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교영의 위암 올댓가이드] 위암 진단부터 수술까지의 적정 시간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요즘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가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사들 간에 벌어진 갈등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암 환자들이다. 암으로 진단되면 조급해지고, 조금이라도 빨리 치료를 받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을 낼 수 밖에 없다.
실질적인 피해는 수술 시기나 항암치료의 지연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암의 진행 또는 재발의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그렇다면 진단부터 수술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까지 안전할까? 그냥 마냥 기다려도 되는 것일까?
위암 진단부터 수술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적절한지를 말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요인을 참고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단 당시의 병의 진행 정도이지만, 환자의 나이, 전신상태, 기저질환 여부 등도 고려 대상이다. 여기에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이 의료진이나 병원의 준비정도다. 수술이 많아 대기가 길어지거나 병원의 상황이 좋지 않아 지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상황들을 다 고려할 수는 없지만 진단부터 수술까지의 적정한 시간에 대해서 몇몇 연구가 있고, 암 적정성 평가로 대변되는 권고사항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시하는 위암 적정성 평가는 위암을 치료하고 있는 특정 병원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를 선정해 주기적으로 그 성적을 매긴다.
위암과 대장암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평가 지표 중 하나가 “암 확진 후 30일 내 수술받은 환자의 비율”이다. 진단 이후 한 달 이내에 수술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단으로부터 한달이 지난 후에 수술을 받게 된다면 문제가 될까?
수술의 연기로 인한 영향은 조기위암보다는 진행위암에서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조기위암이 진행위암으로 발전하는데는 2~3년이 걸린다고 본다. 따라서 진단 이후 2~3개월이 지난다고 해서 암이 크게 진행할 것이라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복강경수술, 로봇수술, 내시경절제술 등 여러 치료들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므로 정밀검사를 실시해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선택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반지세포암 같은 나쁜 분화도의 암이나 젊은 환자의 위암은 빠른 진행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으나 조기위암이라면 지나치게 서둘 필요는 없다. 분화도가 나쁜 암이 진행이 빠르다고 하는 것은 대부분 진단 당시 병기가 높기 때문이다.
즉,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빠른 진행을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따라서 조기발견이 되었다면 분화도가 좋은 암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진행성위암의 경우 되도록 수술까지의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수술적치료가 필요하며 수술 이후에는 보조항암요법을 되도록 이른 시기에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암의 진행과 그로 인한 합병증, 즉 출혈이나 폐색, 천공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원격전이 여부를 포함한 정밀한 병기설정 과정이 필수적이므로 놓치는 검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 암이 많이 진행돼 출혈 폐색 등이 진행돼 있다면 즉각적인 수술 보다는 수술 전 충분한 영양요법 등 전처치가 수술 후 합병증 빈도를 낮추는 중요한 과정임을 알아야 한다.
환자가 고령이거나 여러가지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지나치게 서둘러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 후 합병증에 대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초고령 환자는 심폐기능 검사를 충분히 실시하고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등 연관 과와의 협진을 해 수술 중이나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조기에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고령환자가 늘면서 당뇨, 고혈압, 천식 등과 같은 여러 기저질환이 동반된 환자들도 많다. 이러한 질환들은 평상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전신마취 이후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수술 전 충분한 검사와 진료가 필요하다.
또 병원이나 의료진의 준비 정도 또한 고려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은 수술 대기가 4주 이상인 경우가 흔하지만 그 이외의 대학병원, 지방대학병원의 경우 대기시간이 길지 않다. 지나치게 지체된다면 굳이 대형병원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위암 수술 후 2~3기로 진단받게 되면 추가적인 항암요법, 즉 보조항암요법이 필요하다. 보조항암요법은 수술 후 조기에 시행하는 것이 적절하다. 암적정성 평가에서는 수술 후 8주 이내 즉 두달 이내 시작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환자가 수술에서 회복해 어느 정도 식이가 가능하다면 되도록 빠른 시기에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송교영 교수는 199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에서 연수했다. 송 교수는 위암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로 명성이 높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과 과장, 위암센터장과 로봇수술센터장을 맡고 있다. 국제위암학회, 미국소화기내시경외과학회, 대한암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