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고름 물집, 중증 합병증 위험 높은 '전신농포건선 급성 악화' 신호탄

서울대병원 피부과 조성진 교수가 말하는 '전신농포건선' 농포에 발열·오한·근육통 더해지면 빠르게 전문의 상담을

2023-09-11     김경원 기자

전신농포건선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발진과 노란 고름의 물집인 농포가 넓게 퍼지는 유형의 건선으로, 판상 건선 등을 포함한 전체 건선의 1% 미만에 불과한 희귀질환이다. 국내에는 약 2,000~3,000명의 전신농포건선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신농포건선은 다른 건선과 대별되는 특징이 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조성진 교수는 '2030 서울대병원 희귀질환자와 가족을 위한 온라인 강좌'에서 "전신농포건선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급성 악화가 여러 번 반복이 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붉은 발진에 더해서 갑자기 전신에 광범위하게 농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란 고름의 물집이 잡히는 것은 전신농포건선의 급성 악화 신호탄이다.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다른 건선보다 가려움·통증 더 심해…급성 악화되면서 농포 발생

전신농포건선은 붉은 발진과 2~3mm 크기의 노란 고름이 들이찬 농포가 광범위하게 나타나는데 병이 진행할수록 농포들이 서로 합쳐지면서 좀 더 큰 고름을 만들고 시간이 더 지나면 큰 고름들이 노란 딱지로 말라붙거나 짓물이 나면서 피부가 벗겨지게 된다. 급성 악화 시기에는 가려움과 통증이 나타나고, 발열과 오한 같은 전신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조성진 교수는 "보통 건선은 가려움이나 통증이 덜한 것에 반해, 전신농포건선은 가려움이나 통증이 좀 더 심할 수 있다"며 "보통 건선은 피부 병변이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것에 반해 전신농포건선은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것 더하기 급성으로 악화를 보여서 농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급성 악화를 보이는 시기에는 발열, 오한, 근육통 같이 마치 몸살 감기를 앓고 있는 것 같은 전신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매우 심한 경우에는 호흡 부전이라든지 간이나 심장 기능 이상과 같은 중증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아주 심각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는 위험도 가지고 있는 병인 셈이다. 

전신농포건선, 유전적 소인 有…비만·당뇨병·고혈압도 위험 요인

전신농포건선은 우리 몸의 피부에 면역기능 이상, 과도한 염증이 발생해서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조 교수는 "면역에 이상이 있다는 얘기를 하면 환자들이 보통 '면역이 떨어져서 그런가요? 그러면 면역을 증강시키거나 개선시키면 좋아지나요?'라고 물어보는데, 면역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니고 피부에 면역 반응이 불필요하게 과도하게 생겨서 과도하게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신농포건선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못했지만, 크게는 환자 개인 요인과 주변 환경 요인이 모두 작용해서 생기거나 악화된다고 여겨지고 있다.

조성진 교수는 "환자 개인 요인으로는 유전적인 소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가족 중 전신농포건선 환자가 있으면 좀 더 전신농포건선이 생길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그렇지만 전신농포건선을 완벽하게 유전질환이라고 말하지 않는데, 유전적인 소인을 갖고 있는 환자도 있지만,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 환자도 상당수가 있고 환자의 가족이라고 무조건 전신농포건선이 생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개인적인 요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임신이다. 더불어 비만이나 당뇨병, 고혈압을 앓는 환자들은 좀 더 전신농포건선 발병 확률이 높으며, 급성 악화를 겪을 위험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교수는 "면역 반응과 과도한 염증 반응이 오래 지속되면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여러 가지 대사성 질환의 위험성도 더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전신농포건선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생활습관과도 굉장히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희귀질환이다. 조성진 교수는 "큰 일을 겪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생활이 불규칙해질 때는 전신농포건선이 심해지거나 급성 악화를 겪을 수 있다"며 "피부에 자꾸 자극이 오는 경우, 피부의 감염이나 또는 몸살 감기 같은 감염이 있는 경우, 그 이후에 전신농포건선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약물이나 흡연, 음주도 중요한 전신농포건선의 악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조 교수는 "특히 약물 중에서는 먹는 스테로이드나 주사 스테로이드를 쓰다가 스테로이드의 약효가 없어질 때쯤에 전신농포건선이 갑자기 악화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약물을 쓸 때는 의사와 잘 상의하고 사용을 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전신농포건선 의심될 때는 조직검사를 

전신농포건선이 의심될 때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조직검사를 하는 것이 추천된다. 그 이유가 있다. 전신농포건선과 유사한 다른 피부질환들이 있기 때문이다.

조성진 교수는 "조직검사라고 하면 겁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피부의 조직검사는 피부를 마취를 하고 3~4mm 정도 되는 둥근 모양의 칼(펀치)로 피부의 일부분을 조금 떼어내는 정도이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아프거나 위험한 검사방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신농포건선일 때는 여러 가지 검사가 추가로 이뤄지기도 한다. 조 교수는 "얼마나 심한 상태인지 또는 합병증이 있는지, 약물을 쓸 때 예상되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평가하기 위해 혈액이나 소변 검사, 여러가지 영상검사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적 만성기와 급성 악화기 맞춰 치료 접근

전신농포건선의 일반적인 경과는 안정기의 만성 경과를 겪는 와중에 갑자기 병변이 나빠지는 급성 악화 기간을 중간중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만성 경과 기간에는 보통 건선과 비슷하게 붉은 발진 위에 각질이나 인설이 붙어 있는 병변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어떤 환자는 아주 피부가 깨끗하고 정상처럼 보이는 상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조성진 교수는 "만성 경과 기간에는 전신 증상은 없고 이 기간은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수개월에서 수년까지도 지속할 수 있다"며 "그렇지만 이렇게 지내던 환자가 어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하다거나 어떤 감염에 걸렸다가 회복됐다거나 하는 경우에 급성 악화를 겪을 수 있는데, 이 급성 악화 기간에 접어들게 되면 전신에 광범위하게 노란 고름이 차 있는 농포가 발생하게 되고, 꼭 몸살 감기에 걸린 것 같은 발열, 오한, 근육통 같은 증상들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급성 악화 기간은 증상이 얼마나 심하냐, 또 환자 상태가 어떠냐에 따라 수일에 걸쳐 끝날 수도 있고 또는 수주 이상 지속될 수도 있다.

전신농포건선은 급성 악화를 보이는 시기에 발열, 오한, 근육통 같이 마치 몸살 감기를 앓고 있는 것 같은 전신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매우 심한 경우에는 호흡 부전이라든지 간이나 심장 기능 이상과 같은 중증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아주 심각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는 위험도 가지고 있는 병인 셈이다.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조 교수는 "환자의 증상이 심할수록 호흡부전이라든지 심부전, 간부전 등의 합병증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 기간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급성 악화는 간격이 수주에서 수년 간격으로 반복될 수 있다. 그래서 급성 악화 기간이 소실되면 다시 만성 경과를 보이는 기간으로 갔다가 또 급성 악화를 보이다가 또 만성 경과를 보이는 증상으로 갔다가 급성 악화를 보이는 증상을 자꾸 반복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선농포건선 환자의 치료를 결정할 때도 환자의 현재 상태가 만성 경과 상태인지, 급성 악화 상태인지에 따라서 치료의 목표나 방법이 달라지게 된다.

조성진 교수는 "환자가 안정적인 상태를 보일 때는 현재 피부 병변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가 되지만, 악화를 보이는 단계로 넘어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치료 목표가 된다"며 "그래서 이 시기에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서 보습제 정도만 바르고 지낼 수도 있고, 심하지 않다면 도포제만 사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는 자외선치료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조 교수는 "증상이 좀 심한 환자는 비타민A 합성 유도체를 먹거나 면역을 조절하는 약제를 먹거나 또는 주사로 투약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급성 악화 기간은 전신 증상이나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현재 피부나 전신 증상을 회복시키는 것도 중요한 치료 목표이지만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한 치료 목표가 된다.

조성진 교수는 "급성 악화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심한 단계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훨씬 적극적으로 약을 쓰게 된다"며 "그래서 비타민A 합성 유도체나 면역 조절 약제를 특히 적극적으로 쓰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필요한 경우에는 입원치료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갑자기 전신농포건선이 급성 악화를 보이게 될 때의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 조 교수는 "노란 고름이 잡힌 물집이 생기기 시작하면 급성 악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라는 신호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이 단계에서 발열, 오한, 근육통 같은 증상이 있으면 가능한 빨리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때는 의사가 처방한 항염증제나 면역 조절 약물을 일정과 용량을 지켜서 정확히 복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피부가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꽉 끼는 의류는 피하고, 긁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 요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성진 교수는 "급성 악화 단계에서는 증상이 갑자기 확확 변하는 경우가 있다"며 "증상을 잘 주시하고 있다가 의사와 진료를 볼 때는 이러한 증상 변화에 대해서 정보를 잘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고, 만약에 급격한 증상 변화가 있는 경우에는 빨리 진료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만일을 대비해 의료진과의 응급 연락망을 알아두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피부 자극 피하고 스트레스 관리를…적정 체중관리도 도움돼

전신농포건선 환우에게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이 있다. 조 교수는 "먼저 피부는 자극을 피하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며 "피부에 증상이 없더라도 보습제를 항상 자주 발라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대의 생활습관도 있다. 조성진 교수는 "피부에 각질이 있을 때는 억지로 떼어내지 말고 목욕할 때도 때를 밀거나 꽉 끼는 옷 같은 걸로 피부에 자극을 주는 것을 피해야 된다"며 "이런 자극이 주어지면 피부 자체에서 병이 자꾸 악순환을 할 수 있고 급성 단계로 악화되는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 교수는 "전신농포건선이 악화되는데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생활습관이 굉장히 중요한 연관성이 있다"며 "그래서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되고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할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 병에 도움이 된다. 그 외에 금연과 금주도 굉장히 중요하다. 조성진 교수는 "흡연은 이 병에도 좋지 않기 때문에 금연은 필수고, 과음을 하는 경우에도 면역체계의 교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몸에 좋다고 자의적으로 약을 복용하거나 건강보조제를 섭취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조 교수는 "사실 이런 것들이 의도와는 다르게 전신농포건선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며 "의사와 상의를 한 다음에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음식은 전신농포건선에 도움이 되거나 악화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현재까지 알려져 있지 않다.

조성진 교수는 "그렇지만 환자가 비만이 되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적절한 열량에 균형 잡힌 식단, 즉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며 "혹시 비만이라거나 체중이 너무 좀 과도하다면 칼로리를 제한한 식사 정도와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체중을 감량하고 유지하는 것이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