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찬바람 불어 손‧발 찌릿, 감각 둔해지면…‘말초신경염’ 의심
감각‧운동기능에 영향…원인 찾아 전문의 치료 받아야
# 50대 전업주부 박모 씨는 최근 다리가 찌릿하고 감각이 둔해지는 느낌이 자주 들었다. 박 씨는 찜찜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길 수 있는 혈액순환 장애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다 박 씨는 다리에 힘이 갑자기 빠지고, 움직임이 마음 같지 않아 근처 병원을 찾아 검사를 통해 ‘말초신경염’ 진단을 받았다.
우리 몸을 이루는 신경계는 뇌 및 척수 중추신경과 중추신경을 제외한 몸통과 팔‧다리로 이어지는 신경을 말초신경으로 크게 분류한다.
이 가운데 말초신경계는 중추신경계 외부에 가지 모양으로 분포한다. 말초신경은 다시 각 신체 부위에서 수집한 정보를 중추신경계에 전달하는 ‘감각신경’과 중추신경계에서 만들어낸 자극 반응을 근육 같은 반응기로 전달하는 ‘운동신경’과 ‘자율신경’으로 구분한다.
말초신경염은 감각과 운동 기능에 영향을 주는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긴 상태다. 우리 몸 면역세포는 외부에서 특정 자극을 받으면, 이를 처리하기 위해 항체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염증은 발생 원인에 따라 상처처럼 외부 손상에 의한 ‘손상성 말초신경염’을 비롯 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 말초신경염’, 염증 세포 오류로 자기 신경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성 말초신경염’ 등으로 나눈다. 영양부족과 납 중독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성인에서 가장 많은 말초신경염의 원인은 당뇨병 합병증으로 알려져 있다.
말초신경염은 손상 신경계와 위치에 따라 증상이 나타난다. 외부 또는 여러 신체 부위에 생긴 자극을 감지하고, 뇌로 전달하는 신호로 바꾸는 감각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해당 부위 감각이 떨어진다. 이때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저리거나 찌릿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고, 남의 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신체에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는 운동신경은 근육을 수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상이 생기면 해당 부위 근육의 힘이 떨어져 단추를 잠그거나 지퍼를 올리는 것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이에 비해 자율신경계 이상이 생기면 기립성 저혈압과 변비‧설사, 입 마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염증이 말초신경을 손상한 정도에 따라 증상이 하나 또는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또 중추신경계에 문제가 있어도 말초신경염과 비슷한 증상이 생길 수 있어 증상이 있으면 신속하게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말초신경염 진단은 자세한 증상을 확인하고, 신경이나 신경근 이행부 등 문제를 확인하기 위한 신경전도 또는 근전도 검사를 한다. 근전도 검사는 신경과 근육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장비로 분석하는 검사다. 주로 손‧발이 저리거나 근력이 떨어지고, 근육통‧안면마비 등 증상이 있으면 한다.
말초신경염에 따른 통증은 약물치료로 대부분 호전을 보인다. 하지만, 치료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염증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당뇨병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당뇨발 등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염증 예방을 위해 외부 손상과 바이러스 감염, 영양부족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동병원 신경과 문인수 과장은 “말초신경염 증상과 비슷한 질환이 많아 개인이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만큼 2주 이상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신경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원인을 찾아 적절한 치료 계획을 수립해 통증을 줄이고 기능을 향상시켜 일상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