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희귀암 '복막암'…진화하는 복막암 치료환경

복강내항암‧전신항암치료 단점 개선한 온열항암화학치료 효과 가족 가운데 난소암‧유방암 환자 있으면 'BRCA 유전자검사'를

2023-11-08     김경원 기자

희귀암인 복막암의 치료환경이 진화하면서 예후가 나쁜 복막암의 치료 성적이 개선되고 있다. 복막암은 위‧장‧간 등을 둘러싸고 있는 복강의 얇은 막 조직에 생긴 암으로, 조기 진단이 잘 되지 않아 대부분 3기 이후 발견되는 예후가 나쁜 암이다. 

부산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김기형 교수는 유튜브 채널 '부산대학교병원'에서 "복막암은 원래 희귀한 암이기는 하지만 최근에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복막에 암이 발견되면 상당히 병이 진행된 경우에 해당된다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복막암의 진단 현실을 짚었다. 

희귀암인 복막암의 치료환경이 진화하면서 예후가 나쁜 복막암의 치료 성적이 개선되고 있다. 복막암은 위‧장‧간 등을 둘러싸고 있는 복강의 얇은 막 조직에 생긴 암으로, 조기 진단이 잘 되지 않아 대부분 3기 이후 발견되는 예후가 나쁜 암이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아랫배나 골반 불편감 지속되면 산부인과·내과 진료를

복막암은 크게 복막 자체에 생기는 일차성 복암암과 다른 장기의 암이 복막에 전이된 이차성 복막암으로 나뉜다. 더 흔한 것은 이차성 복막암이다. 김기형 교수는 "복막 자체에 발생하는 일차성 암은 발생 빈도가 드문 편이며, 대부분은 다른 장기에서 복막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특히 복막암은 여성에게 더 흔하고, 가족 중 난소암이나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에게 더 위험이 높다. 김 교수는 "요즘 많이 하는 검사 중에 BRCA 유전자검사가 있는데, 이런 유전자 이상을 가진 사람에게 조금 더 흔하게 복막암이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짚었다. 

복막암은 특징적인 초기 증상이 없어 현재 조기 진단이 쉽지 않은 암이다. 김기형 교수는 "흔하게는 아랫배, 골반 같은 곳이 가스가 찬 것처럼 더부룩한 느낌도 있고 아랫배가 살살 아프다는 경우들이 초기에 있다"며 "암이 진행되면 복수가 차올라 배가 불러지고 소화도 잘 안 되고, 설사나 구토를 한다"고 설명했다. 

복막암 환자에게는 복통이 68%, 복수가 52%에서 나타난다. 난소암과 비교했을 때 복부팽만이 더 흔하기도 하고, 암이 진행됐을 때 복수의 양이 훨씬 많이 차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여성의 경우는 산부인과 질환에 특징적인 증상인 질출혈이 있거나 골반통증 이외에 골반부가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증상이 제일 중요하니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 가게 되고 그 증상을 가지고 검사를 한다"며 "하지만 복막암이 진단될 쯤이면 이미 병이 진행된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짚었다. 복막암의 예후가 나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복막암으로 병원에 갈만큼 뚜렷한 증상이 나타날 때쯤이면 복막암의 진행이 빠르게 이뤄지는 까닭이다. 

때문에 복막암이라고 특정할 수 없지만 아랫배, 골반의 불편감이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으면 그때는 산부인과나 내과를 방문해 검사를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김기형 교수는 "검사는 산부인과나 내과에 가면 CA125 종양표지자 검사를 한다. 그리고 초음파검사와 CT, MRI 같이 조금 더 정확한 영상검사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선행항암 뒤 수술 직후 '하이펙 치료' 효과

복막암의 치료는 배를 가르는 개복수술로 복막에 있는 종양을 모두 제거한 다음에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최근 암수술은 주로 복강경수술이나 로봇수술을 하지만, 복막암은 개복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술 뒤 항암치료'라는 공식이 복막암 치료 분야에서도 깨져서 '항암치료 뒤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복막암이 많이 진행된 경우엔 항암치료 이후에 수술을 하고 다시 항암치료를 세 번 더하는 치료법도 있다"며 "최근에는 종양 제거 수술을 한 이후 항암제 온도를 조금 높여서 고온의 항암제를 복강 내에 투여하는 하이펙(HIPEC) 치료를 한다. 하이펙 치료를 병용하면 치료 효과를 높여준다는 보고가 최근에 많다"고 말했다. 

복막암에 하이펙 치료가 효과적인 이유가 있다. 혈관으로 주입하는 항암치료를 하면 복막에 항암제가 투여량의 5% 정도만 도달할만큼 복막에 항암제가 잘 도달하지 않는다. 하이펙 치료는 복막암 조직을 다 떼어낸 다음 복막 내 남아 있는 미세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40~42도 정도의 항암제를 복강 내 직접 투여해 90분 정도 복강 내 항암제를 순환시키는 치료법이어서 효과적이다.

김기형 교수는 "이전에 복강 내 항암치료라는 것이 있었는데, 복강 안에다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효과는 지금도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카테터를 설치해야 된다. 하지만 이 카테터 관리가 어렵고 합병증이 생겨서 지속하기가 어려운 제한점 때문에 새로운 치료방법을 찾게 된 것"이라고 하이펙의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하이펙 치료는 복강 내 항암요법과 온열요법 두 가지의 시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맥항암요법과 비교하면 복강 내 항암치료가 전신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줄여줄 수 있다"며 "오심과 구토, 탈모 등 다양한 전신 부작용을 줄여주는 반면에 항암제가 10~30배 정도 더 높은 농도로 복막에 직접 도달하도록 하기 때문에 치료 성적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펙 치료가 항암치료에 효과적인 이유가 또 있다. 김기형 교수는 "고온의 항암제를 투여하면 항암제에 반응하는 암세포의 민감도를 높여줄 수 있고 암 조직 안으로 항암제가 더 잘 들어가도록 해줘서 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높여준다"며 "최근에 보고된 논문에서는 고온의 항암치료를 할 때 특정 단백질이 나와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면역반응을 증가시켜 준다는 보고도 있다"고 설명했다.

진행이 빠른 복막암에 하이펙 치료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치료법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정맥으로 항암제를 투여하려면 수술 뒤 컨디션이 회복된 3~4주 사이에 항암치료를 해야 되는데, 하이펙 치료는 수술이 끝난 수술방 안에서 바로 할 수 있어 항암치료까지의 시간이 굉장히 짧다"며 하이펙 치료의 이점을 언급했다. 

실제 하이펙 치료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 김기형 교수는 "많은 연구들에서 하이펙 치료결과를 발표하고 있는데, 여러 대상자들 중 가장 적합한 대상자는 복막암 환자와 진행성 난소암 환자"라며 "먼저 항암치료를 하고 그 다음에 수술을 하고 수술하는 날 동시에 하이펙 치료를 병행하면 재발을 늦추고 생존율을 높이는데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보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2018년 임상시험에서도 하이펙 치료를 하고 생존율을 1년 정도 향상시켰고, 2022년 국내 연구에서도 하이펙 치료를 해서 생존율 향상을 13개월 정도 보고하고 있다"며 하이펙 치료의 도입으로 난치암인 복막암 치료 성적이 이전보다 향상되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 있다면 '난소난관절제술'을 

복막암의 위험을 낮출 방법이 있다. 김기형 교수는 "복막암은 가족력에 난소암이나 유방암이 있는 경우에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부지런히 검사하는 것을 권하고 대개 염증 반응과 암이 연관이 된다고 하니 복강 안이나 골반강 안에 염증을 유발하는 상황인 자궁내막증, 비만, 당뇨병 등에 대해서는 철저히 관리해주는 것도 예방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김 교수는 "평소에 균형잡힌 식사를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삶에 주어지는 스트레스 같은 것들도 잘 관리하는 것이 몸의 면역력을 유지한다는 면에서는 좋은 예방법 중 하나일 것"이라며 "특히 가족력 중 난소암이나 유방암이 있으면 BRCA 유전자검사를 해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라면 미리 난소난관절제술을 받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