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폐암 1차 치료 新선택지 '타그리소'…"국내 환자에겐 기회조차 없다"
[대담] 하버드의대 파시 안느 박사-성균관의대 이세훈 교수 "뇌전이, L858R 등 예후 불량 환자에서 항암화학요법 병용 가능해져"
"FLAURA2 연구는 3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티로신키나제 억제제(TKI)와 항암화학 병용요법으로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을 입증한 최초의 연구다. 그 결과는 '홈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세계폐암학회 국제학술회의(IASLC 2023 WCLC) 현장에서 만난 미국 다나파버 암 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의 파시 안느(Pasi A. Jänne) 박사는 자신이 주도한 글로벌 3상 임상 FLAURA2 연구 결과를 두고 이같이 평했다.
FLAURA2 연구는 기존에 4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사용되는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단독요법에 항암화학요법을 더하면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약 9개월 가량 늘릴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줘, 이번 IASLC 2023 WCLC에 플레너리 세션에 올랐다.
다만 항암화학요법을 더하면 기존에 EGFR TKI 단독요법이 가지는 복용 편의와 순응도를 떨어뜨리고 독성이 증가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환자에서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을 사용해야 할지 등 환자 선별의 문제가 향후 과제로 남았다.
이에 파시 안느 박사와 국내 폐암 전문가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 교수의 대담을 통해 FLAURA2 연구 데이터가 가지는 임상적 의미와 주요 쟁점,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 등을 살펴봤다.
- 이번 FLAURA2 연구 결과를 실제 임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파시 안느 : FLAURA2 데이터를 통해 모든 환자에게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가 아는 것은 타그리소 단독요법으로 혜택을 보는 환자들이 분명히 있고,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했을 때 환자의 PFS과 반응지속기간(DoR)을 연장해 그 혜택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뇌전이, L858R 치환 변이 동반 등 일반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환자들이 있는데, FLAURA2 연구에서는 이 두 하위집단에서 모두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이 혜택을 보였기 때문에 이러한 환자들에게 병용요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추후 임상연구와 혈액을 이용한 ctDNA 분석 등을 통해 항암화학요법 병용했을 때 더 많은 혜택을 보는 환자들의 특징을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ctDNA가 음전(clearance)하면, 즉 진단 시에 ctDNA가 검출됐으나 치료 시작 3~6주 후에 검출되지 않을 경우 예후가 더 좋다는 건 이미 이전 연구들을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환자들은 무진행생존기간이 더 긴 경향을 보였다. FLAURA2 연구에서도 항암화학 병용요법 시 타그리소를 단독요법으로 사용할 때에 비해 ctDNA가 더 조기에 음전되는지 추후 분석을 통해 파악할 예정이다. 또한 ctDNA 분석으로 타그리소 단독요법과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의 내성 기전이 다른지 여부도 연구 중이다.
이세훈 : 이미 미국에서는 표적치료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있다. 때문에 타그리소 사용 후 항암화학요법으로 넘어갈 때, 타그리소 사용을 중단하지 않고 화학요법을 더하는 치료법을 실제 임상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심평원이나 식약처가 규정한 범위를 벗어나 사용할 수 없어, 이 부분에 굉장히 큰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있었다. 분명히 타그리소와 항암화학요법을 같이 써야하는 환자가 있는데, 우린 그런 기회조차 아예 없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FLAURA2 연구를 통해 타그리소와 항암화학요법을 병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임상의 입장에서는 매우 기쁘다.
어떤 환자에서 써야할지 묻는다면 L858R 환자이거나 뇌전이 있는 경우, 암 크기가 큰 경우 등 나쁜 예후인자를 가진 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다. 기존의 FLAURA 연구에서는 대상 환자들의 암 크기 중간값이 48mm였는데, FLAURA2 연구에서는 57mm였다. 그만큼 종양 부담이 큰 환자라는 뜻이다. 이런 경우에는 항암화학요법에 대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데이터를 보지 않아도 임상의들에겐 굉장히 반가운 소식일 것 같다.
- 타그리소에 치료 실패한 환자에서 현재 백금기반 화학요법을 사용 중인데, 1차 치료에 이 화학요법을 당겨 쓴다면 후속치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고민될 것 같다.
파시 안느 :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사용했을 때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접근해, 일단 내성이 생긴 이유부터 파악할 것 같다. 타그리소에 대한 내성인지 아니면 항암화학요법에 대한 내성인지를 환자의 종양 또는 ctDNA 분석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으로는 도세탁셀처럼 2차 치료에 이미 허가된 단일 항암화학요법이 있다. 또한 현재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신규 치료제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어, 이런 신규 치료 옵션들이 가능해짐에 따라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 이후 사용될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점차 넓어질 것이다.
이세훈 : 사실 기대하고 있는 치료 옵션들이 너무 많다. 현재는 현실적으로 탁셀을 생각하고 있지만, ADC에 대한 데이터도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면역항암제도 있다. 물론 면역항암제가 EGFR 내성이 있다고는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일부 환자들에게는 도움이 되고 있으며, 특히 앞선 치료 방법이 바뀌면 환자들의 반응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면역항암제도 당연히 하나의 옵션이 될 것이다.
FLAURA2 연구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점(benefit)은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을 쓴 환자에서 종양부담(tumor burden)이 많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면 환자의 질병 진행 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 내성 발생 시 예전처럼 전신에 걸쳐 여러 부위가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국소적으로 진행돼, 이러한 환자들에서 방사선이나 수술 등의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면 전체생존(OS)에서도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도 고려하고 있다.
- 데이터를 보면 뇌전이 환자에서 특히 치료 혜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추신경계 작용은 통상 항암화학요법에서 기대하지 않는 부분이라서 해당 결과가 의아하다는 생각도 든다.
파시 안느 : 일반적으로 중추신경계 전이가 있는 환자들은 전이가 없는 환자들보다 예후가 나쁘기 때문에 더 강한 치료법이 해당 환자들에게 더 큰 혜택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중추신경계 전이에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항암화학요법도 뇌에 들어가 작용한다. 특히, 뇌전이가 있을 경우 혈액뇌장벽(blood brain barrier, BBB)이 깨져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병용요법이 중추신경계에 미치는 영향도 단독요법보다 더 컸을 수 있다. 현재 뇌전이 환자에 초점을 둔 추가 분석이 진행 중이다.
이세훈 : 뇌전이가 있는 환자에서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의 효과가 더 좋았다는 것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뇌전이가 있는 환자는 뇌전이 외에 다른 곳도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다른 부위에서의 효과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즉, 뇌전이를 하나의 나쁜 예후인자로써 이해하는 관점이다.
두 번째는 뇌 자체에서의 효과가 좋을 수 있다는 관점이다. 뇌전이 환자들은 진단 당시 BBB가 깨져 있다. 또 어떤 경우엔 치료를 통해 상태가 좋아지면 BBB가 일부 다시 닫히기도 한다. 즉, BBB가 열려 있을 때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으로 두 가지 치료제가 모두 뇌에 들어갔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두 가지 해석 중 어느 것이 주요할지는 후속 분석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 일부에서는 전체생존기간 연장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어떻게 전망하나.
파시 안느 : 아직은 OS 데이터가 미성숙한 상태이다. OS 곡선이 벌어지는지 여부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파악할 수 있다.
이세훈 : 사실 우리가 임상에서 OS를 꼭 봐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일부 잘못된 생각이다. 임상시험은 그 약이 좋은지를 입증하기 위해 설계된다. 과거 표적항암제가 없고 후속 치료 옵션도 없었던 시대에는 OS를 보는 것이 적합했다. 그러나 이제는 약도 많아졌고, 환자들 역시 질병 진행 이후 다양한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OS가 우리가 원래 생각했던 그 개념이 아니다. 때문에 최근 임상시험들이 1차 평가변수를 PFS로 잡는 것이다. 즉, OS가 우리가 알고 싶은 그 약의 효과를 온전히 대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 하반기에 또 다른 3세대 EGFR TKI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이중특이항체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시험한 MARIPOSA 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그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앞으로 임상의들은 3세대 EGFR TKI와 항암화학요법을 병용할지 아니면 이중특이항체를 병용할지 선택에 기로에 놓이게 된다.
파시 안느 :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결과가 긍정적으로 도출된다는 전제로 얘기하면, 치료제 선택은 항상 효능과 부작용 사이의 균형(balance)이 중요하다.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을 추가함으로써 환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의 크기와 비용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여기서 비용은 금전적 비용이 아닌 독성 비용(toxicity cost)을 말한다. 그리고 그 비용이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봐야 할 것이다.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하는 것은 아미반타맙 추가와 다른 이상반응 프로파일을 가진다. 때문에 환자 특성에 따라 더 다루기 쉬운 치료법을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아직 데이터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 구체적으로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데이터가 곧 나오면 좋겠고, 긍정적이면 더 좋을 것 같다. 환자들을 위해 치료 옵션이 더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세훈 : 사실 의료진으로서는 좋은 연구 데이터들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좋다. 굳이 하나만 선택할 필요가 없고 환자 상태에 맞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대략적으로는 부작용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항암화학요법의 부작용은 의료진이 워낙 익숙하고 관리도 익숙하다는 장점이 있다. 페멕트렉시드와 카보플라틴 병용은 굉장히 내약성이 좋은 치료법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결국 이상반응이 주요 쟁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느 쪽이 더 관리가 익숙하고 자신있느냐의 문제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