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낯선 의료용어에 좌절…3분 진료 속 이해력 제고 방안 필요

환자단체들 "잘못된 정보 너무 많다" 3분 진료 고착화…"정부 지원 필요해"

2023-11-02     김주연 기자
환자들이 치료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면 의료용어에 대한 이해도부터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2일 열린 대한환자안전학회 제17차 정기학술대회에서 나온 목소리이다. ⓒ청년의사

환자들이 치료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면 의료용어에 대한 이해도부터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환자안전학회가 2일 서울아산병원 대강당에서 개최한 제17차 정기학술대회에서 환자단체들은 환자가 치료결정에 참여하기 어려운 의료현실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진미향 부회장은 “환자단체에서 활동하며 가장 많이 받는 요청이 CT나 의무기록지 등을 해석해달라는 것"이라며 "의사와 만나는 시간이 1~2분 정도밖에 되지 못해 내 몸의 종양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의무기록지나 CT 사진을 발급받아 보지만 결국 낯선 의료용어에 답답함을 넘어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진 부회장은 "환자가 참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진입장벽이 높다면 결국 제공자의 영역에만 머물게 된다"며 "환자들이 자신의 병에 대해 이해하고 더 나은 치료방식을 선택하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의료사회복지사의 병원 내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진 부회장은 “미국 의료사회복지사는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면 환자·보호자를 비롯해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치료계획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의료사회복지사는 어려운 의료용어 등을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에 환자와 보호자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바른 의료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환자단체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진 부회장은 “희귀질환의 경우 국내에서 정보를 찾기 어렵기에 인터넷 검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잘못된 정보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들이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단체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제1당뇨병환우회 김미영 회장도 “의료제도를 잘 모르기 때문에 단편적인 지식으로 오픈된 커뮤니티에서 병원에 대한 불평을 쏟아내는 사람들도 많다”며 “이에 환자단체에서 쉬운 언어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관은 환자가 본인의 치료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정부도 이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날 나왔다.

서울성모병원 김소연 PI 팀장은 "환자의 건강 문해력을 평가하고 이에 맞는 설명 도구를 이용해 의료진이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환자가 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진정한 환자참여가 실현될 수 있다"며 "환자 치료에 대한 요구도, 환자·가족의 삶의 대한 가치, 지역사회 지지자원 등을 논의하는 시간도 치료 과정에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3분 진료'가 고착화된 현재 진료 현장에서 구현하기 어려우며 특히 개별 의료기관이 나서기는 힘들다"며 "따라서 환자 참여를 위한 수가 개발, 개별환자의 건강 문해력에 맞춰 IT를 활용한 다양한 설명·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준비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