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치료제 등 희귀질환 영역서 포트폴리오 확장해 나가는 화이자
[희귀질환 마켓 리더③] 한국화이자 희귀질환사업부 김희정 전무 빈다맥스 급여 도전 계속…“경제성 입증 쉽지 않지만 다방면 논의” 화이자 성장 동력 ‘엔젤라’…“2024년 시장 성공적 안착 위해 노력”
희귀질환은 전세계 약 7,000여개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질환별 환자의 희소성 및 정보 부족으로 발생 및 유병 인구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하다. 특히 7,000여개의 희귀질환 가운데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치료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워낙 고가여서 환자와 가족의 심리사회적,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
이러한 환자들의 삶을 변화시켜 보기 위해 지난 30년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낸 제약사가 있다. 화이자제약이다. 또한 어렵게 개발된 치료제를 빠르게 도입해 국내 희귀질환 환자들의 삶을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게 한국화이자제약 희귀질환 사업부의 목표다.
한국화이자제약 희귀질환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김희정 전무는 중앙대 약학대학 졸업 이후 제약회사 영업직부터 시작해, 마케팅, 인사 등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일반의약품 마케팅으로 시작해 화이자에 합류한 이후부터 전문의약품을 담당했다. 영국에서 한국, 호주, 일본, 유럽 시장이 포함된 국제 선진시장(International Developed Market)의 마케팅 총괄 업무를 담당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호스피탈 사업부’ 총괄을 맡은 이후, 2020년부터 희귀질환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코리아헬스로그와 만난 김희정 전무는 “희귀질환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평가하면 영업이익과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귀질환은)큰 가치가 있는 영역임에 틀림없다”며 “화이자 희귀질환 사업부가 하는 일들이 우리 사회를 비롯해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2023년을 마무리하는 12월 김희정 전무를 만나 한국화이자제약 희귀질환사업부가 지향하는 목표,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화이자제약의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 (제약회사)영업부터 시작해 마케팅, 인사 등 관리직에 이르고, 일반의약품부터 전문의약품, 희귀질환 사업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서를 경험한 이력이 눈에 띈다. 희귀질환 사업부의 특징을 꼽는다면.
희귀질환 사업부는 환자의 삶과 가장 가까이 존재하는 사업부라는 생각이 든다. 희귀질환은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한편, 사명감도 필요한 영역이기에 희귀질환 사업부에 대한 애정이 크다. ‘희귀하다’는 공통의 특징이 있지만 각각의 희귀질환을 살펴보면, 하나의 사업부에서 다루기에는 너무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기 다른 치료 영역이다.
희귀질환은 사업이나 사익 측면만 고려하지 않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상업적인 영역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업무가 인간의 삶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현재 희귀질환 사업부에서 하는 모든 업무들은 우리 사회를 비롯해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은 것 같다.
- 한국화이자제약 희귀질환 사업부의 포트폴리오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희귀질환 사업부는 크게 ▲희귀심장질환 ▲희귀내분비대사질환 ▲희귀혈액질환 ▲희귀신경질환 등 크게 4가지의 영역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희귀심장질환에 포함된 치료제로는 정상형 또는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성 심근병증(ATTR-CM) 치료제 빈다맥스가 있다. 희귀내분비대사질환 영역에서는 성장호르몬 치료제 지노트로핀, 주 1회 성장호르몬 제제 엔젤라, 말단비대증 치료제 소마버트를 보유하고 있다. 희귀혈액질환에는 혈우병A 치료제 진타 솔로퓨즈, 혈우병B 치료제 베네픽스, 희귀신경질환에는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hATTR-PN) 치료제인 빈다켈이 있다.
“정부와 약가논의 동시에 글로벌에도 낮은 약가 필요성 소통”
- 빈다맥스는 어떤 약인가.
아밀로이드증은 면역글로블린(immunoglobulin)이나 트랜스티렌틴(TTR) 같은 단백질이 장기에 침윤해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특히 심장에 침윤이 생기면 1년 내 사망률이 약 40% 이른다.
빈다맥스는 정상형(wild type) 또는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Tranthyretin Amyloid Cardiomyopathy, ATTR-CM) 성인 환자 치료에 허가 받은 희귀질환 치료제다. 지난 2020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 국내 ATTR-CM 환자는 몇 명 정도 되나.
국내 ATTR-CM 환자수는 500~900명 사이로 추정된다. ATTR-CM은 진단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ATTR-CM 여부를 인지하지도 못한 채 사망에 이르는 환자들이 많다.
희귀질환은 공통적으로 진단을 위한 인프라 조성 정도에 따라 환자 수가 결정되므로, 국가마다 환자 수가 차이가 난다. 급여 이전에 국가 지원을 받아 환자를 미리 찾아낼 수 있는 레지스트리(registry) 인프라를 갖춘 국가들은 급여화와 동시에 많은 환자들이 유입될 수 있으나, 한국은 그런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 치료제의 급여는 진단을 활성화할 수 있는 하나의 요소다. 비급여로 고가의 치료제를 사용하게 되면 진단과 치료 과정에 어려움을 더하기 때문이다.
- 빈다맥스는 한국화이자제약이 보유하고 있는 희귀질환 치료제 중 유일하게 급여가 되지 않고 있다.
희귀질환 사업부에 합류한 지 3년 정도 지났다. 그 사이 주 1회 성장호르몬제제 엔젤라는 허가와 급여까지 된 반면, 빈다맥스는 아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준비하여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와 약가에 대해 논의하는 동시에 글로벌 화이자와 한국에서 더 낮은 약가 책정 필요성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한국의 약가를 참조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기는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쪽 모두를 상대로 설득을 이어가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경제성 입증이 쉽지 않다. 대체 약제와 비교해 경제성 평가를 진행하는데, 희귀질환은 비교 대상 자체를 설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희귀질환이라는 영역을 기존 약제처럼 경제성이라는 척도로만 볼 것인지, 경제성 평가 진행 시 고려하는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 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 한계점이 엄격한 상황에서 희귀질환 급여 심사에 얼마나 유연성을 적용할 것인지, 대체 약제가 많은 기존 약제들과 희귀질환 약제를 동일하게 고려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부와 함께 논의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 (빈다맥스의)해외 현황은 어떤가.
빈다맥스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유럽을 비롯한 일본, 미국에서 급여 적용되고 있으며, HTA 경제성평가를 시행하는 캐나다와 스코틀랜드에서도 급여되고 있다. 캐나다 보건부 당국도 빈다맥스의 급여화를 경제성 평가로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치료제 등 환자 삶의 질 고려한 혁신적 치료제 도입 박차
- 혈우병 치료제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 급여 확대가 이뤄졌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혈우병 A 치료제 진타 솔로퓨즈(성분명 모록토코그-알파)는 250IU 저용량부터 3000IU 고용량까지 5가지 다양한 투여용량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유전자재조합 혈액응고 8인자제제다. 베네픽스(성분명 노나코그알파)는 최초의 9인자 유전자 재조합 혈우병 치료제로, 지난 21년 주 1회 예방요법으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혈우병은 희귀질환 중에서도 대체 약제들이 비교적 많은 편으로, 환자에게 해결책을 제공해줄 수 없다는 점에서 겪는 어려움은 덜한 것 같다.
- 최근 혈우병 치료제의 경우 원샷 치료제가 개발되고 투약 편의성을 개선한 약제들이 출시되고 있다. 화이자제약도 준비하고 있는 약제들이 있는지.
현재 화이자는 진타 솔로퓨즈와 베네픽스 외에도 마스타시맙과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를 확보하고 있다.
혈우병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인 마스타시맙은 혈우병 A형과 B형 환자에 있어 조직인자 경로 억제인자(TFPI)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기전의 피하주사 치료제다. 최근 임상 3상에서 안전성 및 효과를 입증했고, 혈우병 B형에서 유일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도입까지는 2~3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전자 치료제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실제 도입을 위해선 유전자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즉,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국내 혈우병 치료센터에서 유전자 치료제 사용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개발 중인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로 근본 원인인 유전자를 치료한다면 혈우병 자체를 치료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혈우병 환자들은 혈우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만큼, 희귀질환 사업부에서도 환자 삶의 질을 고려해 혁신적인 치료제들을 도입하고, 급여 등재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엔젤라, 편의성 높이고 치료 부담 낮추며 치료 효과 극대화”
- 최근 엔젤라가 빠르게 급여등재에 성공했다. 엔젤라는 어떤 약인가
엔젤라는 DNA 재조합 기술을 통해 반감기가 길어진 재조합 인간 성장호르몬 제제로, 성장호르몬 결핍증, 즉 뇌하수체 성장호르몬 분비장애(growth hormone deficiency, GHD)로 성장부전을 겪고 있는 만 3세 이상 소아들에게 허가된 프리필드펜 타입의 주사제다. C-말단펩타이드(CTP) 기술을 통해 성장호르몬의 반감기를 연장, 주1회 투여가 가능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지 7개월만에 건강보험 급여까지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 빠르게 급여 등재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
소아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가 매일 주사를 챙겨 맞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사 일정을 놓치는 경우에는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주 1회 성장호르몬 제제인 엔젤라는 매일 투여하는 성장호르몬 제제 대비 투여 편의성을 높이고, 치료 부담을 낮춰 결과적으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점이 인정받았다고 본다.
엔젤라는 올해 9월부터 급여가 적용돼 실제 치료 효과나 성과를 바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의료진들도 엔젤라의 가치에 대해 인정하고 있으며, 성장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종합병원에서 빠르게 엔젤라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 언젤라 외에도 지노트로핀이라는 성장호르몬 제제도 보유하고 있다.
지노트로핀(성분명 소마트로핀)은 성장호르몬결핍증을 가진 성인의 성장호르몬 대체요법, 뇌하수체 성장호르몬 분비장애로 인한 성장부전, 터너증후군, 만성신부전, 프라더-윌리 증후군, 임신 주수에 비해 작게 태어난 저신장 소아의 성장부전에 적응증을 가진 약물이다.
1회 투여 엔젤라와 달리 지노트로핀은 매일 투여하는 제제로 특발성 저신장증(ISS, Idiopathic Short Stature)인 비급여 영역의 치료도 가능하다.
- 말단비대증 치료제인 소마버트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린다.
말단비대증은 주로 수술을 많이 하고, 수술 후 경과가 좋지 않을 때 1차 치료제를 사용한 뒤 2차 치료제인 소마버트를 사용한다. 말단비대증은 시장이 크지 않은 영역인데, 소마버트는 2차 치료제라 1차 치료제 대비 시장이 더 작다. 그러나 소마버트 도입 이전에는 한국에 말단 비대증에 대한 2차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한국 환자들을 위한 치료 옵션을 제공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소마버트를 국내 도입했고 약 3년 전 급여 등재됐다.
환자지원 프로그램도 소홀히 하지 않는 화이자
-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희귀질환 치료제는 직접 투여하는 주사치료의 영역이 비교적 크다. 따라서 정확한 용법·용량을 지키고, 올바른 치료제 사용을 통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제약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자가투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요즘은 디지털 기술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카카오톡에 엔젤라 투여 환자들을 위한 채널 '성장일주'를 개설, 환자들이 자가투여를 더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혈우병A 치료제 진타 솔로퓨즈와 혈우병B 치료제 베네픽스 처방 환자들을 위해 카카오톡 채널 ‘헤모타임’도 운영 중이다. 이같이 디지털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여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들에게 사용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자가 투여가 필요한 치료제 대부분은 어플리케이션을 갖추고 있다. 다만 카카오톡 채널의 경우,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만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톡 채널 운영은 희귀질환 사업부 내에서 담당하며, 사내 법규 및 가이드라인에 따라 채널 운영을 점검하는 부서도 존재한다.
- 내년도 한국화이자제약 희귀질환 사업부의 계획은 무엇인가.
처음 사업부에 왔을 때 희귀질환 사업부의 매출은 700억으로 다소 하향세에 있었다. 다행히 여러 사업 계획과 신제품 출시 등으로 올해 처음 매출 1,000억을 돌파했다. 현재 매출이 약 1,100억 정도 되는데, 내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파이프라인 준비를 하려고 한다.
마스타시맙의 경우 식약처에 곧 허가신청 제출할 예정이다. 엔젤라의 경우 가장 큰 성장동력이라 생각하고, 성공적으로 제품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빈다맥스의 급여화 도전도 계속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여러 희귀질환 치료제 영역에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유전자 치료제 파이프라인도 확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태어난 이후 점점 근육을 소실하는 듀센근이영양증(DMD)아라는 질환은 환자 수도 약 100여명에 불과하며, 현재 치료제도 없다. 이와 같은 희귀질환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 파이프라인 개발을 진행 중이며, 개발이 완료되면 국내에도 도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