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인데 원인 찾을 수 없다?…희귀질환 '자가면역간염' 의심해야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로 치료…간이식 필요하기도 "자가면역간염 치료하지 않으면 6개월 이내 40% 사망"
원인을 전혀 알 수 없는 급성간염이나 만성간염 진단을 받는 경우 의심해봐야 하는 희귀질환이 있다. 바로 '자가면역간염'이다.
충남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병석 교수는 유튜브 채널 '충남대학교병원'에서 "원인 미상의 급·만성 간염 환자에서 자가면역간염을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며 치료하지 않으면 6개월 이내 40% 사망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를 빨리 하게 되면 비교적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아 충분히 치료 가능한 질환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만성간염의 원인이 되는 질환인 '자가면역간염'은 병의 경과가 굉장히 다양하다. 특별한 조치 없이 적극적으로 감시만 하는 '무증상' 환자부터 심각하게는 간이식이 필요할만큼 '간부전'이 진행된 환자까지 다양한 임상경과를 보여주는 질환이 바로 '자가면역간염'이다.
이 교수는 "자가면역간염의 임상경과는 다양해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도 약 3분의 1에 해당되며, 간경변증으로 오는 경우도 22%에 해당한다"며 "그 외 급성간염, 간부전, 만성간염, 간경변증, 간암까지 다양한 임상경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가면역간염은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10만명 당 1.07명에게 매년 새로이 발병하는 희귀질환이지만 최근 늘고 있는 추세다. 이병석 교수는 "자가면역간염은 최근 진단이 늘고 있는 질환 중 하나"라며 "이 병은 주로 여성에서 흔하나 최근 남성에서의 진단이 점차로 늘고 있다"고 짚었다.
자가면역간염의 발병 원인은 현재 분명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 약제나 바이러스감염 등과 같은 요인이 작용해 발현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병이 있을 때는 혈청 면역글로불린, 특히 IgG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항핵항체, 평활근항체 등 여러 자가항체의 양성 반응이 확인된다. 무엇보다 자가면역간염은 다른 원인 질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교수는 "혈청 간효소 수치(AST, ALT)가 상승하는 약물유인성 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A형, B형, C형이나 특수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이나 윌슨병, 지방간질환, 대사질환, 허혈성간염, 급성 담도폐색 등의 다양한 급만성 간질환을 배제하는 것이 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다른 면역질환이 동반될 경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루푸스 같은 다른 자가면역질환이 있을 때, 자가면역간염을 더 강력하게 의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는 조직검사를 해서 진단을 내리는 동시에 치료 방향을 같이 설정한다.
이병석 교수는 "일반적으로 자가면역간염이 의심되는 경우, 조직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과 염증의 정도 등을 확인하며 이를 근거로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며 "전형적인 간조직검사 소견은 계면간염, 심한 림프구 및 형질세포 침윤"이라고 설명했다.
자가면역간염 진단 뒤 모든 환자에게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다. 이 교수는 "혈청 ALT가 정상 상한치의 10배를 초과하거나, 혈청 ALT가 정상상한의 5배 이상이면서 혈청 감마글로불린이 정상상한의 2배 이상이면 조기 사망가능성이 높아 반드시 치료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또 조직검사에서 심한 염증이나 조직괴사가 확인되면 5년 내 82%가 간경병증으로 진행하고 45%의 환자가 사망하므로 절대 치료기준으로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는 스테로이드 단독요법이나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의 병합요법을 할 수 있다. 이병석 교수는 "스테로이드 단독요법은 병합요법에 비해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필요로 하므로 골다공증, 당뇨병, 고혈압, 정신질환 등의 빈도가 높아 약제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모니터링을 해야 하며, 이런 연유로 면역억제제와의 병합요법이 초치료로 선호된다"고 설명했다.
자가면역간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암보다 치명적이다. 이 교수는 "자가면역간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6개월 내 40%가 사망하며, 생존자의 40%에서 간경변증이 발생하게 되고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며 "진단 당시에 간경변증이 동반되면 사망률이 높고 간이식을 시행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치료기간은 치료반응과 약물부작용에 따라 결정되며 최소 2~3년의 지속 치료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간기능이 정상화되어도 최소 1년 이상의 약물 유지가 필요하다"며 "약물 중지 후에도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재활성화의 가능성을 모니터링하며 재발의 경우 다시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료를 제대로 해도 20%의 자가면역간염 환자는 치료에 실패한다. 이병석 교수는 "표준치료의 경우 3년 내 80%의 환자에서 관해가 오지만 20%의 환자에서는 치료 실패가 오는데, 이 경우에는 다른 면역억제제를 사용해보며 간부전이 오는 경우 간이식을 고려해야 한다"며 "대부분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치료에 잘 반응하나 간이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