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암환자 해외원정치료 등 떠미는 '루타테라 치료 횟수 규제' 푸나?

심평원, 해외 투약이력에 급여 기준 적용 등 포괄적 검토 중

2024-01-19     김경원 기자
보건당국이 암치료인 루타테라에 대한 투여 횟수를 총 6회로 제한하면서 신경내분비종양 환우들이 해외원정치료를 받아야 하는 현실로 내몰리고 있는데, 이와 관련 보건당국에서 포괄적 검토를 진행 중이어서 규제가 개선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보건당국이 희귀암 신경내분비종양의 핵의학 치료법인 '루타테라(성분명 루테튬 옥소도트레이오타이드)'에 대한 치료 횟수 규제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급여 4회, 비급여 2회 등 최대 6회로 제한된 국내 루타테라 치료 횟수 규제가 풀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루타테라는 신경내분비종양에만 발현되는 소마토스타틴 수용체를 표적한 핵의학 치료로, '소마토스타틴 유사 물질'과 방사성 동위원소 '루테슘'을 결합한 방사성의약품이다. 수술치료,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간동맥화학색전술 등의 치료 뒤 국내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최후의 신경내분비종양 치료법으로, 루테슘이 암세포의 소마토스타틴 수용체에 달라붙어 방사성물질로 집중 포격하므로 강력한 치료 효과를 낸다.   

현재 국내에서 루타테라에 대한 치료 제한 횟수를 모두 채운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은 국내에서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루타테라 치료를 '보건당국의 규제'로 인해 아픈 몸을 이끌고 말레이시아, 독일, 미국 등으로 가서 받고 있으며, 경제적 여력이 없어 해외원정치료를 감행할 수 없는 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 

지난 1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루타테라 치료 횟수 규제에 대해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의 이의신청이 이어진데 이어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 지난해 말 심판청구까지 접수되면서 심평원 내 분과위원회에서 복지부의 요구로 해당 안건을 검토하고 있다.

심판청구는 이의신청 다음 단계의 행정심판이다. 심평원의 심사결과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뒤 거부됐을 때 복지부 내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 심판청구를 통해 재결을 요청할 수 있다. 행정심판의 법정기한 90일 내 처리가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어서 빠르면 올해 3월 안에 결과가 나와 규제가 풀릴 수도 있다.

현재 심평원 산하 위원회는 국내 루타테라 치료 횟수 규제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지난해 문제가 됐던 해외에서의 루타테라 투약 이력을 급여 치료 횟수에 포함해 삭감한 결정에 대해서도 재검토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해외 루타테라 투약 이력 등을 연계한 급여 기준 적용 여부 등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면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루타테라의 치료 횟수 규제를 국내에서 풀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의료기관 등에서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에게 루타테라 치료 횟수를 지금보다 더 넓힐 수 있는 '의학적 근거' 등에 대한 자료를 제시하면 심평원 내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이를 검토해 그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국내 루타테라 치료 횟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성인 신경내분비종양 환자에 8주 간격으로 총 4회 투여한다는 허가 사항에 근거한 것으로, 이에 맞춰 4회로 급여 치료 횟수가 정해진 것"이라며 "루타테라 비급여 2회 치료는 이후 의료기관에서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2회 추가 치료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 암질심의 심의를 거쳐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루타테라 2회 비급여 확대 심의 관련 내용은 심의에 대한 부분이 비공개라는 원칙 때문에 밝힐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 루타테라 치료 횟수를 확대할 신뢰성 있는 자료를 제시하면 암질심에서 이전과 같이 논의를 통해 치료 횟수를 넓히는 부분에 대해 검토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