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로그 명의] 전체 림프종의 30% 'DLBCL'…1차치료 세분화전략 써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에게 듣는 'DLBCL' 1차치료 완치율 60%…1차치료 재발·불응 시 완치율 확 낮아 2차치료로 가는 DLBCL 환자 줄이기 위한 치료 전략 중요해 젬시타빈·옥살리플라틴, 폐암에는 급여…DLBCL도 급여 필요 CAR-T, '꿈의 치료제'란 말 허명?…"급여기준 맞춰 쓰면 효과" CAR-T치료 부작용 치료제 '아나킨라', 국내 안정적 공급돼야 치료 뒤 정기진료와 함께 건강검진을…"빨리 일상 복귀하길"

2024-02-27     김경원 기자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iffuse Large B Cell Lymphoma, DLBCL)은 70여종에 달하는 전체 림프종 가운데 약 30%를 차지할만큼 국내 가장 흔한 림프암으로 꼽힌다. 매년 약 2,000명의 신규 환자가 나오는 DLBCL의 완치율은 60~70%로 결코 낮지 않지만 치료전략을 세분화하면 지금보다 더 높은 완치율을 거둘 수 있으리라 전망되는 혈액암이다.

DLBCL은 현재 1차치료만으로 완치률이 약 60%에 이른다. 하지만 1차치료에 재발·불응 시 완치율이 크게 떨어져 이후에 구제할 수 있는 환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DLBCL 완치율이 60~70%에 불과한 이유다. 이런 까닭에 2차치료로 넘어가는 DLBCL 환자를 줄이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는 다양한 신약을 적용해 환자 맞춤치료를 하는 추세다.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 이중특이항체(Bispecific Antibody), 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치료제(Chimeric Antigen Receptor-T cell, CAR-T) 등 효과적 무기들이 나와 보다 치료 성적을 높일 수 있는 상황에서 국내 DLBCL 치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혈액암 명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를 만나 들어봤다. 

김석진 교수.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 DLBCL은 어떤 암인가?

림프종은 혈액암으로 분류되지만, 혈액시스템 안에 림프시스템에만 문제가 생겨서 혈액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림프절이나 편도선 같은 림프조직만 병적으로 커져있는 경우들이 많다. 림프종은 호지킨림프종과 비호지킨림프종(호지킨림프종 특징이 없는 악성림프종)으로 나뉘고, 근본이 되는 세포가 B세포냐 T세포냐 NK세포냐로 또 나뉘며 그 밑에 세부 아형이 존재해 약 70종이 있는데, DLBCL은 B세포 기원의 비호지킨림프종으로 전체 림프종의 약 30%를 차지하는, 가장 빈도 높은 림프종이다. 

DLBCL의 주요 발병 연령은 50대로 인구 고령화로 발생 빈도는 조금씩 계속 늘고 있다. 예전엔 연간 1,500명 정도의 신환이 생겼다면 요즘은 연간 신환이 2,000명 정도인 것으로 안다. 또 림프종 중에는 굉장히 진행이 느린 암도 있고 굉장히 빠르고 공격적인 암도 있는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는데, 일부 지연성 림프종은 진단 뒤 치료원칙이 지켜보는 것(Watch & Wait)이지만 DLBCL은 상당히 공격적인 림프종으로 진단 뒤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것이 DLBCL 진단 즉시 치료를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병원에서 치료하기 전까지 여러가지 준비를 하는데, 한 달 이상 걸릴 수도 있는데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DLBCL의 위치가 기도를 누를 수 있는 목에 크게 있거나 콩팥을 눌러서 신부전을 일으킬 위험이 있거나 뇌에 생겨 뇌압을 증가시키고 의식을 떨어뜨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 DLBCL의 원인은 무엇인가?

아직 DLBCL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환자가 늘고 있어 우리 몸의 면역과 염증 반응에 간여하는 림프세포가 분열과 사멸을 거듭하는 과정에 에러가 나 암세포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추정한다.

또 요즘 의료현장에서 보면 T세포나 NK세포 기원의 림프종은 좀 줄고 있고 B세포 기원의 림프종은 더 늘어나는 추세인데, 특히 DLBCL 다음으로 많은 소포성림프종이 크게 늘었다. 이같은 B세포 림프종 증가는 우리나라가 서구화된 게 관련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 DLBCL은 조기 진단이 잘 되는 상황인가? 또 어떻게 해야 하루라도 빨리 진단될 수 있다고 보나?

DLBCL은 병의 특성 상 조기 진단이 잘 되기 어렵다. 림프종은 정말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온다. 그래서 조그마한 밤만한 크기의 림프종이 기도를 누를 때에야 병원에 오는 DLBCL 환자도 있고, DLBCL이 많이 침범하는 장기인 비장이 커지거나 간이 커져서 오기도 한다. 또 위에 생긴 DLBCL은 소화가 너무 안 되거나 조금만 먹어도 더부룩해서 병원을 찾기도 하는데, 이런 증상은 너무 흔해 림프종이라고 생각하기 사실 어렵다.   

감기 때도 나타날 수 있는 38도 이상의 발열이나 야간 발한과, 체중 감소 같은 림프종의 B증상이라 부르는 '흔한 증상'도 DLBCL 환자의 절반 이상에게 없다. 결국에는 목이나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 림프절이 커져야 진단되는데, 그때는 3~4기로 퍼져있는 경우가 많다. 또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같이 만져지는 부위만이 아니라 복부나 가슴, 뇌 같이 만져지지 않은 부위에도 DLBCL이 생길 수 있다.  

DLBCL이 만져지는 부위에 있다고 해도 조그마할 때는 검사해도 잘 안 나온다. 근본이 되는 세포가 림프구인데, 림프구는 면역이나 염증 반응에 참여하는 세포여서 처음에는 간단한 염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또 림프절이 커져서 만져지면 림프암일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림프절이 붓고 아파서 림프종을 의심하며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거의 대부분 림프염이다. 림프염과 달리 림프종은 통증이 없다. 

목이나 겨드랑이, 사타구니에 뭔가 만져지는데, 통증 없이 계속 커지는 상황이면 병원에 와서 체크를 해보는 것이 좋다. 림프절이 1~1.5cm 이상 커지면 비정상적으로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중 진짜 림프종인 경우는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대부분은 림프염이다. 또 림프절은 염증 이외에 자가면역질환일 때도 많이 커지는데, 루푸스나 류마티스질환 탓에 커질 수도 있지만 자가면역질환 환자는 림프종 위험도 높기 때문에 간과하지 말고 검사해봐야 한다. 

또 장기이식을 받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도 림프종 위험이 있고,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도 림프종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림프절이 커져있을 때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또 건강한 사람도 38도 이상의 발열이나 자고 일어나면 옷이 흠뻑 젖을 정도의 야간발한 같은 B증상이 3~4주 계속된다면 병원 진료를 보는 것이 맞다. 비단 림프종이 아니더라도 결핵 등 몸에 지금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니 체크해보길 권한다. 

- DLBCL 진단은 어떻게 하나? 

림프절을 떼내 조직검사를 해서 DLBCL에 맞는 조직학적 특징(동글동글한 조직들이 거의 파괴돼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미만성'에 악성세포의 크기가 2배 정도 커져 있음)을 확인해 진단한다. 요즘은 영상검사가 굉장히 많이 발달해서 MRI, CT 등의 영상검사 소견을 통해 림프종이 가장 의심된다고 말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진단을 위해 조직검사가 꼭 필요하다. 또 병기를 정하기 위해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 등을 한다. 골수(뼈 안의 조직으로 혈액을 만드는 부위) 침범을 확인하기 위해 골수검사도 하는 게 원칙인데, 요즘은 PET-CT가 꽤 예민해서 이런 것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1~2기 환자 중 PET-CT에서 뼈에 음영 증가가 뚜렷하지 않고 굳이 골수검사를 통해 골수 침범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치료 방향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 않을 때는 개인적으로 골수검사를 잘 하지 않는다. 너무 고령일 때도 임상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골수검사를 하지 않을만큼 영상기술이 굉장히 많이 발달했는데, 이것은 의료기관마다 조금 다를 수 있다. 언젠가 골수검사는 모두 영상검사로 대체될 것이다. 또 이미 호지킨림프종은 골수검사를 안 하고 있다.

- DLBCL 진당 당시 국내 환자의 병기 별 비율은 어떻게 되나? 

DLBCL은 크게 1기와 2기(횡격막을 따라 한쪽에만 암이 있을 때)와, 3기와 4기(횡격막 양쪽을 침범했거나 림프절 외 기관을 2곳 침범했을 때)를 하나로 묶는데 1~2기와 3~4기 비율이 50대 50 정도 된다. 

- DLBCL은 1차치료가 R-CHOP(리툭시맙+시클로포스파미드+독소루비신+빈크리스틴+프레드니손)을 3주마다 한 번씩 4~6회 투여하는 치료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표준치료로 안다. 진단 시 병기 등에 따라 치료 접근이 조금 다른 것으로 아는데, 실제 어떻게 치료하고 실제 치료 효과는 얼마나 되나?

1~2기 환자는 R-CHOP을 4주기로 끝낼 수도 있고 6주기까지 할 수 있다. 4기 환자는 6주기까지 대부분 다 치료할텐데, 이처럼 치료했을 때 DLBCL 환자의 85% 이상에게 치료 반응이 온다. 치료 반응률은 사실 의료기관마다 다 다를 수 있지만, 85~90%의 환자에게 1차치료에 반응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10~15%의 환자는 처음부터 치료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또 처음엔 치료 반응이 있는 환자 중 25~30%가 재발한다. 

이는 1차치료를 통해 완치되는 DLBCL 환자가 전체의 60%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나머지 40%의 환자는 1차치료에 실패하는 것인데, 확실히 1~2기 환자들보다 3~4기 환자들에 실패 환자가 많이 몰려있다. 1차치료 실패 뒤 2차치료, 3차치료 등의 치료들로 구제되는 환자도 약 5~10%로, DLBCL 환자의 35~40%는 결국 치료가 되지 않아 사망한다고 보면 된다. 

- DLBCL은 혈액암 중 1차치료 성적이 나쁘지 않지만, 1차치료에 불응하거나 재발하면 치료 성적이 확 떨어진다. 왜 이런 특성을 보이는지 알려져 있나? 

처음부터 치료에 내성을 갖기 쉬운 공격적인 클론(clone, 동일하거나 거의 동일한 DNA를 가진 개체)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클론들이 항암치료에도 안 죽고 살아남아서 치료에 내성을 보이는 것으로 현재는 추정하는데, 실제 1차치료부터 치료 반응이 없거나 1차치료 뒤 몇 개월도 되지 않아 재발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굉장히 공격적인 양상을 보인다. 이런 경우에는 거의 치료에 실패해 사망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 신약이 꾸준히 나오면서 DLBCL 치료 성적이 올라갈 여지가 큰 것으로 안다.

그렇다. 과거 DLBCL 치료 접근은 다제복합치료를 해서 금방 치료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지 못하게 하려는 결핵치료 전략과 마찬가지였다. 표적항암제 리툭시맙 도입 전  DLBCL은 A, B, C 세포독성항암제를 써보고 이것이 효과가 없으면 또 다른 체계의 세포독성항암제 D, E, F를 용량을 더 높여 쓰는 방식이었는데,  A, B, C에 내성을 보인 암세포가 D, E, F라고 내성을 안 보일리 없다. 그래서 치료 성적이 나빴는데, 다른 트랙으로 공격하는 치료제가 나오면서 치료 성적이 올라갔다. 

요즘엔 소분자물질이나 이중특이항체, 카티 등을 적용하는데, 이러면 마치 육군이 싹 제압한 뒤 살아남았던 암세포가 공군이나 잠수함을 가진 해군 같은 역할을 하는 '다른 작용기전'의 항암치료로 제압될 수 있는 덕에 치료 성적이 올라가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 과거 세포독성항암제는 첫 치료 실패 뒤 용량을 더 높여 치료했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도 더 컸는데, 요즘 나오는 신약들은 이에 비해 부작용도 덜 한 까닭에 구제되는 고령 DLBCL 환자가 좀 늘었다.  

국제예후지수(International Prognostic Index, IPI)

 나이, 병기, 검사 수치, 침범 부위, 활동 여부를 따져 각각 1점을 부여하는 5점 척도 지표.

60세를 넘으면 1점

DLBCL 병기가 3~4기이면 1점

혈청 LDH 수치가 높으면 1점

림프절 외 2곳 이상 침범돼 있으면 1점

ECOG 활동도 2 이상(보행 가능하나 노동 불가·낮에 절반 이상 침대생활)이면 1점

IPI로 본 DLBCL 환자의 5년 생존율 0~1점 73%, 2점 51%, 3점 43%, 4~5점 26%  

- DLBCL은 최근 국제예후지수가 3~5점인 고위험 환자에서 ADC 신약 '폴라투주맙 베도틴'에 R-CHP(리툭시맙+시클로포스파미드+독소루비신+프레드니손)을 더한 치료가 새로운 1차치료 옵션으로 등장했다. 새로운 치료 옵션을 통해 1차치료의 완치율이 어느 정도까지 개선될 것으로 생각하나? 또 DLBCL 전체 환자 중 IPI 3~5점에 해당하는 국내 환자의 비율은 어느 정도 되는지도 궁금하다. 

국내 DLBCL 환자의 약 30%가 IPI 3~5점일 것으로 여겨지는데, 글로벌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면 새로운 1차치료 옵션 도입을 통해 100명의 환자 중 약 10명은 1차치료에서 더 구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 치료 옵션은 국내에서 허가만 됐지 아직 급여가 되지 않고 있어 실제 환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 'One size dosen't fit all'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DLBCL에 대한 치료 접근은 좀 다양하게 돼야 하고, 급여 정책도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2차치료로 가는 DLBCL 환자 비율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급여 정책으로 초장에 잘 치료를 끝내는 것이 환자에게 이득일 뿐만 아니라 전체 의료 비용도 줄일 수 있다. 

- 2차치료 성적을 올리기 위해 대개 1차치료 뒤 2년간 촘촘한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맞는 말인가?​​​​

재발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촘촘히 CT를 찍고 진료를 보는 것이 결과적으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들이 굉장히 많다. 계속 병원에 와서 검사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불필요한 두려움과 근심에 쌓여있는 것은 오히려 환자에게 마이너스다. 실제 한 달 전에 2차치료를 했으면 살았을 텐데, 한 달 후에 와서 늦었다는 것은 이 병에 없으니 1차치료가 끝나고 3~6개월 뒤에 한 번, 괜찮으면 6개월 뒤에 한 번, 또 괜찮으면 그 다음부터는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 3년이 지나면 1년에 한 번 정도로 진료받기를 권한다.

또 DLBCL 환자는 꼭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DLBCL 치료를 받은 환자는 위암, 유방암, 갑상선암 등 다른 건강문제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흔히 환자들이 병원에서 DLBCL 진료와 검사를 하면 다른 건강이상까지 모든 것이 체크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DLBCL 환자의 차트에 꼭 쓰는 것이 '건강검진을 권한다'는 것이다. 건강검진을 잊지 않고 받기를 바란다.   

- 1차치료 뒤 재발했을 때  재발·불응성 DLBCL 환자에게 구제항암치료를 먼저 시도하는데, 그렇다면 1차치료 직후 유지요법을 하면 재발을 줄일 수 있지 않나?

1차치료 뒤 유지요법이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해봤지만, 도움이 된다는 임상연구 결과는 없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DLBCL 환자에게 유지요법을 권하지 않는다. 재발·불응성 환자에게 1차치료에 내성을 갖는 클론이 있을 것이라 추측하지만, 현재는 DLBCL 환자에게 그런 클론이 있는지 알 방법도 없다.

- 재발·불응성 DLBCL은 치료 옵션이 많은데, 이 가운데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치료인 것으로 안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구제항암치료를 먼저 시도해 반응이 있는 환자에게만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재발·불응성 DLBCL 환자의 암세포는 일반적인 항암제 용량으로는 죽지 않는다. 때문에 3~4배 이상의 고용량을 투여하면 죽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이렇게 고용량으로 항암제를 주면 환자도 회복을 못 하기 때문에 자기의 조혈모세포를 빼놨다가 넣어주는 치료를 같이 하는 것이고, 치료 원리가 이같기 때문에 재발했을 때 구제항암치료에 반응을 해야지 쓸 수 있다. 하지만 이 치료에도 절반 이상이 재발을 한다.   

-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불가한 환자에게 시도되는 2차치료 옵션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1차 치료에 실패한 DLBCL 환자에게 쓸 수 있는 급여 약제가 전통적인 세포독성항암제밖에 없고, 현재는 미국에서 고령 환자에게 권고되는 항암요법인 젬시타빈이나 옥살리플라틴 병합치료도 보험이 안 되는 것으로 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재 어떻게 치료가 이뤄지나?

2차치료 중 현재 보험이 되는 약제가 전공의 때부터 쓰는 세포독성항암제 밖에 없고, 이런 치료요법이 독성이 강하고 꼭 입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입원이 너무 어려운 삼성서울병원에서는 한 주기에 본인부담비가 100만원 정도가 더 들어가는 젬스타빈이나 옥살리플라틴 기반의 병합치료를 비고령자에게도 많이 하고 있다.

현재는 이 치료요법들이 사전신청요법이라는 명목 하에 100% 본인부담으로 사용하게 돼 있는데, 보통 한 주기가 3~4회여서 환자가 300만~400만원의 부담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젬스타빈이나 옥살리플라틴은 이미 폐암 등에서 급여 치료제로 쓰고 있는데, DLBCL 환자는 비급여다. 이런 치료를 하는 DLBCL 환자는 적은데, 급여가 여전히 안 되고 있어 대한혈액학회에서도 끊임없이 급여를 요청하는 상황이다. 

- 2차치료 이후의 DLBCL 환자 치료는 어떻게 결정하나?

3차치료 중 보험 급여 기준이 맞는 환자에게는 카티치료를 권하고 있고, 그 외의 환자에게는 3차치료에 급여가 되는 레날리도마이드나 다른 구제항암요법 치료를 하고 있다. 또 3차치료 임상연구가 있으면 참여를 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B형간염 보균자는 모든 임상연구에서 다 배제된다. 때문에 B형간염 보균자는 표준치료를 할 수 밖에 없다. 

- DLBCL에서 꿈의 치료제라 불리는 카티치료제 '킴리아'는 이식 후 재발 또는 2차 재발이나 이후의 재발에 2022년 4월부터 급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급여 뒤 치료 성적에 대해 논란도 많았다. 실제 환자를 치료했을 때의 경험은 어떤가?

국내도 킴리아를 썼을 때의 효과는 글로벌 임상연구 결과와 유사하게 나오고 있다. 치료 성적에 대한 이슈가 있었던 이유는 킴리아 급여 시점에 '꿈의 항암제'라고 홍보가 되면서 5회 이상 재발한 환자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적절한 카티치료 대상이 아니지만 희망을 갖고 치료를 받겠다고 온 환자들에게 하지 말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치료 성적이 나쁘게 나왔던 것이고, 그것이 카티치료가 '허당'이라고 폄하된 이유다.

카티치료를 현재 급여 기준에 맞게 3차치료로 쓰면 지금보다 치료 성적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 또 국내 아직 도입되지 않은 예스카타나 브레얀지 등도 있고, 국산 카티 안발셀도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연구 중인데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어서 국내 DLBCL 환자의 치료 접근성 측면에서 앞으로 훨씬 더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 카티치료는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ytokine release syndrome, CRS), 면역세포연관 신경독성증후군(immune effector cell-associated neurotoxicity syndrome, ICANS) 등과 같은 부작용으로 사망 위험이 높은 치료다. 때문에 입원치료 기간도 길고 관리도 까다로운 것으로 아는데, 현재도 유사한가? 또 카티치료 부작용관리에 있어서 문제는 없나?

그간 카티치료 뒤 관리 노하우가 많이 쌓이면서 초기와 조금 다른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초창기에는 치료 시 중환자실 베드 하나를 비워두고 환자의 머리 맡에 응급키트를 놓아두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또 입원 기간도 빠르면 1주일 뒤로 앞당겨졌다. 물론 카티치료 뒤 불안정한 환자는 2~3주까지 입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입원기간도 줄었다. 또 삼성서울병원은 핫라인을 만들어서 문제가 생겼을 때 연고지 병원에서 전문 코디네이터에게 연락을 하게끔 시스템을 만들어뒀다.   

현재 카티치료 뒤 CRS나 ICANS 등의 부작용이 있을 때 도움이 되는 약이 '아나킨라'인데, 아나킨라는 국내 정식 허가가 돼있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을 쓰기 어렵다. 카티치료 뒤 CRS가 왔을 때 토실리주맙에 잘 컨트롤이 안 되면 아나킨라를 쓰는 게 좋은데, 현재는 스테로이드밖에 없다. 또 현재까지 나온 데이터에서 ICANS에는 아나킨라가 도움이 많이 되는 것으로 나오는데, 혈액학회 차원에서 써보려고 별의별 방법을 다 써서 노력해봐도 현재 안 되는 상태다. 이 부분에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 

- 앞으로 DLBCL의 치료환경은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하나?

우선 1차치료가 세분화돼 2차치료로 넘어가는 환자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발 위험도가 높은 환자군을 점점 더 세분화해 치료접근을 할수록 더 좋고, 그에 맞춰 급여도 이뤄져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점점 그런 식으로 변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재발한 환자에게는 조금 빠르게 효과적인 신약들이 쓸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고, 카티치료제도 조금 다양하게 쓸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젬스타빈 등 아직 고식적 항암제에도 보험이 안 되는 것이 꽤 있는데, 이런 것도 급여가 됐으면 좋겠다. 

- DLBCL 환자에게 권하는 건강관리 방법이 있다면?

림프종이라고 해서 혈액이나 면역이 안 좋다고 여기고 각종 공인되지 않은 주사치료를 하거나 보조식품을 섭취하는데, 그런 것은 정말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 식이섬유가 들어간 균형잡힌 건강한 식생활을 권하고, 비타민D는 몸에 부족하지 않게 했으면 한다. 

- 마지막으로 DLBCL 환자에게 평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일단 치료가 끝나면 DLBCL 환자라는 것을 잊고 지냈으면 좋겠다. 암에 대한 공포가 정말 환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을 낸 적도 있는데, 재발하면 다시 치료하면 그만이라고 쿨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또 몸이 회복되면 일도 빨리 다시 시작하는 등 일상으로  빨리 복귀해서 건강하게 생활하고, 정기 진료와 건강검진은 잘 챙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