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성모병원이 '적자' 소아응급실 운영하는 이유

[인터뷰] 은평성모병원 배시현 원장 “환자의 최종 치료 맡는 ‘완결형 병원’ 되겠다”

2024-02-06     김찬혁 기자

필수의료 붕괴로 한국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수도권 대학병원조차 생명을 다루는 의사를 구하기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필수 임상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필수의료 정상화는 요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내에서 야간 소아응급실을 운영하는 등 필수의료 정상화를 최우선 목표로 내건 병원이 있다.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이다. 이에 청년의사는 배시현 은평성모병원장(소화기내과 교수)을 직접 만나 필수의료 정상화를 위한 제언과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들었다.

은평성모병원 배시현 병원장

- 지난해 9월 은평성모병원장에 취임했다. 그동안 병원 운영 측면에서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었는지 궁금하다.

취임 직후부터 필수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사 지원이 급격히 떨어진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중증 질환을 담당하는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뇌신경외과 그리고 지원 임상과로 마취과 등에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관리하는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 오는 4월이면 은평성모병원이 개원 5주년을 맞는다. 그간의 궤적에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지.

은평성모병원은 ▲심장혈관병원 ▲뇌신경센터 ▲장기이식병원 ▲혈액병원 ▲암센터를 5대 중점 육성분야로 선정하고 인력과 시설 전반에 대한 지원을 해왔다. 특히 지난 2021년 문을 연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은 초고난도 이식으로 분류되는 소장이식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8월에는 국내 최초로 뇌사 기증자의 신장을 로봇으로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뇌신경센터의 경우 신속이송 프로세스 구축 후 혈전제거술 대상 환자가 증상 발생 후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84분까지 단축(2023년 전국 평균 258분)하는 성과를 올렸다.

혈액병원의 경우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과 함께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가톨릭혈액병원 네트워크의 한 축을 맡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다발골수종센터를 설립했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첨단 무균병실 14병상을 운영 중이다.

- 은평성모병원이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2024년에는 중점 육성분야를 기존 5개에서 3개(이식, 심뇌혈관, 암)로 재정립하고자 한다. 기존 5개 중점 육성 분야 중에서 혈액병원과 장기이식 분야를 하나로 통합해 생명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서는 한편 수도권 서북부 지역을 대표하는 이식병원을 목표로 모든 이식이 가능한 병원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자 한다.

또 심뇌혈관분야 TFT를 구성해 심장혈관병원, 뇌신경센터와 응급의료센터를 하나로 묶어 2025년에는 심뇌혈관병원으로 통합 운영하면서 협력 시너지를 제고하고자 한다. 암센터 성장을 위한 노력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병원이 아닌, 최종적으로 환자의 치료를 책임지는 ‘완결형 의료기관’이 되고자 한다.

- 서울-경기 서북 지역을 아우르는 병원으로서 지역 중증 질환 환자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앞서 말했듯 은평성모병원은 심뇌혈관질환 신속이송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증상 발생 후 응급의료센터에 도착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의료진과 구급대는 사전에 공유한 환자 정보를 바탕으로 병원 도착 후 검사 및 치료까지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 은평구 관내에서 심뇌혈관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위해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은평소방서를 비롯한 지역 유관기관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앞으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 노선이 개통되면 경기 서북부 지역까지 접근성이 개선될 걸로 본다.

- 은평구청 등 지역사회와도 활발히 소통하고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은평성모병원은 교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발족한 ‘은평성모자선회’를 기반으로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식자재 및 생활 보조비 지원, 청년 자립 지원, 입원 및 외래 의료비 지원, 지역사회 기관 후원 사업을 전개하며 2019년부터 현재까지 약 4억1,000만원의 기금을 사회에 환원했다. 또, 자선진료 및 무료 이동진료를 통해 현재까지 4,954명의 환자들에게 42억여 원의 치료비를 지원했다.

아울러,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식을 망설이고 있는 소외계층 환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수술비를 지원하는 한편, 뇌사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위령미사와 장기기증 희망등록 캠페인 등을 정기적으로 시행하며 기증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 임상 외에도 연구 분야에서 은평성모병원이 목표하는 바가 있는지.

은평성모병원은 지난해 4월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 지정으로 선정됐다. 이를 위해 과감히 연구부 인력을 늘리고 연구 공간도 증설했다. 그 결과 연구실적인 임상연구비, 연구논문, 특허/출원 등이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기관 가운데 서울성모병원 다음으로 높다. 향후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되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국내 최고의 의학교육-연구기관인 가톨릭대 의과대학과 가톨릭중앙의료원과의 연계시스템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연구중심병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말머리에 필수의료 얘기가 나왔다. 최근 필수의료 붕괴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떤 해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시간이 갈수록 필수의료체계가 개선보다는 악화되는 현실이 안타깝고, 특히 소아응급실을 적자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은평성모병원은 현재 신생아실과 더불어 야간 소아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소아응급실을 야간에 운영하는 곳이 많지 않다. 서울시가 소아안심병원 사업을 통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채용을 일부 지원해주지만 앞으로가 관건이다. 그럼에도 필수의료 정상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국가가 의대 정원을 늘리기보다는 붕괴된 필수의료 임상과에 대한 진료 수가를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적용해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하는 필수 임상과라는 사명감과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 마지막으로 은평성모병원 구성원, 그리고 은평성모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해 취임사를 통해 밝힌 ‘함께 소중한 환자중심 병원’의 뜻은 훌륭한 역량을 가진 교직원들이 배려와 소통을 통해 환자와 교감하면서 더욱 신뢰받는 병원을 만들자는 뜻이었다. 반드시 필수의료체계를 복구해 은평성모병원을 찾는 모든 분들이 존중과 배려를 받는 마음이 들도록 함으로서 ‘함께 소중한 환자중심 병원“을 이루도록 하겠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