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급여 확대, 우려가 현실로
작년 6월 급여 확대 신청 후 반년 넘게 암질심 계류 중 삼중음성유방암환우회 등 적응증별 개별 심사 요청도
작년 6월 한국MSD가 제출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13개 적응증 일괄 급여 확대 신청이 반년 넘도록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 단계에서 오도가도 못하자, 기다리다 못한 환자들이 개별 적응증 심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회사의 우선순위에 밀려 소외되는 적응증이 없도록 하겠다는 한국MSD의 의도와 다르게, 정부의 심사 기간이 무한정 늘어져 시급한 환자들에겐 자칫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키트루다의 급여기준 확대에 대한 '재논의' 판정을 담은 올해 첫 암질심 회의 결과를 공개했다.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등 키트루다의 6개 적응증에 대한 심사 결과인데, 암질심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나머지 7개 적응증에 대해서도 '재논의' 판정을 내린 바 있어 결과적으로 13개 적응증 모두 논의가 유보됐다.
다만 심평원은 이번 키트루다 심사에 대해 적응증별로 의학적 타당성, 진료상 필요성 등을 우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입증된 적응증의 전체 재정에 대해 제약사의 재정분담안을 제출 받아 영향을 분석하고, 급여기준 설정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취재에 따르면, 아직 한국MSD는 심평원으로부터 재정분담안을 요청받지 않았다. 즉, 현재까지는 암질심이 키트루다의 13개 적응증 모두를 타당하다고 인정할지, 그 중 일부만을 인정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
이처럼 키트루다의 급여 확대 심사가 무한정 늘어지자, 기다릴 여력이 없는 암환자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단체는 최근 한국MSD에 키트루다의 개별 적응증 급여 확대를 재신청할 것을 요청했다.
해당 환자단체는 삼중음성 유방암의 경우 환자의 연령대가 어리고, 악화 속도가 빠르며, 대체할 치료 옵션이 없다는 점에서 키트루다의 급여가 무척이나 시급하고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삼중음성 유방암 환우회 우리두리구슬하나 이두리 대표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키트루다의 수술 전후 보조요법이 효과적이라는 데이터가 쌓여가고 있다"며 "과거 비급여라서 추천을 망설이던 의사 선생님들도 이제는 적극 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현재 비급여로 키트루다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키트루다 선행요법으로 완전관해를 보인 일부 환자에서 수술후 보조요법을 건너뛰는 등 자구책을 쓰기도 한다"며 "그나마도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환자들은 선택의 여지도 없어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의 절실한 상황에 대해서도 호소했다. 이 대표는 "삼중음성 유방암은 환자들이 젊기 때문에 자식이 아직 어린 경우가 많다. 함께 있는 가족들은 집을 팔아서라도, 사채를 써서라도 치료를 받자고 설득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완치가 되는 것도 아닌데 가정에 무리를 주면서까지 치료 받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라며 "급여가 되면 당연히 치료를 받겠지만, 지금도 환자와 가족들은 키트루다 치료를 두고 하지 않아도 될 갈등을 해가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최근 한국MSD 측에 삼중음성 유방암 적응증만이라도 따로 급여 심사를 올려봐 달라고 강하게 요청했지만, 회사는 13개 적응증에 대해 일괄로 급여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발 정부가 환자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부담과 치료의 절실함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