네 정형외과의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었지만 사진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면 ‘성장통’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하지만 10세 이상 청소년의 경우 무릎이 아프다는 아이의 말을 ‘키 크려고 성장통이 왔나보네’ 하고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게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의 지적이다. ‘골육(骨肉)종’ 초기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성장통이라고 치부했다가 최악의 경우 무릎을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박 교수는 경고한다.

골육종 초기라면 엑스레이만으로는 진단하기 어렵다. 골육종을 진단할 수 있는 초기 징후가 엑스레이에는 잘 안 나타나기 때문이다. 성장통이라고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때문에 골육종은 과잉진료가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엑스레이 상 문제는 없지만 MRI를 찍어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때문에 10세 이상 청소년기에 아이들이 무릎 통증을 호소한다면 엑스레이 상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두 달 정도 지나 같은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 비교해보는 게 좋다고 박 교수는 조언했다.

박종훈 교수는 오래전부터 골육종을 다뤄온 정형외과 의사다. 일본에서 연수했다. 국내 몇 안되는 골육종 전문가다. 최근에는 골육종을 전문으로 하려는 젊은 의사들이 없단다. 까다롭고 환자수가 적은 골육종보다 척추관절이 그들에게는 더 미래가 밝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골육종을 치료하기 위해 일본까지 연수를 다녀온 박 교수는 “근골격계 종양학을 전공하려는 정형외과 의사가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며 “고대안암병원도 골육종 분야를 진료하는 전문의가 1명 더 있지만 정형외과가 아닌 소아혈액종양을 수련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다. 성장기 청소년 환자들은 소아청소년과에서 종양을 함께 본다”고 했다.

박 교수는 또 “골육종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육종을 보는)병리과 의사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환자가 적어 조직검사를 하는 빈도가 적다보니 골육종 분야를 전공하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국내 몇 안 되는 골육종 명의 박종훈 교수에게 골육종의 진단, 치료법 등에 대해 들었다. 박 교수는 코리아헬스로그에 ‘박종훈의 골육(骨肉)종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

- 골육종은 어떤 질병인지 대략적인 설명을 부탁드린다.

우선 근육이나 뼈에 생기는 암을 육종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sarcoma'이다. 뼈에 생기는 암은 종류가 많다. 발생 빈도로 보면 전이암을 제외하고 뼈에 생기는 암 중에서 제일 많은 게 골육종이다. 그래서 뼈에 생기는 암의 치료기준이 골육종이다.

우리 몸에서 뼈의 무게는 얼마나 될 것 같나. 근육까지 다 합치면 사분의 삼 정도가 된다. 무게는 그 정도지만 실제로 뼈에 생기는 암은 전체 암의 0.8%도 안 된다. 근육 양으로 보면 훨씬 많이 생길 것 같지만 1%도 안 생기는 이유는 뼈가 굉장히 조용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청소년기가 지나면 미세한 변화는 있지만 뼈의 경우 세포가 새로 태어나고 죽고 하는 과정이 거의 없으니 암 또한 잘 안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골육종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는 청소년기다. 청소년기는 새로운 세포와 뼈가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시기이니까.

10대 중에서도 보통 12세에서 15세 사이 많이 발생하고 여자 아이가 좀 더 빠른 편이다. 발병률은 100만명 당 2명으로, 우리나라 인구를 5,000만명이라고 하면 100명 정도 있는 셈이다. 환자가 많지 않다보니 환자들도 일부 병원에 집중되는 편이다. 

- 골육종이 잘 생기는 부위가 있나.

주로 어디에 생기냐 하면, 뼈 중에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곳이다. 우리 몸에서 성장이 가장 빠른 곳은 무릎 주변이다. 세포분열이 잘 일어나는 성장판이 있는 곳, 대퇴골의 무릎 부위와 견골, 무릎 주변에 있는 위아래 뼈에서 제일 많이 생긴다.

- 골육종이 생기는 원인은.

유전적 결함으로 생기는 질환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확률이 매우 적다. 가족력이 있는 게 아니다보니 누구에게, 왜 생기는지 알 수 없다. 운의 문제라고 할까.

교과서에도 없는 용어 '성장통'…"청소년기에는 성장통 없다"

- 청소년기 아이들은 성장통을 앓기도 한다. 성장통과 골육종을 구분할 방법은.

성장통이라는 표현을 할 때 되게 무릎이 아프다고 한다. 그런데 성장통이라는 말은 의학교과서에 없는 용어다. 성장통은 취학 전 아이들에게 주로 하는 표현이다. 성장통이 있다는 아이들을 유심히 보면 엄청 활동적이다. 3세부터 6세 정도 아이는 얼마나 뛰어다녀야 아픈지 잘 모른다. 낮 시간 내내 뛰어놀다가 잠 자려다보니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지만 사진 상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보니 성장통이라는 표현을 쓰게 된 것이다. 

청소년기에는 성장통이 없다. 그러니까 최소한 10세 이상 아이가 무릎이 아프다고 하면 단순히 성장통이라고 치부해서는 안된다. 6세 정도 아이는 대개 부모들이 씻겨주다 보니 무릎에 혹이 나는지, 부었는지 알기 쉬운데 12세 이후에는 혼자 씻고 혼자 방에서 지내다보니 부모와의 대화도 점점 줄어들게 된다. 다리가 부었다고 해도 부모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다.

골육종은 초기에 엑스레이에선 잘 안 나타난다. 동네의원 의사가 발견하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골육종을 전문으로 하는 우리가 봐도 잘 들여다봐야 될 정도다. 그러니 10세 이상 아이들은 무릎이 아프다고 하고 검사를 했는데 엑스레이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2~3개월 통증이 있다면 그 병원에 다시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는 게 좋다. 때문에 골육종 환자들 중에는 과잉진료로 초기에 진단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 과잉진료란 어떤 경우를 말하나.

엑스레이 상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확실히 해보자는 생각에 MRI를 찍어봤더니 발견되는 경우다. 아이러니 하게 과잉진료 덕분에 조기 진단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기에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다 골육종은 아니니 너무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무릎이 아파서 온 아이들 100명 가운데 1명도 육종이 아니다. 아닐 가능성은 높지만 1000명 가운데 1명이라도 그 1명에게는 치명적이 되니 유심히 보는 것이다.

- 엑스레이에서 보이는 정도라면 어느 정도 진행이 된 것으로 봐야하나.

초기에는 뼈 안에만 있다. 종양이 뼈 안에만 얌전히 있을 때는 엑스레이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엑스레이에서 보일 정도라는 것은 뼈 안에 있던 게 골 외막을 뚫고 나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혈액으로 전이되는 골육종…PET-CT로 전이 여부 확인

- 엑스레이에서 보일 때 치료하더라도 예후는 좋은지.

육종은 임파선 전이를 안하고 처음부터 혈액으로 전이가 된다. 그러다보니 전이가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병기를 설정할 때 조기냐, 말기냐 하지 않는다. 

전이가 제일 많이 되는 곳은 폐다. 혈액이 폐를 거쳐 심장으로 들어가니까 폐에 전이가 많이 된다. 따라서 골육종은 진단 시점에서 80%는 전이가 있다고 보는 편이다. 그렇게 추정하는 이유는 옛날에는 항암 치료도 안 하고 무조건 다리를 절단할 때가 있었는데 절단해 놓고 보니까 80%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엑스레이는 얌전해도 전이가 있을 수 있고 흉직해도 전이 안 되었을 수 있다. 

- 그러면 전이 여부는 어떻게 확인하나.

골육종은 진단과 동시에 PET-CT를 찍어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이는 병기 설정을 위해서다. 하지만 PET-CT 상 전이가 확인됐다고 100% 양성이 나오는 건 또 아니다. 혈액 속에 암세포가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아직 장기 어디에도 정착되지 않아 발현이 안 돼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기 위암 같은 경우 암 부위만 절제하고 항암치료를 안하는 경우도 있지만 골육종은 확진되면 치료 시작부터 항암 치료에 들어가게 된다. 전이 가능성을 전제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다.

- 골육종으로 진단되면 어떻게 치료하게 되나.

70~80년대만 해도 골육종 진단을 받으면 뼈를 도려낼 수 없다보니 무조건 잘라냈다. 인공 대체물이 있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주문 제작을 해야 했고, 제작하는데 3개월이 걸리다보니 전이가 될 수 있어 잘랐던 것이다.

최근에는 다리를 절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뼈를 대체할 인공 뼈가 사이즈별로 나와 있기도 하지만 전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대체물 제작기간 동안 항암치료를 한다. 그래서 골육종으로 진단되면 수술 전 항암치료를 일부 먼저 한다. 항암치료는 총 여섯 사이클로 나눠서 하게 돼 있는데 수술 하기 전 두 사이클 정도 하고 인공 대체물이 제작되면 수술한 뒤 나머지 네 사이클을 마저 하게 된다. 전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었지만 의도치 않게 장점이 있다 보니 골육종의 치료 프로토콜이 됐다.

- 재발 가능성은 어떤가.

모든 암이 그렇지만 암이 하나의 모습을 갖고 있지는 않다. 같은 암 덩어리라 해도 성향들이 좀 달라서 일방적인 항암제를 썼을 때 안 죽는 놈이 있다. 

- 완치가 쉬운 암은 결코 아닌 것 같다.

치료 프로세스는 잘 돼 있긴 하지만 결국은 항암 치료가 관건이다. 그런데 항암제가 30년 전과 지금 거의 같다. 환자 숫자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보니 다국적 제약사들이 개발을 안한다.

수술 시 감염 최소화 하는 방법 '무수혈 수술'

- 무수혈 수술로도 유명하신데, 골육종 수술도 무수혈 수술로 하는지.

골육종의 경우 수술 전 항암 치료를 하고 수술을 하기 때문에 수술 당시 환자는 극심한 빈혈에 빠져 있게 된다. 항암제로 면역력을 최하로 떨어뜨린 상태에서 수혈하게 되니 자기면역력도 거의 바닥이다. 그 상태에서 수술하니 감염이 엄청 많이 발생하게 된다. 아무리 주의한다고 해도 정형외과 수술의 특성상 기구나 기계에 의한 감염은 불가피하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 한 수술이었는데 감염으로 항암 치료를 이어가지 못하고 중단해야한다면 얼마나 허탈한가. 수술 시 감염률을 줄이는 게 중요한데 그 감염률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수혈을 줄이는 것이었다.

2012년까지 통계를 내보니 평균 한 환자당 수술 전후로 7파인트의 피를 수혈했더라. 2013년 이후 모든 골육종 수술은 무수혈로 하고 있다. 최소 수혈의 개념이 더 정확하겠지만 5개 쓸 피를 하나만 쓴다고 하면 최소한의 면역력이라도 살릴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2013년 이후 지금까지 골육종을 비롯한 어떠한 암 수술에서 감염이 생긴 적이 단 한번도 없다.

- 골육종 치료 후 관리는 어떻게 하나.

의사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수술 후 항암치료까지 끝나면 전이 여부를 보기 위해 두 달에 한 번씩 엑스레이를 찍어보게 한다. PET-CT는 건강보험 적용이 1년에 1회만 가능하다. 때문에 엑스레이, CT, PET-CT를 번갈아 급여 범위 안에서 2년간 집중적으로 보고 3년째는 6개월에 한번, 3년 이후에는 1년에 한번 정도 내원해 검사하도록 하고 있다. 골육종 재발이나 전이의 90%가 2년 내 발생한다. 보통 5년 동안 아무 일이 없었다면 문제가 없을 확률은 95%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