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폐암 '타그리소' 화학병용요법, 뇌전이 환자서 치료 성적 가장 높아
FLAURA2 연구 성공으로 화학요법과의 병용 전략 제시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 약 9개월 연장" 화학요법 병용 시 독성 현저히 증가…위험 대비 이익 고민
[싱가폴=김윤미 기자] 4기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글로벌 스탠다드로 사용되고 있는 3세대 EGFR TKI(tyrosine kinase inhibitor)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최근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으로 1차 치료에 또 다른 선택지를 추가했다.
미국 다나파버 암 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의 파시 안느(Pasi A. Jänne) 박사는 11일 세계폐암학회 국제학술회의(IASLC 2023 WCLC) 플레너리 세션에서 FLAURA2 연구 결과를 최초 공개했다.
FLAURA2 연구는 국소 진행성(3B~3C기) 또는 전이성(4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557명을 대상으로 1차 치료에 타그리소와 항암화학 병용요법을 타그리소 단독요법과 비교 평가한 무작위배정, 오픈 라벨, 다기관,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이다.
시험군에서 환자들은 1일 1회 타그리소 80mg 경구 투여와 함께 3주 간격으로 4주기 동안 항암화학요법(페메트렉시드 + 시스플라틴 또는 카보플라틴)을 받은 후, 타그리소와 페메트렉시드(3주 간격) 유지요법을 받았다.
이번에 발표된 데이터는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에 대한 최종 분석 결과로, 타그리소와 항암화학 병용요법은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질환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8%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병용요법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25.5개월로 단독요법군의 16.7개월과 비교해 8.8개월이 연장됐다.
독립적중앙검토위원회(Blinded Independent Central Review, BICR)가 평가한 mPFS 역시 이와 비슷한 연장 효과를 보여줬다. BICR이 평가한 병용요법군의 mPFS는 29.4개월로 단독요법군의 19.9개월과 비교해 9.5개월이 연장된 것이다.
이처럼 타그리소는 기존에 표준요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단독요법에서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해 무진행생존기간을 9개월 가량 연장시키며 환자들에게 추가적인 생존 혜택을 시사했다.
이 같은 PFS 혜택은 성별, 인종, EGFR 변이 유형, 진단 시점의 연령, 흡연력, 뇌전이 상태를 비롯한 모든 사전 정의된 하위그룹에서 일관되게 관찰됐다.
특히 연구 시작 시점에 뇌전이가 있는 환자에서 타그리소와 항암화학 병용요법 사용시 PFS 혜택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뇌전이를 동반한 환자에서 병용요법군의 mPFS는 24.9개월로 단독요법군의 13.8개월과 비교해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3%까지 낮췄다.
이번 연구 결과에는 후속 치료에 대한 영향도 유추해볼 수 있는 PFS2 데이터와 전체생존(Overall Survival, OS) 데이터도 포함됐다. 분석 시점에 데이터는 아직 미성숙(immature)했지만, PFS2 위험비(0.70)와 OS 위험비(0.90) 모두 병용요법군에서 더 유리한 경향을 보였다.
객관적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은 병용요법군에서 83.2%, 단독요법군에서 75.5%로 미약한 개선을 보였지만 반응지속기간(Duration of Response, DoR)은 24개월 대 15.3개월로 확연한 연장이 관찰됐다.
안전성 결과는 각 치료제에서 확인된 프로파일과 일치했으며, 새로운 안전성 문제는 보고되지 않았다. 3등급 이상의 모든 원인에 의한 이상사례는 병용요법군의 64%에서 발생해 단독요법군의 27%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률 역시 병용요법군에서 48%로 단독요법군의 6%와 비교해 8배 높게 나타났다.
파시 안느 박사는 "이미 전세계 표준요법으로 자리잡은 오시머티닙 단독요법에서 확인된 우수한 치료 효과를 바탕으로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한 결과,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질병 진행까지의 시간을 9개월 연장했다"면서 "이 설득력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환자들은 오시머티닙을 기반으로 한 매우 효과적인 두 가지 치료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시 안느 박사 발표 이후 토론자로 나선 중국 광둥종합병원 폐암연구센터의 이롱 우(Yi-Long Wu) 교수는 특히 타그리소가 뇌전이가 있는 환자에서 무진행생존기간을 10개월이나 연장시킨 것에 대해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화학요법 병용으로 독성이 현저히 증가한다는 면에서 화학요법 병용이 가져오는 이익이 위험을 능가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베바시주맙이나 ADC, 아미반타맙 등 여러 새로운 기전의 약제들이 3세대 TKI와 병용요법을 시험 중에 있어, 화학요법 병용이 이들에 비해 나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롱 우 교수는 "만일 타그리소와 화학요법 병용이 전체생존기간의 연장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새로운 표준요법으로 바뀔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다만 뇌전이 환자나 L858R 환자에서는 해당 치료요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회 현장에 참석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국내 임상 환경에서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라고 평했다.
이세훈 교수는 "미국에서는 이미 타그리소로 반응이 충분하지 않은 환자에게 타그리소를 유지하면서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하는 치료가 가능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분명히 타그리소와 항암화학요법을 같이 써야 할 환자군이 있음에도 심평원이나 식약처가 규정한 것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기회조차 없었던 상황으로 굉장히 큰 미충족 수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심각한 뇌전이가 있거나 종양의 부담이 커서 보다 강력한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에게 처음부터 타그리소와 항암화학요법을 병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임상의 입장에서 무척 반갑다"고 강조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