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뇌전증의 날'…늘어나는 뇌전증,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어"
강릉아산병원 임수환 교수, 뇌전증 환자 가장 큰 고통 '편견·오해' 극단적 수면 부족이나 알코올 장기간 노출로도 뇌전증 발생 가능
매년 2월 두 번째 월요일은 ‘세계 뇌전증의 날'이다. 이 날은 세계뇌전증협회(IBE)와 세계뇌전증퇴치연맹(ILAE)에서 뇌전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2015년 제정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뇌전증 환자들은 여전히 사회적인 편견과 오해로 인해, 병에 따른 고통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주위에 뇌전증(epilepsy)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2022년 뇌전증 환자 수는 15만747명으로 2020년부터 매년 평균 2,093명씩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국내 뇌전증 환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대한뇌전증학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36만명 이상의 뇌전증 환자가 있어 인구 150~250명당 한 명 정도의 비율로 추정하고 있다. 뇌전증 환자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우리가 희귀한 질환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사회적 편견이 긍정적이지 않아 환자가 스스로 병을 숨기기 때문이다.
강릉아산병원 신경과 임수환 교수는 “뇌전증으로 진단을 받으면 일상적인 대인관계, 취업, 결혼 등 사회적으로 여러 제한이 있어 병을 숨기는 환자가 있다 보니 보고되는 수치보다 적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뇌전증(腦電症)은 뇌질환으로 전기를 의미하는 전기 전(電)이 들어가는데, 이는 뇌실질 조직에서 특정 부분의 전기적 과활성화로 의식소실 및 경련을 동반한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반복될 것으로 예측되는 것을 뜻한다.
뇌의 신경세포는 전기적인 활동을 통해 기능을 발휘한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신경세포가 병들거나 불필요한 자극이 가해지면 전기활동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비정상적 전기활동이 가해지면 경련이 생기거나 정신을 잃는 발작이 발생하게 된다.
뇌전증 주요 유발 원인 연령 따라 달라…정상 성인의 1/8도 겪어
이같은 뇌전증 유발 원인은 연령에 따라 다른 경향을 보인다. 신생아는 선천성 뇌질환, 임신·출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뇌손상 등이 원인이며, 어린이나 청소년은 뇌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소아에게는 가족력이 있을 때도 많이 발생한다. 뇌전증은 일부 유전적인 측면이 있는데, 소아 뇌전증에서 유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체 뇌전증 환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
청장년층의 경우 사고, 과도한 음주 등 외부 요인에 의한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노년층은 뇌혈관질환·치매 같은 뇌질환 후유증으로 인해 많이 발생한다. 어릴수록 선천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고 나이가 많을수록 후천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외에 임수환 교수는 “중추신경계 감염질환의 일종인 세균 뇌수막염 혹은 바이러스뇌염에 의한 뇌병변이 있을 경우, 뇌감염의 후유장애로서 뇌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전증은 또한 누구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다. 단적으로 정상인도 극단적인 수면 부족이나 알코올에 장기간 노출이 된 상황이라면 일회성으로 발작이 유발되기도 한다.
임 교수는 “실제 정상 성인의 1/8이 일생 동안 이런 식으로 발작을 한다”며 “누구나 발생할 수 있는 흔한 질환이기 때문에, 오해와 편견 없이 일반적인 시선으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뇌전증, 불치병 아니야…항뇌전증약제, 완전 중단할 수도
뇌전증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뇌전증 발생 시 동반하는 발작 증상의 영향이 크다. 증상 중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목격한 ‘전신강직간대발작’은 전신이 뻣뻣해지고 팔다리가 떨리며 입에서 침과 거품이 나온다.
이런 모습은 과거부터 ‘악마에 씐 모습’, ‘지랄병’ 등 인식이 부정적이었고 질병에 대한 정보가 없다 보니 사회적 편견과 오해가 꾸준히 쌓인 것이다. 하지만, 뇌전증은 조현병이나 반사회인격장애와 같은 정신병은 아니다.
또한 더는 불치병도 아니다. 뇌전증은 발생 원인과 나이에 따라서 항뇌전증 약제를 완전히 중단할 수도 있고,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관리하는 것처럼 꾸준히 약제를 복용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뇌경색·뇌출혈·외상성 뇌손상 등 뇌병변이 동반돼 발생하는 뇌전증은 약제를 중단하기 힘든 경향이 있지만, 뚜렷한 뇌병변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는 2년 이상의 추가적인 발작이 없을 시 항뇌전증 약제를 감량 혹은 중단을 시도하기도 한다.
임 교수는 “세부적으로 개인에 따른 뇌전증의 병인이나 기저질환의 상황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면서도 “뇌전증은 불치병이 아닌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HOW TO 뇌전증 환자가 발작할 때
뇌전증 환자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뇌전증 환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발작 때 발생하는 경련으로 신체 부위를 부딪혀 크게 다칠 수 있어 방석이나 쿠션 등을 받쳐 부상을 방지해야 한다.
또 침과 같은 분비물, 넥타이 등으로 인해 질식할 수 있는 까닭에 환자를 옆으로 돌려 눕혀 입안의 분비물이 자연적으로 배출될 수 있게 도와주고, 넥타이나 꽉 끼는 옷들은 느슨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이후에는 발작이 자연적으로 멈출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다. 경련이 생겨서 떨리거나 뒤틀린 손과 발을 바늘로 따는 등 민간요법은 효과가 거의 없고 과하게 마사지할 경우 오히려 환자가 다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