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 병용요법, 타그리소 효과 뛰어넘어
렉라자 병용요법, 타그리소 단독 대비 위험비 30% 낮춰
[마드리드=김찬혁 기자] 유럽 최대 암학회인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3) 현장에서 유한양행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얀센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베일을 벗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3)가 열린 가운데 학회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프레지덴셜 세션에서 렉라자와 리브리반드 병용요법 3상 글로벌 임상시험인 마리포사1(MARIPOSA1) 임상시험 결과가 공개됐다. 이 발표는 연세암병원 조병철 폐암센터장이 맡았다.
렉라자 글로벌 판권을 가지고 있는 얀센은 자사 EGFR-MET 이중항체 리브리반트과 렉라자 병용요법의 전이성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MARIPOSA1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마리포사1 임상시험에서는 치료 이력이 없는 EGFR 변이(Ex19del or L858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074명을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과 타그리소 단독요법, 렉라자 단독요법에 2:2:1로 무작위 배정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했다.
1차 평가 변수는 BICR(독립적 검토위원회)가 평가한 무진행생존율(PFS), 2차 평가 변수는 전체생존율(OS)과 객관적반응률(ORR), 반응지속기간(DoR), 2차 무진행생존율(PFS2), 안전성 등이다.
이날 조 교수 발표에 따르면, 중앙 추적관찰 22.0개월 시점에 mPFS는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이 23.7개월(95% CI 19.1-27.7), 타그리소 단독요법은 16.6개월(95% CI 14.8-18.5)로 나타나,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0% 낮췄다.
ORR은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이 86%, 타그리소 단독요법이 85%로 나타났으며, DoR 중앙값은 각각 25.8개월과 16.8개월이다. 아울러 PFS2는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25% 감소시켰다.
OS의 경우, 추적 관찰이 진행 중에 있어 아직 데이터가 충분히 완성되지 않았으며,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이 사망 위험을 20% 낮춰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발표에서는 논문 초록에 공개되지 않은 안전성 데이터도 함께 발표됐다.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AEs)은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에서 8%, 타그리소 단독요법에서 7% 발생했다. 중대한 이상반응은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에서 49%, 타그리소 단독요법에서 33% 발생했다.
치료 기간 중앙값은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이 18.5개월, 타그리소 단독요법이 18개월이었다. 치료 관련 이상반응에 따른 치료 중단 비율은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이 10%, 타그리소 단독요법이 3%였다.
이날 조 교수는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고 통계적으로 우월하게 PFS를 개선했으며, 더 높은 DoR과 유리한 OS 경향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또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이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새로운 표준요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발표 직후 현장에서 만난 조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1차 평가 변수인 PFS 외에도 2차 평가 지표 중 PFS2와 OS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ESMO 개막에 앞서 마리포사1 논문 초록이 공개되자 타그리소+항암화학요법(FLAURA2) 결과와 직접 비교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단순 비교의 한계를 지적했다. 지난 9월 세계폐암학회 국제학술회의(IASLC 2023 WCLC)에서 공개된 FLAURA2 mPFS는 25.5개월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MARIPOSA1은 8주마다 뇌 MRI를 촬영한 반면, FLAURA2는 뇌전이가 확인된 환자에서 임상적으로 필요할 때 촬영을 했다. 복부/흉부 CT 촬영도 MARIPOSA1에서 더 많다. 촬영 빈도가 높을수록 병변이 더 많이 잡힐 수밖에 없고, 수치상으로 PFS가 짧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조 교수는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의 경우 3세대 EGFR-TKI 치료 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인 항암화학요법을 남겨뒀다는 점을 언급했다. 후속 치료에 영향을 주지 않아 PFS2을 개선했으며 이는 곧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지료라 할 수 있는 OS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게 조 교수 설명이다.
조 교수는 “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OS”라며 “이번 발표 시점에는 OS 데이터가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향후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과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전체생존율에서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