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흡연과 암 인과관계 증명”…항소심 대응 나선다

8차 변론 앞둔 공단 ‘담배소송 세미나’ 개최 고도 흡연자 중 암 환자 30명 분석 ‘인과관계’ 확인 정기석 이사장 “이기는 싸움 위해 철저히 대응할 것”

2023-09-01     김은영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33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9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심에서 패소 원인으로 지목된 흡연과 암의 인과관계를 입증한 결과를 제시해 주목된다.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33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9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심에서 패소 원인으로 지목된 흡연과 암의 인과관계를 입증한 결과를 제시해 주목된다.

공단은 지난 2014년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 케이티앤지(KT&G)를 상대로 53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이 흡연과 인과성이 인정된 편평세포폐암 등 판정받은 환자 3,465명에 공단이 10년간 지급한 진료비 533억원을 보상하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 2020년 11월 공단은 1심에서 패소했다. 공단은 담배회사들이 담배 제조 과정에서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제품 설계를 하지 않았고, 중독 같은 담배 위험성에 대한 경도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소송대상자 개개인의 생활습관과 유전, 주변 환경, 직업적 특성 등 흡연 이외에 다른 요인들에 의해 발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공단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공단은 즉각 항소했고, 항소심은 올해 1월 7차 변론까지 진행됐다. 8차 변론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공단은 지난 3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담배와 암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주제로 한 ‘2023년 담배소송 세미나’에서 후두암과 폐암 진단을 받은 환자 가운데 하루 1갑, 20년 이상 담배를 피운 흡연자 30명에 대한 심층조사 분석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폐암·후두암 환자의 흡연력 심층추적 조사’ 연구결과를 발표한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이강숙 교수(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는 고도 흡연자 중 일부 대상자들에게서 흡연과 암의 인과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층면담한 결과, 이들의 흡연 시작 연령은 20대가 15명, 10대가 14명, 30대가 1명이었고,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9명, 직업상 유해물질 노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들은 흡연을 시작했던 당시 담배 유행성이나 중독성에 대한 정보나 금연 교육이 부족했다고 했다. 금연이 어려웠던 이유로 63%가 중독·금단현상을 꼽았다.

이 교수는 “흡연과 담배소송 대상 암종은 특이성이 매우 높다고 인정되며 이런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정의로운 재판부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는 흡연자의 폐암 발생 기여도가 소세포암은 97.8%, 편평상피세포암은 95.9%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다고 강조했다.

지 교수는 “담배소송 대상자들의 폐암과의 인과성이 부정돼선 안 된다”며 “이번 연구가 논문으로 발표되고 정확한 역학 자료가 제출돼 앞으로 소송에서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단은 흡연으로 인한 개별 환자들의 피해를 입증해 항소심에서 담배 회사들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공단 정기석 이사장은 “흡연과 폐암 등 질병 발생과의 인과관계, 담배의 중독성은 담배회사들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1심 패소는 결과만 놓고 보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흡연과 인과성이 높은 암종에 대한 소송이었음에도 재판부는 인과관계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담배소송 항소심에 철저히 대비하겠다. 1심 때 공단에서 제출된 증거가 꼼꼼하게 검토되도록 재판부를 압박할 것”이라며 “담배회사는 유해 물질을 제조 판매하는 당사자로 국민의 안전에 대한 제조사의 의무를 다 했는지 엄중한 판단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 이사장은 “이기는 싸움이 되기 위한 중요한 쟁점은 흡연과 폐암 등 발병의 인과관계”라며 “항소심에서는 재판부가 올바른 잣대로 3,465명을 판단할 수 있도록 압박할 것”이라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대상자 개별 심층분석 자료, 객관적 증거와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서 등을 확보해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